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evenfinkl&logNo=220161230887

 

저렇게 대찬 급훈 한 번 걸어놓고 살고 싶다. 오늘도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붙들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얘기하는데 "제 생각을 그냥 말로 하는 건데 말도 못하나요?"하며 항변한다. 나중에서야 자신도 버릇없다는 점을 시인하긴 했지만...20분 넘게 걸렸다.

 

단어 시험보는데 뜻을 쓸 때 대충 영어로 얼버무리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는데도 그렇게 써놓고는 수업시간에 그렇게 설명하지 않았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덤비는 녀석이 있었다. 수업시간이면 엎드려 자기 일쑤에, 감정기복이 심해 감정상태를 보아가면서 눈 감아주거나 깨어주거나 해야 하는 강적의 녀석. 성적에는 민감해서 단어 하나에 온 몸을 불사르면서 전의를 불태우는 녀석을 대적하자니 속이 확 뒤집힌다.

 

존재감 없는 아이. 전혀 속을 썩이지 않으나 색깔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아이. 상대적으로 소외 받는 아이. 관심은 기울이나 좀처럼 관심 받기 어려운 너무나 조용한 아이...상담주간이라 어머니가 내교했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임을 다 해주세요."라고 부탁하고 간다. 공무원인 어머니의 공무원다운 부탁 말씀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리틀 양아치. 일 년을 무사하게 보내기 위해 내가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녀석. 퇴근 시간을 앞두고, 축구하다가 부상을 당했다고 사람들이 담임을 찾는다. 누가 남아서 축구를 하랬냐고 이 눔아.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걱정에 걱정을 듬뿍 담아 내 애타는 심정을 전한다. 이 녀석에게는 연애하는 연인처럼 달콤한 말로 위로하고 달래고 설득하고, 때로는 타혐해야 한다. 아, 힘든 녀석이다. 그럼에도 밉지 않은 녀석. 내 눈빛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녀석이기에. 그러나 이 녀석은 절대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없다. 강한 것 앞에서는 비굴해지고 약한 것들은 제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터득한 영악한 녀석. 아이에게서 이런 모습을 확인하는 건 슬픈 일이다. 그래서 양아치다.

 

속이 뒤집혀서 한바탕 토해내고 저녁을 굶은 채 안정제가 들어간 위장약을 먹고 잠들었다가 조금전에 일어났다. 이외수의 책에서 그랬다. 굶으면 정신이 더 맑아진다고. 실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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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만든 도자기가 드디어 나왔다. 세 차례에 걸쳐 도자기 연수를 받으며 내린 결론이란, 도자기를 빚는 게 그리 재밌지 않다는 것이다. 이걸 깨닫기 위해 세 번이나 연수를 받았다니...그것도 기초만. 기초가 잘 다져지지도 않는데 그래도 또 도자기 빚겠다고 덤빌지 모를 일.

 

 

 

문양은 이름의 이니셜인 ㄱ, ㅅ, ㅈ 을 새겨 넣었다. 이웃 사촌인 ㄱ,ㅅ,ㅈ 에게 주려고 만들었다. 내게는 사진만 남는 셈이지만 주인을 찾아주어서 기쁘다.

 

 

 

작은 신선놀음.

 

 

 

 이건 장난.

 

 

 

신선놀음+ 장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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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쪽....이외수: 예전 산속에서 수도하는 사람들은 하얀 빛깔의 편편한 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않아 있었다. 그 흰 돌 위에 올라가서 씻지 않고 4년 정도 그렇게 앉아 있으면 몸에 있는 모든 먼지와 때가 아래로 내려와 발뒤꿈치로 모인다. 뒤꿈치만 씻어주면 된다. 흰 돌을 살펴보면 전혀 더러워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땀이 나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도 신경 쓰지 않고 두면 땀이 때와 결합해서 살에 붙어 있다가 두껍게 딱지가 지고, 그 딱지가 떨어져나가면 어린아이 피부 같아진다. 고약한 냄새는 커녕 향이 난다. 향나무에서 나는 냄새와 같다. 

 

 

아침에 이 부분을 읽고 무릎을 치며 한참 웃었다. 이외수, 점점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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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딸과 주고 받은 문자 내용이다.

 

나: 딸,학원 몇시에 가? 저녁은? 엄마친구가 그러더라,수시는 그냥 다 떨어지는 거로 생각하라고. 기죽지마, 딸.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해.

 

☞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공부는 아버지가 싫어해.

 

☞ 내가 보기에 싫어한다기 보다는 너의 강한 의지를 기대하시는 거야. 세상을 이겨내는.

 

☞ 다른 학생이 힘들면 불쌍한 거고 내가 힘들면 의지가 약한 거고.

 

☞ 오해하지마 딸 네 지친 모습에 가슴이 쓰려 아버지라고 다를까 부모인데

 

☞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고 난 실패만 반복하겠지

 

☞ 실패해도 내 사랑하는 딸이야

 

☞ 하지만 내가 못 견디면 끝인데. 끝

 

☞ 끝이 어딨어. 슬픈 말 하지 말자. 엄마가 지켜줄거야.

 

☞ 아버지가 원하는 것: 순종하되 온실 속의 화초같으면 안되고 도전하되 여자들이 대부분 가는 쪽이며 취업과 전망이 좋은 곳이어야 함  다 모순적이야

 

☞ 굉장히 문과적인데 역시 자질이 좋아 아깝다 우리딸

 

☞ 재수하면 문과로 갈까

 

☞ ㅎㅎ찬성

 

☞ 문과 가면 뭐 먹고 살지

 

☞ 밥 없으면 빵 먹지

 

☞ 허 이런 느낌이구나

 

오후5시.  딸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로 가서 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교문밖에 서 있는 엄마를 본 딸이 왜 왔느냐고 물었다.

