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딸과 주고 받은 문자 내용이다.

 

나: 딸,학원 몇시에 가? 저녁은? 엄마친구가 그러더라,수시는 그냥 다 떨어지는 거로 생각하라고. 기죽지마, 딸.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해.

 

☞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공부는 아버지가 싫어해.

 

☞ 내가 보기에 싫어한다기 보다는 너의 강한 의지를 기대하시는 거야. 세상을 이겨내는.

 

☞ 다른 학생이 힘들면 불쌍한 거고 내가 힘들면 의지가 약한 거고.

 

☞ 오해하지마 딸 네 지친 모습에 가슴이 쓰려 아버지라고 다를까 부모인데

 

☞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고 난 실패만 반복하겠지

 

☞ 실패해도 내 사랑하는 딸이야

 

☞ 하지만 내가 못 견디면 끝인데. 끝

 

☞ 끝이 어딨어. 슬픈 말 하지 말자. 엄마가 지켜줄거야.

 

☞ 아버지가 원하는 것: 순종하되 온실 속의 화초같으면 안되고 도전하되 여자들이 대부분 가는 쪽이며 취업과 전망이 좋은 곳이어야 함  다 모순적이야

 

☞ 굉장히 문과적인데 역시 자질이 좋아 아깝다 우리딸

 

☞ 재수하면 문과로 갈까

 

☞ ㅎㅎ찬성

 

☞ 문과 가면 뭐 먹고 살지

 

☞ 밥 없으면 빵 먹지

 

☞ 허 이런 느낌이구나

 

오후5시.  딸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로 가서 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교문밖에 서 있는 엄마를 본 딸이 왜 왔느냐고 물었다.

 

"왜긴. 공중낙하할까봐 왔지."

딸이 헤헤 웃는다.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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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lna 2014-10-3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만큼 살다보니 결판나기 전에는 복잡하고 질퍽한 문제도 결판난 후에 보면
더없이 간단하고 선명해 지는게, 나쁘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딸 수시, 수능 다 실패하고 패색 짙은 바둑판에 마지막돌 던지듯이 전문대
갔었지요.
올해 졸업하고 의무기록사로 대학병원에 다니며 하는말,
˝엄마, 의사보다 더 좋아. 이대로 정직원이나 됐음 좋겠당.˝

내가 즐길수 있는 것이면서 취직도 잘되는 것이 대학의 정답이긴 한데,
차선책도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데 취직이 어려운 것, 또는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취직이 잘되는 것... 전자가 취직이 잘 될 수도, 후자가 그분야가 좋아
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흔히 하는 말로 어떤 결과든 마음먹기에 달린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 할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나서 결과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관조하듯 편안히...
그 후는 그때 가서 생각해도 충분하니까,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라 생각
하면 그뿐, 기죽을 필요 없다고 봅니다. 아자아자!

nama 2014-10-30 23:30   좋아요 0 | URL
아래글에도 그런 말을 누군가 하고 있지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되는 대로 산다기 보다는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 살자는 얘기일 테죠.
늙어가는 사람은 그게 되는데 아직 10대인 딸에게 그걸 기대한다는 게 매우 부적절하고 어렵다는 점이지요.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길을 앞에 두고 노심초사하고 불안한 날들을 보내는 게 힘들지요. 그래도 견뎌내야 하겠지요.
인생 선배님, 감사드려요.ㅎㅎ

sabina 2014-10-3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루하루는 성실,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제 스타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은 편했는데 사회적인 잣대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나 봅니다.
아니면 하루하루의 성실이 부족했던지...

아이에게 어른같은 감정다스림을 바랄 수는 없지요.
그래서 고3은 고3엄마가 셋트처럼 필요합니다.
헤헤 웃을 수 있도록 중간중간 따뜻한 시선을 주는 좋은 셋트엄마가 있어서
잘 이겨낼 겁니다.





nama 2014-11-01 10:08   좋아요 0 | URL
잘 이겨내기를 물론 바랍니다만, 솔직하게는 딸이 제대로 실패하기를 바랍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야 실패를 경험한 엄마로서 하는 말이지요. 실패에 대한 내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른다면 더욱 좋겠지만...실패에 대한 욕망이 이리도 크다니...부모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