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이 일주일 추위의 막바지다. 오늘만 지나면 낮기온이 10도를 웃돌면서 춥지 않을 예정이다. 그림자가 옅게 생기다 말다 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모자를 푹 누르고 목도리를 코까지 올렸다. 좌우 위가 안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바닥을 보고 걷는다. 눈이 단순해지니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새소리. 새들의 소리. 몇 종류인지 세어보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어쩜 그리 묘한 소리들을 낼까. 귀에 들어오는 소리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글자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언어란 얼마나 유한한 것인지. 그런 생각이 들자 더 잘 글자로 바꾸고 싶어진다.

뿃뾰~ 뾰오~ 

표옹~ 효르르~ 

쬿쬿쬿~ 찟쯔~ 

아니 아니야, 이 소리가 아니야. 귀로 들리는 소리도 이렇게 글자로 옮기기가 힘들다. 진지하게 새 소리를 듣다가 이내 포기한다. 동네 아래로 내려가니 포도밭에서 일하고 있는 기계차들의 소리에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저 기계 소리는 또 어떻게 옮길 수 있을 것인가, 한참을 궁리하다 그것도 포기한다. 새소리도 기계 소리도 잦아드는 즈음, 바닥에 닿는 내 신발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이 소리는 또 어떻게 쓸 수 있을 것인가 열심히 들어본다. 드닥? 드득? 드닷? 글자를 생각하며 소리를 들으면 마치 글자 그대로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소리의 표현은 얼마나 단순화되는가. 인간은 세상을 얼마나 단순화시키는가. 나는 내 머릿속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고 살 것인가. 어떤 소리로 내뱉을 것인가. 얼마나 적절하게 소리화할 수 있을까. 내 몸을 떠난 소리들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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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2-16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소리 너무 좋을것 같아요. 아침에 듣는 새소리... 각자 새들도 바쁜 일들이 있어서 그렇게 지저귀는 거겠죠? 전 갑자기 10년 전 아침이 떠오르네요. 매미 소리로 기상하는 아침. 맴맴맴 매에에에에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긴 아침이에요. 난티나무님, 굿나잇!!!

난티나무 2021-02-16 17:46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오전입니다! ㅎㅎ 열어놓은 창문으로 새소리 여전히 즐즐즐 들리네요. 까마귀도 사이사이 울고.ㅎ 매미 소리, 생각하니 여름 생각납니다. 금방 오겠죠? 단발머리님 오늘도 좋은 하루~~~!!!^^
 

"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 

수줍고 조용한 아이 완다는 이 한 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했고 자신을 지켰으며 꿈을 키웠다. 이름부터 소수자인 완다, 경계선에 서있는 아이, 왕따 당하는 아이.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감정이입한다. 내겐 무엇이 있을까. 내게 '드레스 백 벌'은 무엇일까. 열 벌은 커녕 한 벌도 없는 것 같아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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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02-15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전에 이책 읽었는데, 내게는 드레스 백 벌 대신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며 읽지는 못했어요.
어렸을때 애들끼리 모이면 ˝우리집엔 OO도 있다!˝ 라며 자랑질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난티나무 2021-02-15 17:28   좋아요 0 | URL
저도 분명 이 책 샀을 그 예전에 읽었을 텐데 그땐 그냥 읽었던 것 같아요.ㅎㅎ
지금 다시 읽으니... 완다의 모습에 제 모습이 겹쳐지더라고요.ㅠㅠ

유부만두 2021-02-1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댁엔 책이 많아요. 저희집도 그래요. 근데 이건 자랑거리 아닌 느낌이 드네요;;;

난티나무 2021-02-15 17:30   좋아요 0 | URL
아! 내겐 책 몇백권이 있어!!!!! ㅎㅎㅎㅎㅎ
그런데 그 말로 내 존재를 주장할 수 있는가.. 고민입니다. 그래도 힌트 감사해요!!!! 책이 있네요!^^

단발머리 2021-02-15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요 ㅠㅠㅠ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2-15 17:47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 읽은 책인데 어렴풋해서 다시 읽었어요.ㅎㅎㅎ 읽은 책 기억 다 하는 사람은 천재가 아닙니까!!!! 사람이 아니지 말입니다. ㅋㅋㅋ
 

아이 방의 책들을 정리하면서 한글동화책들을 제법 꺼냈다. 그림책과 동화책을 사모으던 시기에는 언제 무엇을 샀는지, 어떤 책이 있는지 다 알았었는데 지금은 이 책이 어디서 왔는고 어리둥절할 때가 더 많다. 나 안 읽은 동화책 너무 많은데? 처분박스에 넣으려다 읽고 처분하자 싶어 다시 나온 동화책들 중 몇 권을 집어온다. 














