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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올해 19살 난 소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입시에는 도전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취업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지도 않는다. 그저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부모님도 언니들도 동생도 어느 누구도 그런 고토코를 나무라거나, 섣불리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서 지켜봐준다.
고토코는 1남 3녀 중 셋째다. 장녀 소요는 1년 전에 결혼해서 출가했고, 둘째 시마코는 회사원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2번이나 자살시도를 했다는 점. 월급을 타면 항상 식구들의 선물을 사 온다는 점이다. 셋째는 고토코. 넷째는 유일한 아들로 리쓰, 올해 중학교 3학년이다. 취미는 여고생인형 만들기. 실제로 본적이 없는 인형이라 책 속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어렵지만, 조립식으로 나오는 인형세트로, 색도 입히고 머리카락도 붙이고 옷도 입히고 하는 모양이다. 손재주가 없는 중년 남성들에게 대신 인형을 만들어주고 사례비를 받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 일로 졸업을 일주일 앞두고 정학을 당하고 만다. 그러나 엄마도, 아빠도 리쓰를 나무라기보다는 학교를 탓한다. 남을 때린 것도 아니고, 금품을 갈취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일도 없는데 이런 일로 정학이라니 너무하다면서 오히려 아들을 감싸준다.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아빠도, 둘째 시마코가 임신한 직장동료의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겠다고 했을 때도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그 동료의 집에 직접 찾아가 정식으로 입양절차를 밟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물론 그 동료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이 사건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나는 과연 부모가 되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나는 아마 내 가치관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들테고, 화를 내고, 종국엔 싸우고 말거다.
물론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그들이 바른길로 가도록 인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과연 ‘바른 길’이란 어떤 걸까. 내가 생각하는 바른 길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바른 길이 다를 수도 있는 건데, 나는 왜 항상 내가 생각하는 바른 길만 고집하는 걸까.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믿어주고, 지켜봐주는 가족이 있다니, 얼마나 든든할까 싶어서 나는 진심으로 고토코가 부러워졌다.
덧- 마스다 미리의 책도 그렇고, 에쿠니 가오리의 책도 그렇고 읽으면서 느끼는 건, 정말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일본인 친구가 있다면 물어보고 싶은데, 주변에 아는 일본인이 없으니… 하긴, 우리나라에도 개방적인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대부분 개방적인 사람들만 나오니, 일본인들도 보통 소시민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