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리장정
홍은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하이, 시안, 베이징, 중국 역사의 세 꼭짓점을 따라 달리는 4,800여 킬로미터의 여정'

 

이 존경스러운 지은이(홍은택)와 이 멋진 책에 대해서 뭔가를 쓴다는 게 어설픈 일이다. 지은이는 '이번 여행의 목적은 중국이라는 과목을 학습한다는 것'이라고 했으나... 4,800여 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리는 대담함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꿰뚫는 통찰력에, 기자 출신다운 호기심과 취재, 거기다 빌 브라이슨 같은유머와 명쾌한 필력까지, 더불어 겸손하기까지 하다.

 

대담함....60일간 5천 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로 달린다는 것.

 

통찰력....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일당독재가 받아들여지는 심리적 기저'에 대해서 지은이는 끊임없이 탐구한다. '런타이둬'(人太多) (330쪽)'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 많아서 서로 믿기 어렵고, 너무 많아서 자유를 허용하면 혼란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갖고 있고, '천하통일이 되지 않으면 천하대란이 일어난다는 古來(고래)의 이분법을 여전히 믿고'있기에 가능한 일임을 현지 중국인들을 통해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또 하나. (347쪽) 중국이 분할하지 않고 통일국가가 될 수 있었던 요인 중에는 대운하의 몫도 있다. 유럽은 강을 경계로 부족, 나아가 국가가 나뉘었는데 중국에서는 대운하가 동서로 난 강들을 남북으로 꿰어내자 사람들의 머릿속에도 전국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리적 정체성이 각인된다.

 

기자정신....를 위해서는 먼저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다년간 중국어를 연마해왔음을 곳곳에서 알 수 있다. 그중 중국의 수능시험인 가오카오를 현지에서 취재하는 모습이라니...

 

필력....지은이가 연전에 번역한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 연상되면서, 책을 읽다가 키득키득 웃게 된다. 책을 읽으며 그렇게 나이값(?) 못하고 읽게 되니 이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친구들에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사에 근무하는 조카에게 한권씩 돌리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요일(6/5)-개교기념일

목요일(6/6)-현충일

금요일(6/7)-근무

토요일(6/8)-토요일

일요일(6/9)-일요일

 

금요일만 놀면 완벽한 5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이나 선생이나 하루쯤 어디론가 도망가고픈 날이 금요일이다. 눈 한번 딱 감고 저질러봐?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보통의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3년차에 불과한 같은 과 젊은 선생이 오늘 결근을 했다. 아프단다. 그 아프다는 말,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같은 과 선생들만 모종의 눈길을 주고 받을 뿐. 그 빈자리를 대신 들어가야 하니까.

 

까짓, 윤00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한 일인데, 전00 일가에 비하면 티끌만한 결점이 될 자격조차 없는 아주아주 사소하고 사소한 얘깃거리도 안 되는 일인데, 몹시 불쾌한 하루였다. 설마 내가 늙어간다는 반증은 아니겠지...

 

 

**** 그런데 어제와 오늘 진짜 이상하다. 어제는 방문자수가 266이었고 오늘도 수상하다. 정상 수치가 아니다. 왜 그럴까? 왠지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 컴퓨터에 이상이 생겼나?

 

  • 오늘 228, 총 38183 방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첫눈에 반한 나무가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이 나무의 꽃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산딸나무.

 

천리포 수목원을 만든 민병갈이라는 분은 평생 그렇게나 목련을 사랑했다고 한다. 연전에 가본   천리포수목원에는 과연 온갖 종류의 목련꽃이 찬란하고 화려하게 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꽃을 그렇게나 사랑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는데 이제 그 마음을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겨우 산딸나무를 발견했다. 꽃이 채 열 송이도 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봄이 끝나가는 아쉬운 마음을 보태 사진을 찍었다.

 

 

 

 

 

 

 

 

 

역사학자 강판권은 어떤 책에서 이 산딸나무를 가리켜 '하얀 옷을 입은 천사'라고 했다. 기막힌 표현이다 싶어 그 어떤 책을 구매했다(66,300원). 아무래도 내가 산딸나무에 단단히 씌웠다고 밖에.