하늘을 사랑한 여자 조종사라니, 멋있다! 난 처음 들을 뿐이고.ㅠㅠ 비행 초창기에도 여자조종사들이 많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아멜리아야 계속 결혼하지 말지 안타까웠고. '다를' 거라던 그 남자도 어쩌면 아멜리아를 이용해 먹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ㅠㅠ 조종교육 선생님이 결혼하면서 일 그만두는 것도 안타까웠고... 어린이 대상 전기라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아멜리아 에어하트가 여자의 권리와 평등을 주장하는 인물이었음은 확실히 밝히고 있다. 제대로 된 전기를 읽어보고 싶네? 

2010년에 나온 이 책은 절판. 




























아이들용 전기로 많이 나왔는데 품절, 절판 다수, 구매 가능한 건 위 다섯 권 정도. 그리고 


















제대로 된 전기는 이 책이 유일한 것 같다. 


책소개 :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생존 당시였던 대공황기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현실 극복에 필요한 롤모델로 거론되는 미국의 아이콘 중 한 명이다. 영미권에는 아멜리아 에어하트에 관한 수많은 책이 발간되어 있으나, 국내에는 아동서가 몇 권 소개되었을 뿐 본격적으로 그녀의 삶을 다룬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녀의 삶이 소개되어 있을 만큼 영미권에서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그에 따라 대다수의 책은 그녀의 삶에 대한 전반적 소개보다 비행사(史)에서 그녀의 위치나 실종을 둘러싼 심층 탐사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은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출생부터 실종까지를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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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02-1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기억나네요. 제 아이 초등학교 다닐때 이 책 처음 보고 전 이름도 처음 듣는 사람이다 했던 기억이요.

난티나무 2021-02-15 17:56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 있던 책을 저는 이제야 발견해서 ㅎㅎㅎㅎ 지금이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에요. ^^

nama 2021-02-1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 전 뉴욕의 싸구려 호텔에서 이 분을 다룬 영화를 봤어요. 유명하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난티나무 2021-02-15 17:58   좋아요 0 | URL
‘2년 전 뉴욕의 싸구려 호텔에서’라는 구절이 마음에 콕 박히네요. 영화도 보고 싶어요!^^
 

우연히 빌린 책을 읽는다.  

아니 내가 왜 클릭했지, 하는 마음과, 그래 어디 함 볼까, 하는 마음이 비겨버리면서 절반을 넘어섰다. 

2003년 나온 책이고 품절 상태이고 아마도 다시 나오지 않을 책인 것 같아서 평점을 매기거나 상품 이미지를 넣는 것이 꺼려진다. 


서문을 읽으면서 생긴 약간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남자의 유년 시절을 돌아보면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디에 있는가? 대학교수이고 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사회를 이렇게밖에 보지 못한단 말인가? 정치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들과 함께,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남자들이 전혀 하지 않으려고 하는, 남자의 입장에서 가족 돌아보기를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 사야만 하나? 의문이 생긴다. 기본적으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이성과 감성, 사회와 가정, 남자와 여자, 이런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주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보이는데,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절반 이상 읽었으나 그의 형제자매 중 여자들은 대놓고 배제되었다. 어머니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았다. 아들로서 남자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어머니의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정보 없이 읽던 터라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았다. 아마 당시에 비판하는 리뷰들이 있었는지 직접 알라딘에 보내왔다는 글이 있는데, 거기 인용한 보부아르 부분을 보면 '싸르트르의 연인이었던 보부아르가' 어쩌고 하는 말이 있다. ㅠㅠ 


책을 읽으면서 밑줄 긋는 부분들은 글을 쓸 때 직접 입력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런 노력도 아까워서 캡쳐한 사진을 올려보려 한다.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너무 많아 일일이 올릴 수가 없다. 하... 마저 읽을까 말까. 다 읽고 더 욕할까? 끝부분에 가면 성찰의 결과가 나올까? 


... 

