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조르주 상드 

실비아 플라스 

프랑스와즈 사강 

버지니아 울프 

잉게보르크 바흐만 

로자 룩셈부르크 

수전 손탁 

한나 아렌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이화경.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2011년) 

목차의 작가 이름을 순서대로 가져왔다. 신판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2017년)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었네. 신판에서는 목차의 순서도 바뀌었다. (어차피 각 작가들의 이야기라 순서를 바꾼다고 달라질 것은 없어보이지만 바꾼 이유가 궁금하기는 하다. 아래 밑줄긋기 부분은 신판의 목차 순이다.) 


글에 관해서는... 자주 반복되는 문장의 형태가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취향 문제라 나만 그럴 수도 있겠다. 왠지, 글쓴이가 힘들게 털어놓는 것 같은 개인적 경험이 부분적으로 글에 착 붙지 않는다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열정적인 작가들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간략하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이들의 어린 시절과 생애에 대한 복잡한 심정... 슬프고 ㅠㅠ... 실비아 플라스와 로자 룩셈부르크... 들의 죽음의 장면을 상상하며 눈물이 차올랐다. 평생에 걸쳐 겪었을 고통이, 어린 시절의 결핍들이, 따라다니던 꼬리표들이, 가슴아팠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자기 자신으로 살려고 애썼던 사람들. 이들이 남긴 글들을 읽어야지. 하나씩 천천히. 그 책들이 뻗는 가지를 따라가 거기에 있는 책들도 계속 읽어야지. 그것이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방법이며 잊지 않는 방법이며 나 또한 내 자신으로 살려고 애쓰는 방법일 테니까. 





수전 손택 : 
"인간의 스타일과 이미지는 대단히 유물론적이라는 것, 겉모양새를 밑천으로 깔지 않고서는 궁극적으로 이해와 소통이 불가능한 인간관계의 비극적인 현상학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스타일 자체가 아니라 스타일의 획일성인 것이다." 

"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 

"지금 다르게 살고 싶다면, 더 나아지고 싶다면, 골방에 박혀 자기애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밖으로 나와 타인과 접촉하고 세상과 접속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자기 집단에서 나와 정신적으로는 더 넓지만 수적으로는 더 작은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과 처절한 자기부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감의 짐을 나눠 질 때만이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손택은 삶을 통해 증명했다." 



한나 아렌트 : 

"아침에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겠다는 딸의 요구에 어머니는 아침 수업을 면제해달라고 학교에 부탁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

제도 밖의 정처 없는 생활, 떠도는 거처, 의구심을 보내는 타인의 시선, 동화된 유대인이면서도 결국 유대인이라는 표지를 벗을 수 없는 한계, 가까운 핏줄들의 연이은 죽음, 불안하고 격정적인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녀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수립했다. 그것은 바로 사유를 통한 존재의 춤추기였다."



로자 룩셈부르크 : 

"그녀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중산층이 부자가 되기는커녕 프롤레타리아의 길을 밟으면서 끊임없이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교환해주는 존재로 전락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아야 한다고 응수한다. 

자본가들의 이익이 최고의 가치인 자본주의 시장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은 결국 시시포스의 노동으로 바뀔 뿐, 결코 노동자가 부자가 되는 기적은 일어날 수 없노라고 일갈한다. 로자가 추구하는 사회주의의 최종 목표는 혁명,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뿐임을 천명한다.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 



시몬 드 보부아르 : 

"어미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호소하고, 딸들은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고 수많은 어머니를 죽인다. ... 그러나 버리지는 못해 어머니의 시체를 껴안고 울며불며 사막을 헤매는 것, 이것이 딸들의 인생이다. ...