 

 

 

 

 

 

 

 

 

 

 

 

 

 

 

 

 

 

강판권의 책을 검색하다보니 이성복의 시 중에 이 분을 기리는 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 나무인간 강판권

                              

                                   이 성 복

 

언젠가 그가 말했다. 어렵고 막막한 시절

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큰 위안이었다고

(그것은 비정규직의 늦은 밤 무거운

가방으로 걸어 나오던 길 끝의 느티나무였을까)

 

그는 한번도 우리 사이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우연히 그를 보기 전엔 그가 있는 줄을 몰랐다

(어두운 실내에서 문득 커튼을 걷으면

거기, 한 그루 나무가 있듯이)

 

그는 누구에게도, 그 자신에게조차

짐이 되지 않았다

(나무가 저를 구박하거나

제 곁의 다른 나무를 경멸하지 않듯이)

 

도저히, 부탁하기 어려운 일을

부탁하러 갔을 때

그의 잎새는 또 잔잔히 떨리며 웃음 지었다

-아니 그건 제가 할 일이지요

 

어쩌면 그는 나무 얘기를 들려주러

우리에게 온 나무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무 얘기를 들으러 갔다가 나무가 된 사람

(그것은 우리의 섣부른 짐작일 테지만

나무들 사이에는 공공연한 비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주는 시이다. 영혼이 깃들인 나무 한 그루를 접견하는 기분이랄까. 위안을 받는다. 산딸나무 보다도 더욱. 산딸나무에게는 미안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남미편 2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소희의 남미여행 2편. 1편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2편은 꼭 사서 읽으리라 마음 먹었다. 좋은 여행을 하고 좋은 글을 쓰는 분한테 독자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지난 목요일, 동아리활동차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이 눈에 밟혀서 그만 빌려오고 말았다. 나를 유혹하는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장 강력했다고나 할까.

 

역시 재밌다. '사람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과정이 뭉클하고 매력적이다.

 

다만, 좀 모범적이랄까, 윤리적이랄까, 그런 단정한 모습이 강조된 듯싶어 약간 반감어린 질투심이 생기기도 했다. 아무래도 어린 아들과 함게 하는 여행이어서 그랬으리라. 부모의 역할이라는 게 있는 것이니까.

 

90일 간의 여행을 마칠 무렵, 지은이는 어떤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지은이가 읊조리는 구절을 읽고 나도 한동안 멍해지면서 마치 내가 이 여행을 마친 듯한 기분에 잠겼다.

 

(386).......아이마라에서 방으로 들어갈 때마다, 나는 이상한 감동에 사로잡히곤 했다. 방문을 열면 창문에서 변함없이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침대 곁에는 더러운 여행 가방이 놓여 있었는데, 그러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넘치는 것도 모자란 것도 없이, 나의 생은 거기 그대로 멈춰도 좋을 것만 같았다. 한 사람의 생에 꼭 필요한 소지품을 담은 가방 하나와 몸을 누이고 쉴 공간 외에 정작 더 무엇이 필요할까. 마치 한 자릿수 셈밖에 하지 못하는 초등 일학년생처럼 나의 생은 단순하고 편안해졌다. 더 넓고, 더 화려하고, 더 복잡한 기능들을 지닌 공간이나 삶이 왜 필요한지, 나는 순수하게 알지 못했다. '되었다'는 느낌은 방문을 열 때마다 반복되었다....

 

잠시 나의 평소 모토가 떠올라 피식 웃는다. '생활(살림)은 자취생처럼'  내 친구들은 전혀 귀담아 듣지 않지만...(이 부분을 이해 가능하도록 자세하게 쓰지 못해서 죄송. 책을 친절하게 소개해야 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병동 이야기 이숲의 과학 만화 시리즈
대릴 커닝엄 지음, 권예리 옮김, 함병주 / 이숲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각종 정신질환에 관한 만화책. 정확하게는 정신병동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경험했던 일을 만화로 그린 책. 호기심 보다는 새로운 뭔가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읽었다. 결과는, 만화라는 한계를 모르고 기대를 걸었다는 것.

 

치매, 망상, 자해, 반사회적 인격장애, 정신분열, 천재와 광인, 양극성 장애, 우울증, 자살 충동 등. 이 명칭들은  풀 이름, 나무 이름처럼 내게는 너무나 친숙한(?) 것들이다.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중에서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잖은가.

 

이 책이 의미가 있다면, 지은이에게는 이 책을 통해 삶의 무대로 다시 돌아올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지은이 자신도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다음 구절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160)...내 경험은 내게 국한된 것이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약물치료와 친구, 가족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결코 자신을 부끄러워하거나,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다면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라. 나의 재능과 희망은 무엇인가? 나의 꿈과 열망은 어떤 것인가? 바로 그것이 당신을 구원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구절.

 

(139)...자살이 남긴 파장은 끝없이 퍼져나간다. 가족, 친구, 지인, 낯선 이들에게까지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자살하면 평균 여섯 명이 그 죽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고인의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자녀들....'자살생존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세상에 남아 평생 괴로워한다. 영문도 모르는 채 내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늘 자책하며 살아간다.

 

제길, 오늘이 바로 5월 23일이다.

 

노무현.

 

 

'자살생존자'가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