마저 읽었으나... 역시. 뭔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안다면, 문제를 알아차렸다면, 그땐 그랬지, 우리 집은 그랬고 사회는 그랬지, 에서 끝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적어도 왜 그랬는지 고민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캡쳐한 사진 올리려고 약간 편집하면서도 이걸 이렇게 다 올릴 일인가 싶다. 이왕 한 거 절반만 추려서 올려본다. 추리기도 어렵다. 아 찌질해... 캡쳐한 나도 찌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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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14 0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정도면 저는 그냥 던집니다. ㅎㅎ

난티나무 2021-02-14 04:24   좋아요 2 | URL
책이면 진짜 던졌을 거예요.ㅠㅠ

단발머리 2021-02-1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에 캡쳐해 주신거 다 읽었어요.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서 다음 이야기는 뭘까 오히려 궁금해져서요.
저자 이름을 알고 싶네요. 아하.... 신기한 세상.....

난티나무 2021-02-15 17:49   좋아요 0 | URL
이 책 쓰려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는데 거기엔 페미니즘 책도 있다고... ㅎㅎㅎ 뭘 어찌 읽었는지 참고는 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처음 읽을 때보다 캡쳐 보면서 더 열받아서 혼자 열폭했네요.ㅎㅎㅎ

2021-02-15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5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인 오스틴 

조르주 상드 

실비아 플라스 

프랑스와즈 사강 

버지니아 울프 

잉게보르크 바흐만 

로자 룩셈부르크 

수전 손탁 

한나 아렌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이화경.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2011년) 

목차의 작가 이름을 순서대로 가져왔다. 신판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2017년)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었네. 신판에서는 목차의 순서도 바뀌었다. (어차피 각 작가들의 이야기라 순서를 바꾼다고 달라질 것은 없어보이지만 바꾼 이유가 궁금하기는 하다. 아래 밑줄긋기 부분은 신판의 목차 순이다.) 


글에 관해서는... 자주 반복되는 문장의 형태가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취향 문제라 나만 그럴 수도 있겠다. 왠지, 글쓴이가 힘들게 털어놓는 것 같은 개인적 경험이 부분적으로 글에 착 붙지 않는다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열정적인 작가들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간략하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이들의 어린 시절과 생애에 대한 복잡한 심정... 슬프고 ㅠㅠ... 실비아 플라스와 로자 룩셈부르크... 들의 죽음의 장면을 상상하며 눈물이 차올랐다. 평생에 걸쳐 겪었을 고통이, 어린 시절의 결핍들이, 따라다니던 꼬리표들이, 가슴아팠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자기 자신으로 살려고 애썼던 사람들. 이들이 남긴 글들을 읽어야지. 하나씩 천천히. 그 책들이 뻗는 가지를 따라가 거기에 있는 책들도 계속 읽어야지. 그것이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방법이며 잊지 않는 방법이며 나 또한 내 자신으로 살려고 애쓰는 방법일 테니까. 





수전 손택 : 
"인간의 스타일과 이미지는 대단히 유물론적이라는 것, 겉모양새를 밑천으로 깔지 않고서는 궁극적으로 이해와 소통이 불가능한 인간관계의 비극적인 현상학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스타일 자체가 아니라 스타일의 획일성인 것이다." 

"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 

"지금 다르게 살고 싶다면, 더 나아지고 싶다면, 골방에 박혀 자기애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밖으로 나와 타인과 접촉하고 세상과 접속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자기 집단에서 나와 정신적으로는 더 넓지만 수적으로는 더 작은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과 처절한 자기부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감의 짐을 나눠 질 때만이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손택은 삶을 통해 증명했다." 



한나 아렌트 : 

"아침에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겠다는 딸의 요구에 어머니는 아침 수업을 면제해달라고 학교에 부탁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

제도 밖의 정처 없는 생활, 떠도는 거처, 의구심을 보내는 타인의 시선, 동화된 유대인이면서도 결국 유대인이라는 표지를 벗을 수 없는 한계, 가까운 핏줄들의 연이은 죽음, 불안하고 격정적인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녀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수립했다. 그것은 바로 사유를 통한 존재의 춤추기였다."



로자 룩셈부르크 : 

"그녀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중산층이 부자가 되기는커녕 프롤레타리아의 길을 밟으면서 끊임없이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교환해주는 존재로 전락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아야 한다고 응수한다. 

자본가들의 이익이 최고의 가치인 자본주의 시장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은 결국 시시포스의 노동으로 바뀔 뿐, 결코 노동자가 부자가 되는 기적은 일어날 수 없노라고 일갈한다. 로자가 추구하는 사회주의의 최종 목표는 혁명,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뿐임을 천명한다.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 



시몬 드 보부아르 : 

"어미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호소하고, 딸들은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고 수많은 어머니를 죽인다. ... 그러나 버리지는 못해 어머니의 시체를 껴안고 울며불며 사막을 헤매는 것, 이것이 딸들의 인생이다. ...

