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영어는 끝이 없다. (하기야 우리말도 그렇군!) 눈만 뜨면 새로운 단어가 날 기다리고 있다. 아니지. 내가 새로운 영어를 기다리고 있다. 요즘 영어가 조금 재밌어지고 있다. 20대 초반, 아버지의 강권 아닌 강압에 마지못해 시작한 영어가 이제서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니...나도 참 어지간하고, 한편 기특하기도 하다. 그래도 끝까지 잡고 있으니까.

 

영어를 좋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았다. 손 놓지 않고 꾸준히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들어주고 읽어주고 입으로 웅얼거리는데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내가 좋아하고 노력하는 만큼 영어가 날 좋아해주냐는 별개의 문제다. 때로는 짝사랑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는 걸 영어를 통해 배운다. 쓰고보니 처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체 영어가 뭣이기에.

 

(진짜) 일찍 출근해서 영어 공부로 하루를 시작한다. 금새 눈이 침침해지고 목은 밤새 잠겨서 소리가 마치 자갈밭을 구르는 듯 울퉁불퉁하다. 오늘은 좀 나아질까, 기대 같은 거, 안 한다. 실망이 두려워서다. 어떤 스님 말씀 처럼, '영어 공부는 도를 닦는 일이다.' 그저 묵묵히 듣고, 읽고, 웅얼거릴 뿐이다. 근데 이게 무슨 도를 닦는 거에 비할소냐. 그저 직업상 양심이라는 게 있어서 손을 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최근에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다.

 

 

 

 

 

 영어 공부하겠다고 이 책을 굳이 살 필요는 없을 듯하다. 교과서에 딱 한 페이지, 콩글리시가 나오는데 학부모 공개수업 때 이걸 풀어볼까 해서 구입했다. 정확한 표현을 써야겠지만 일단은 말이 통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가, 그래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긴 하다.

 

 

 

 

 

 

 

 

 

'기적'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쉽게 쓰다니...그럼에도 이 책 무지 귀엽다. 수학교사인 대학 후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0에서 1 사이에는 하늘의 별 만큼이나 무한한 수가 존재한다." 고.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 후배가 무척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학이 예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느낌을 이 책에서 받았다. 깨알같은 작디 작은 tip을 읽다보면 이 책이 귀엽다 못해 아름다워지기까지 한다. 영어가 쉽고 어렵고가 아니라, 영어에 대한 예의를 떠올리게 한다. 좋다, 이 책. 역시 기초가 중요하다.

 

 

 

 

 

고급영어라서 쉽게 이 책을 접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읽다보면 나 자신이 너무나 얄팍하게 보인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세를 반듯하게 한다. 두서없고 talkative 한 표현들을 한 칼로 제압하는 표현이 맘에 들지만, 글쎄 내 입에서 이런 품격있는 표현들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격을 올릴 때는 유용하겠다.

 

 

 

 

 

 

이런 책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내가 제일 많이 애시청하고 좋아하는 건 역시 bbc learningenglish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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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4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4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금과 사리. 그중 오늘은 사리라서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 들어왔다. 사리 때 고가도로 밑 도로는 바닷물에 잠기기도 한다. 도로 위까지 넘쳤던 물이 빠진 자리에는 물웅덩이가 생긴다. 물웅덩이에 비친 고가도로 속모습(천장)이 정갈하다. 별 걸 다 찍는데, 즐겁다.

 

 

유달리 맑고 깨끗한 오후.

 

 

박태기

 

 