 

"왜긴. 공중낙하할까봐 왔지."

딸이 헤헤 웃는다.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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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lna 2014-10-3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만큼 살다보니 결판나기 전에는 복잡하고 질퍽한 문제도 결판난 후에 보면
더없이 간단하고 선명해 지는게, 나쁘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딸 수시, 수능 다 실패하고 패색 짙은 바둑판에 마지막돌 던지듯이 전문대
갔었지요.
올해 졸업하고 의무기록사로 대학병원에 다니며 하는말,
˝엄마, 의사보다 더 좋아. 이대로 정직원이나 됐음 좋겠당.˝

내가 즐길수 있는 것이면서 취직도 잘되는 것이 대학의 정답이긴 한데,
차선책도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데 취직이 어려운 것, 또는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취직이 잘되는 것... 전자가 취직이 잘 될 수도, 후자가 그분야가 좋아
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흔히 하는 말로 어떤 결과든 마음먹기에 달린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 할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나서 결과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관조하듯 편안히...
그 후는 그때 가서 생각해도 충분하니까,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라 생각
하면 그뿐, 기죽을 필요 없다고 봅니다. 아자아자!

nama 2014-10-30 23:30   좋아요 0 | URL
아래글에도 그런 말을 누군가 하고 있지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되는 대로 산다기 보다는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 살자는 얘기일 테죠.
늙어가는 사람은 그게 되는데 아직 10대인 딸에게 그걸 기대한다는 게 매우 부적절하고 어렵다는 점이지요.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길을 앞에 두고 노심초사하고 불안한 날들을 보내는 게 힘들지요. 그래도 견뎌내야 하겠지요.
인생 선배님, 감사드려요.ㅎㅎ

sabina 2014-10-3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루하루는 성실,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제 스타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은 편했는데 사회적인 잣대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나 봅니다.
아니면 하루하루의 성실이 부족했던지...

아이에게 어른같은 감정다스림을 바랄 수는 없지요.
그래서 고3은 고3엄마가 셋트처럼 필요합니다.
헤헤 웃을 수 있도록 중간중간 따뜻한 시선을 주는 좋은 셋트엄마가 있어서
잘 이겨낼 겁니다.





nama 2014-11-01 10:08   좋아요 0 | URL
잘 이겨내기를 물론 바랍니다만, 솔직하게는 딸이 제대로 실패하기를 바랍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야 실패를 경험한 엄마로서 하는 말이지요. 실패에 대한 내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른다면 더욱 좋겠지만...실패에 대한 욕망이 이리도 크다니...부모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박웅현의 글을 읽다보면 삶이 정리되는 기분이 된다. 위로 보다 차원이 높다.

 

 

 

 

 

 

 

 

 

 

 

 

 

 

 

밑줄은 마음으로 긋고 그냥 읽은 것으로 만족하고자 했으나 그래도 다음 구절은 베끼고 싶다. 

 

p.226....최근엔 젊은 사람들에게 '꿈 꾸지 말라'는 강의를 합니다. 제발 꿈 좀 꾸지 말라는 게 강의의 주요 포인트예요. 우리 제발 꿈꾸지 말고 삽시다. 꾸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지, 그런 작은 꿈을 꾸면서 삽시다. 교수가 되고 말 테야, 큰 사람이 될 거야, 꼭 대기업에 취직해 임원이 되겠어, 연봉 3억을 받겠어, 이런 꿈 좀 꾸지 말고 말입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지혜입니다. 맞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고, 인생은 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의 결과가 인생이 되는 겁니다.

 

이 글을 읽다가 떠오는 게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는 학생 본인과 부모의 진로희망을 써넣는 항목이 있다. 필수항목이라 무엇인가를 꼭 써넣어야 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황당한 꿈을 꾸지 않기 때문에 회사원, 교사, 공무원, 디자이너 등을 쓰거나 약간 공부가 되는 아이들은 의사, 검사 정도 이렇게 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교사'라는 말을 쓰지 말고 반드시 국어교사라거나 수학교사라거나 헤어디자이어, 의상디자이너...이렇게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해서 생활기록부를 쓰는 기간이 돌아오면 헛웃음을 치면서도 그 지시에 따르게 된다. 물론 아이들을 다그치면서.

 

웃기지 않은가. 중학교1학년짜리 아이한테 과목을 정해서 무슨 교사가 되고 싶은 지를 정하라는 게. 인생이 어떻게 바뀔 지 아무도 모르는데 교사도 그냥 교사가 아니고 과목을 정해서 꿈을 꾸라는 게. 꿈을 강요하는 시대, 그렇다고 꿈을 펼칠 수 있을만큼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기만이고 사기다.

 

 

선운사에 세워져 있다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글귀를 옯겨본다. 첫 문장부터 가슴에 철썩 달라붙는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불자들에게 들려준 <보왕삼매론>이라 한다. 검색해보니 책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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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0-2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기엔 이것저것 매일 되고 싶은 것들이 계속 바뀌는 꿈이 많은 아이들도 많고, 또 저처럼 별 생각이 없어서 이번엔 여기다 뭘 쓰지 싶은 아이들도 있을텐데, 둘 다 빈칸을 보면서 망설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 직업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지 않을까요. ^^;

nama 2014-10-27 16:17   좋아요 0 | URL
진로와 직업을 동일시하는 게 문제이지요. 이건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일관된 방향으로 스펙을 쌓아야 입시에 유리하다고 하여 이과면 이과 문과면 문과로 고정시키는데 이것도 문제라고 봐요. ....아이들에게도 일찍부터 직업만 강요하지 말고`되는 대로 살아라.`라고 말해주고 되는 대로 사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