여성의 지식은 사회적 액세서리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고 생각하던 아버지의 통념과는 정반대로 큰딸은 이미 뼛속까지 지적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날마다 더러워질 그릇을 닦고 가구의 때를 훔치고 옷가지를 깁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어머니의 노동이 마치 시시포스의 형벌과 흡사하다고 여겼다. 그녀는 수동적이고 공허한 긴 시간만 남는 주부의 생활 대신 생산하고 싸우고 창조하고 진보하고 세계의 전체성과 미래의 무한 속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인생을 살리라 결심했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 

"그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언어와의 갈등'을 견지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에게 언어는 표현 도구가 아니라 실존의 문제였다. 문제는 삶에는 단지 나쁜 언어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데 있었다. 언어데 대한 그녀의 뿌리 깊은 불신과 회의는 비트겐슈타인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명제에 천착하도록 이끌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비판철학의 유명한 구절을 통해, 잉게보르크는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것, 말로는 불가능한 것의 한계를 극복하겠노라는 문학적 목표를 세웠다."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에 거론된 여성 작가들만이 누추하고 가난하고 척박한 문학적 환경에서 글을 썼던가. 21세기 현대 여성 작가들도 창작을 위한 온전한 자기만의 방이 없었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작은 손수건 한 장이 헤르타 뮐러의 사무실이자 작업실이며 '자기만의 방'이었다. 조앤 K. 롤링의 작업실은 동네 카페의 비좁은 테이블이었다. 소설가 오정희 또한 "빈 원고지 앞에서 한숨 쉬고 참담하고 가슴 두드리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모두가 잠들었을 때, 주부로서의 손이 쉬어도 될 시간에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던가." 



조르주 상드 :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유였다. 잘못될 자유, 망가질 자유, 고생할 자유, 이혼할 자유, 사랑할 자유, 성공할 자유, 글을 쓸 자유...... ... 사회가 구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탈주할 자유. 모든 게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덤벼보는 자유." 



프랑스와즈 사강 : 

"평범한 여대생에서 '매혹적인 작은 악마'이자 '문단의 신화'가 되어버린 프랑수아즈 사강은 야단법석인 세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제일 먼저 그녀는 <슬픔이여 안녕>을 쓴 진짜 작가임을 증명하기 위해 어른들이 시키는 일을 해야만 했다. 프랑스를 건너 미국까지 소동을 일으키고 싶은 출판사의 명령에 따라 열아홉 살 작가는 책 홍보를 위한 칵테일파티, 오찬, 만찬, 무도회에 불려 다니며 현기증 나는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녀의 재능과 성공이 불러일으킨 소동은 양날의 칼이 되어 돌아왔다." 



실비아 플라스 : 

" '벨 자(Bell Jar)'는 종 모양의 유리그릇을 말한다. 투명해서 마치 존재하는 것 같지 않은, 그렇게 실체가 느껴지지 않아서 더 위험한, 불투과성 물체인 유리. 실비아는 세상의 온갖 벨 자에 갇힌 여성의 참혹한 실체를 소설을 통해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여자라는 게 싫다", "여자로 태어난 게 나의 끔찍스러운 비극이다"라고 통곡하듯이 고백했던 실비아. 유독 여자에게만 벨 자가 더 견고하고 폭력적으로 덮어씌워지는 비극을 누구보다 절감했기에 실비아는 전 생애에 걸쳐 벨 자를 부수려고 애썼다." 



제인 오스틴 :

"무도회와 만찬이 열리는 귀족 한량들의 사랑 놀음이나 쓰고 있다는 비판에도, 그녀는 묵묵히 자전적인 삶의 디테일을 패치워크 하듯 보편적인 인간 군상을 묘파해냈다. 과묵하고 내향적인 작가 제인 오스틴은 인간에 대한 핍진한 사실감을 자신의 방식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평범한 일상생활의 경험이 위대한 예술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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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11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주옥같은 글귀들을 뽑아주셨네요! 손택의 두번째 말은 저도 인상깊었던거라 다시한번 입력! 둘다 찜~^^♡

난티나무 2021-02-11 17:30   좋아요 1 | URL
미미님 ^^
수전 손택의 책들 보관함에 잔뜩 담아두었었는데 이제는 살 때가 된 것 같아요.ㅎㅎㅎ
아 그리고 저 두 책은 같은 거예요. 완전 달라보이는데 구판 신판입니다.^^

미미 2021-02-11 17:33   좋아요 0 | URL
어머머 둘다 보관함 넣었는데! 그렇군요!!
손택은 저도 믿고 삽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