박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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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기행 - 사하라에서 산티아고까지
김인자 지음 / 눈빛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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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가 봐야지.
지금까지 읽은 모로코 여행기중 최고.
맨 끝장의 이 말도 최고. ˝내게 여행은 밥이다. 아니, 심폐소생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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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2  한국의 백자 달항아리가 있다. 이 항아리는 쓸모 있는 도구였다는 점 외에도 겸손의 미덕에 최상의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항아리는 표면에 작은 흠들을 남겨둔 채로 불완전한 유약을 머금어 변형된 색을 가득 품고, 이상적인 타원형에서 벗어난 윤곽을 지님으로써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가마 속으로 뜻하지 않게 불순물이 들어가 표면 전체에 얼룩이 무작위로 퍼졌다. 이 항아리가 겸손한 이유는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여서다. 그 결함들은 항아리가 신분 상승을 향한 경주에 무관심하다고 시인할 뿐이다. 거기엔 자신을 과도하게 특별한 존재로 생각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지혜가 담겨 있다. 항아리는 궁색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존재에 만족할 뿐이다. 세속의 지위 때문에 오만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또는 이런저런 집단에서 인정받고자 안달하는 사람에게, 이런 항아리를 보는 경험의 용기는 물론이고 강렬한 감동을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겸손함의 이상을 확실히 목격함으로써 자신이 그로부터 멀어져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바탕은 진실하고 착하지만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방어하려고 되레 오만이 습관처럼 쌓인 사람이 이 달항아리를 찬찬히 살펴본다면 어쩔까.

 

 

 

손가락이 아파서 되도록 안 쓰려고 했는데 하도 답답해서 베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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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팅...night cherry meeting...밤벚꽃놀이 미팅을 일컫는 말이었다, 대학 때.

식구들에게, 동료들에게 슬쩍 이 단어를 던져보면 백이면 백,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70년대 말 창경원(창경궁)에는 벚꽃놀이가 대단했는데 특히 밤벚꽃놀이는 매우 화려하고 화사하다 못해 퇴폐적이기까지 했다. 그 분위기를 배경으로 대학생들의 미팅이 종종 이루어지곤 했는데 사실 미팅 자체는 그저 그랬다. 낯선 사람들끼리 밤벚꽃놀이를 즐기는 것은 심히 작위적인 행위다. 매우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낭만이라는 것이 조금은 남아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결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그래도 유독 이 나체팅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건 두번 다시 그런 어설프면서도 낭만적인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체팅,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면 이따금 떠오르는 추억거리이다. 단어 자체도 참 낭만적이지 싶다. 그런 대책없던 시절도 있었다. 각박하지 않았던 시절 얘기이다. 그 때 꽃비 내리던 나무 밑에서 <사랑의 종말>을 부르던 청년도 지금쯤 머리가 희끗하겠지.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로 시작되는 <사랑의 종말>. 벚꽃을 보면 늘 이 노래가 떠오른다, 사람보다도.

 

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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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4-1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나마님은 70년대 학번이란 말씀이시옵니까?

nama 2015-04-13 22:24   좋아요 0 | URL
70년대 끝해입니다. 박정희, 전두환이 집권하던 시절에 대학을 다녔답니다. 덕분에 휴교로 점철되던 대학 생활이었지요.

붉은돼지 2015-04-1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나름 좋은 점도 있었군요
나체팅 같은 것도 하고 말입니다 ㅋㅋㅋ

nama 2015-04-13 22:39   좋아요 0 | URL
`스펙`이란 단어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지요. 저는 요즘 이 `스펙`이란 단어가 제일 무서워요.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스펙을 쌓아야하는 요즘 아이들한테 미안해져요. 요런 세상 만드는 데 일조한 것 같기도 하고....저는 그래도 멍청하게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 멍청한 시절이 그립네요.

hnine 2015-04-14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전 저희 집 주위에 벚꽃이 아주 많았어요. 제가 살때 슬슬 조짐이 보이더니 지금은 그곳이 벚꽃길로 알려져서 요맘때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 되었더군요. 나체팅은 말만 들었지 한번도 해보질 못했어요. `팅`이라는 것 자체를 저는 별로 해본적이 없어서 두 손도 아니고 한 손 가지고도 횟수를 꼽고도 남네요.
nama님의 이 페이퍼는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을 페이퍼였지요? ^^

nama 2015-04-14 07:12   좋아요 0 | URL
네, 그래요. 근데 옛 얘기를 길게 하면 진짜 ˝꼰대˝가 될 가능성이 많아서 되도록 툭 던져버리고 말아요. 눈도 마음도 침침하기도 하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