여성의 지식은 사회적 액세서리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고 생각하던 아버지의 통념과는 정반대로 큰딸은 이미 뼛속까지 지적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날마다 더러워질 그릇을 닦고 가구의 때를 훔치고 옷가지를 깁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어머니의 노동이 마치 시시포스의 형벌과 흡사하다고 여겼다. 그녀는 수동적이고 공허한 긴 시간만 남는 주부의 생활 대신 생산하고 싸우고 창조하고 진보하고 세계의 전체성과 미래의 무한 속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인생을 살리라 결심했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 

"그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언어와의 갈등'을 견지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에게 언어는 표현 도구가 아니라 실존의 문제였다. 문제는 삶에는 단지 나쁜 언어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데 있었다. 언어데 대한 그녀의 뿌리 깊은 불신과 회의는 비트겐슈타인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명제에 천착하도록 이끌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비판철학의 유명한 구절을 통해, 잉게보르크는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것, 말로는 불가능한 것의 한계를 극복하겠노라는 문학적 목표를 세웠다."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에 거론된 여성 작가들만이 누추하고 가난하고 척박한 문학적 환경에서 글을 썼던가. 21세기 현대 여성 작가들도 창작을 위한 온전한 자기만의 방이 없었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작은 손수건 한 장이 헤르타 뮐러의 사무실이자 작업실이며 '자기만의 방'이었다. 조앤 K. 롤링의 작업실은 동네 카페의 비좁은 테이블이었다. 소설가 오정희 또한 "빈 원고지 앞에서 한숨 쉬고 참담하고 가슴 두드리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모두가 잠들었을 때, 주부로서의 손이 쉬어도 될 시간에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던가." 



조르주 상드 :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유였다. 잘못될 자유, 망가질 자유, 고생할 자유, 이혼할 자유, 사랑할 자유, 성공할 자유, 글을 쓸 자유...... ... 사회가 구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탈주할 자유. 모든 게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덤벼보는 자유." 



프랑스와즈 사강 : 

"평범한 여대생에서 '매혹적인 작은 악마'이자 '문단의 신화'가 되어버린 프랑수아즈 사강은 야단법석인 세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제일 먼저 그녀는 <슬픔이여 안녕>을 쓴 진짜 작가임을 증명하기 위해 어른들이 시키는 일을 해야만 했다. 프랑스를 건너 미국까지 소동을 일으키고 싶은 출판사의 명령에 따라 열아홉 살 작가는 책 홍보를 위한 칵테일파티, 오찬, 만찬, 무도회에 불려 다니며 현기증 나는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녀의 재능과 성공이 불러일으킨 소동은 양날의 칼이 되어 돌아왔다." 



실비아 플라스 : 

" '벨 자(Bell Jar)'는 종 모양의 유리그릇을 말한다. 투명해서 마치 존재하는 것 같지 않은, 그렇게 실체가 느껴지지 않아서 더 위험한, 불투과성 물체인 유리. 실비아는 세상의 온갖 벨 자에 갇힌 여성의 참혹한 실체를 소설을 통해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여자라는 게 싫다", "여자로 태어난 게 나의 끔찍스러운 비극이다"라고 통곡하듯이 고백했던 실비아. 유독 여자에게만 벨 자가 더 견고하고 폭력적으로 덮어씌워지는 비극을 누구보다 절감했기에 실비아는 전 생애에 걸쳐 벨 자를 부수려고 애썼다." 



제인 오스틴 :

"무도회와 만찬이 열리는 귀족 한량들의 사랑 놀음이나 쓰고 있다는 비판에도, 그녀는 묵묵히 자전적인 삶의 디테일을 패치워크 하듯 보편적인 인간 군상을 묘파해냈다. 과묵하고 내향적인 작가 제인 오스틴은 인간에 대한 핍진한 사실감을 자신의 방식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평범한 일상생활의 경험이 위대한 예술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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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11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주옥같은 글귀들을 뽑아주셨네요! 손택의 두번째 말은 저도 인상깊었던거라 다시한번 입력! 둘다 찜~^^♡

난티나무 2021-02-11 17:30   좋아요 1 | URL
미미님 ^^
수전 손택의 책들 보관함에 잔뜩 담아두었었는데 이제는 살 때가 된 것 같아요.ㅎㅎㅎ
아 그리고 저 두 책은 같은 거예요. 완전 달라보이는데 구판 신판입니다.^^

미미 2021-02-11 17:33   좋아요 0 | URL
어머머 둘다 보관함 넣었는데! 그렇군요!!
손택은 저도 믿고 삽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