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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봄에 발간되어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있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왠지 읽고싶은 책은 아껴본다는 심정으로 여태껏 미루다가 비로소 읽어보게 되었다. 읽는 내내 현재 한창 제작되고 있는 영화를 생각해서인지,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얼굴에 자꾸만 배우 강동원과 이나영이 겹쳐져서, 소설 속에 묘사된 인물을 새롭게 창조하기가 퍽 힘들었으나, 작품에 몰입하기는 더 수월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두 배우 모두 참 좋아하여서 영화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
아.. 작품을 읽는 내내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여서 감히 뭐라고 독후감을 적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실로 오랜만에 책을 읽고나서 이러한 감정을 겪는 것이라 작가인 공지영에게 참 감사할 따름이다.
주인공 나는 3번째 자살시도 끝에도 죽지못하고 살아남아 병실에 찾아온 고모, 모니카수녀를 만난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이신 외삼촌의 진료를 받는 대신 한달만 모니카 수녀의 일을 돕기로 한다. 그 일이란 바로, 교도소에 가서 일주일에 한번 사형수를 만나 대화를 하는 일이었다. 처음에 주인공은 고모가 하는 일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나'는 열다섯살에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한뒤 너무 놀라고 무서워 울면서 엄마를 찾아갔으나, 엄마는 다큰 기집애가 어떻게 처신을 하고 다녔길래 그런 일을 당했느냐며 오히려 나를 질책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한다. '나'는 이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는 관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받고 만다. 그리하여 소위 잘나가는 집안에 걸림돌이 되는 막내딸이 되어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오고 집안에서 이사장을 하고 있는 대학 교수를 하고 있으나 항상 삶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러던 '나'는 고모를 따라 교도소에 가서 '윤수'란 사형수를 만난다. 처음에는 열일곱살 소녀를 강간하고 무려 3명이나 죽인 뒤 사형선고를 받은 그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고모를 따라 한번, 두번 그를 만나면서 그와의 '진짜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모니카고모와, 삼양동 할머니등을 통해 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오열을 하고 울었는데, 무엇이 내 안의 눈물을 그토록 이끌어 낸것 인지는 감히 이곳에 적을 수가 없다.
모니카 수녀님의 말씀처럼, '빨리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런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사형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이 죽인 그들에게 용서를 받는 일이 아니라, 그런 일을 저지른 자기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얼마전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든 희대의 살인범이 잡혔고, 그는 여태까지 일어났던 십몇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사람들은 분노했고, 경찰에서는 드디어 범인이 잡혔다고 좋아했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었다. 과연 범인이 스스로 자백한 것을 믿어도 되는 걸까? 하고, 물론 그 범인이 잘못했지만, 과연 그 많은 살인사건을 혼자 다 저질렀을까? 알수 없는 문제이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어쩌면 여태껏 풀기 어려워서 골치아팠던 많은 사건들을 그 사람에게 다 덮어씌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었다. 진실은 죽은자들과 죽인자만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제일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나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그러나 과연 내가 제대로 사람들을 구분하여 무서워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공지영의 <수도원기행>을 읽고도 참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책도 역시 그러했다. 아직까지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나라들에 번역하여 수출하고 사형제도의 존폐여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하기보다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너무 울어대서 머리가 다 띵하지만, 그리고 마음 한켠이 오히려 묵직해져버렸지만, 사람에 대한 내 안의 편견이 하나쯤은 무너진 것 같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