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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의 책을 참 좋아한다. 내 서재에 있는 그의 책들은 손을 참 많이 탔다. 수시로 꺼내서 읽고, 또 읽었으니까. 평소보다 조금 이른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떠나면서 어떤 책을 갖고 갈까 고민할 때, 마치 내 맘을 읽은 것처럼 그의 신간이 나왔다.
숙소에서, 이동 중에 잠깐씩 짬을 내어 그의 책을 아껴가며 읽었다. 지난 번 여행에서는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제주편>을 읽어서, 제주도 하면 항상 그 책이 떠올랐는데, 앞으로는 이병률의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다행히 이번 여행에도 좋은 친구가 함께해주었다. 스무 살, 처음으로 낯선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할 때에는 어떻게든 혼자 가고 싶어 발버둥을 쳤건만, 그때 부모님의 걱정에 할 수 없이 친구와 함께 국경을 넘은 뒤로 나는 한 번도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친구와 같은 비행기를 예매하는데 실패하여, 혼자 비행하는 몇 시간의 여정에서 느꼈던 철저한 고독에 몸서리친 이후로,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쩌면 그때 공항에서 친구를 만나, 비행 내내 옆좌석에 어떤 사람이 앉아있었고,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지 못했더라면, 낯선 나라 낯선 숙소에 혼자 찾아가고 그곳에서 철저히 혼자 며칠의 시간을 더 보냈더라면, 어쩌면 나는 지금 조금 더 단단해져서, 혼자서도 거침없이 여행하는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사람은 조금씩 유연해진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병률의 신간을 읽으며, 유독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기존의 책들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그의 인간적인 모습, 연약한 모습들이 느껴졌으니까.
좋아하는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일인 것 같다. 과연 그의 다음 책은 언제 나올까. 에세이일까. 시집일까. 아니면 반전매력의 소설일까. 그때 나는 또 얼마만큼 자라있을까. 어느 장소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다가, 그의 신간을 발견하여 읽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