-
-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지하철을 탔는데 같은 칸에 동남아에서 온 듯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탔다. 어디 멀리 가는지 짐가방은 아주 크고 무거워보였고, (우리나라사람들에게 특유의 마늘냄새가 나듯) 그들만의 독특한 냄새가 났다. 하긴, 어쩌면 짐으로 인한 땀냄새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만 그 사람이 내 옆에 앉지 말기만을 빌고 또 빌고 있다가, 스스로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아니, 내가 이럴수가..!
그 밖에도 나는 아직도 많은 면에서 사고방식이 개방적이지를 못하다. 아직도 하리수같은 트렌스젠더가 tv에 나와서 스스로 '여자'라고 외치면 그게 그렇게 어색하고, 홍석천씨도 당당히 커밍아웃했지만, 그 후로는 왠지 좀 다르게 보이고... 길가에서 장애인을 보면, (특히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왠지 불편한 마음이 들고 그런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특히 내 옆에 안 앉기를 바라게 되고..
예전에 다리에 수술을 하게 되어서 보름정도 목발을 짚고 다녔는데 그게 그렇게 불편했다. 워낙에 급한 성격인데 빨리 못 걸으니까 스스로 너무 답답하고, 평소에도 늘 이렇게 목발을 짚고 다니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체제의 불편도 몸소 체험해 보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뿐~! 나는 곧 그때의 불편을 잊어 버리고 말았다.
이 책에는 우리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 우리들의 낡은 편견으로 인해 상처받고 외톨이가 되어,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우리 부모님이 될수도 있고, 우리 친구가 될수도 있고, 우리 형제, 혹은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다. 남의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릴수만은 없는 문제인 것이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은 누구나 차별을 행하는 대상에서 차별을 당하는 대상으로 변할 수 있다.
빈부의 차이. 생김새의 차이. 국적의 차이. 등등 얼마나 많은 차이들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지.
그저 그들은 우리와 다를 뿐인데도 우리는 그들을 일컬어 "틀렸다"고 말한다. 다른게 아니라, 너희가 틀린거라고. 우리는 옳고, 너희는 틀렸다고~!
그렇게 따진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틀린것 아닌가? 모든 상황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통할 수는 없다. 동성애자들은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것이 아니다. 장애인들도 모두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아니며, 그들 스스로도 똑같은 인격체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 우리가 그들을 짓밟고, 부려먹고, 무시하고 막 대하지만, 우리도 서양권에 나가면 백인들 뿐 아니라, 흑인들에게도 무시당하고 짓밟힐 수 있다. 우리가 우리땅에서 외국인에게 대한것과 똑같이 우리도 남의 땅에 가서 당하는 것이다.
음- 쉽게 만화로 쓰여졌고, 그려졌으나, 결코 그 내용은 쉽지가 않다. 물론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짧았으나, 오히려 곰곰히 생각해 보고 되새김질 해보는 시간이 더 길어 왠만한 책한권 읽은 것보다 더 머리가 아프다. 나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편견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이 책을 읽고 자기자신을 돌와봤음 좋겠고,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모두 행복해 지는 길"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