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 하면 떠오르는 책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명성만으로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지만 아직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 읽을 것 같지도 않다.

 

이름으로 익히 들었던, 간혹 제과점에서 사먹기도 했던 그 '마들렌'을 드디어 만들 기회가 왔다. 오븐이 없다는 핑계로 한번도 직접 만들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때마침 이쪽 분야의 연수를 3일 간 받게 되었다. 그래봐야 수박 겉핥기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안 해본 짓을 해본다는 건 어쨌건 흥분되는 일이다.

 

레시피대로 만드니 대충 모양과 맛이 나와서 감격스러웠지만.....재료를 들여다보면 감격은 당혹감으로 바뀌고 당혹감은 분노로 바뀐다.

 

 재료명  비율(%) 질량(g) 
 박력분  100  544 
 설탕  100  544
 계란   100       544(11개)     
 버터  100 544 
 베이킹파우더  2 11 
 레몬쥬스  1   5
 소금 0.5   3
 코팅용 초콜릿    250

 

당혹감을 일으키는 저 '100'이라는 숫자. 박력분, 설탕, 계란, 버터의 양이 똑같다. 계란은 그렇다치고 결국 이 마들렌이라는 쿠키는 밀가루, 설탕, 버터로 이루어진 열량 덩어리라는 얘기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는 도저히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손이 자꾸 간다. 일단 맛있으니까.

 

식구들에게 먹으라고 풀어놓긴 했지만 고깃국에 후추치듯 한마디 던진다. "몸에 해로운 거야."

 

나쁜 음식은 나눠 먹어야 빨리 없어지는데 누구랑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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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8-10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램수를 보니 집에서 한 가족 정도 먹을 분량은 아닌 것 같아요. 대용량!
워낙 달달, 느끼, 고칼로리이기 때문에 이런 쿠키류는 우리 나라 스낵 먹듯이 하지 않고 한두개 맛 보는 정도로만 먹는거라는데 그게 참...^^
이런 연수도 받으셨군요. 재미있으셨겠어요. 집에 오븐은 있지만 마들렌 전용 틀이 없다는 이유로 저도 아직 한번도 안만들어봤어요.

nama 2015-08-11 08:49   좋아요 0 | URL
다쿠와즈도 만들었는데, 비록 재료는 험하지만(?) 맛은 기가 막히네요. 이런 맛이라면 얼마든지 살을 쪄주마, 하고 먹을 정도예요.^^
요즘엔 연수가 무척 다양해요. 커피 연수, 스킨스쿠버 연수, 스포츠댄스 연수, 오카리나 연수, 도자기 연수....오늘부터 한국이민사 연수를 받기 시작했답니다. 얼마나 졸리던지....
 

 

 

 

 

 

 

 

 

<호야>라는 식물이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키운지 10년 쯤 되었다. 발코니에서 자라다보니 꽃도 안쓰럽게 핀다. 사진 찍다가 떨어진 꽃잎마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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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5-08-0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호야꽃, 처음봅니다. 꽃잎을 겹쳐서 오므린 다른 꽃의 봉우리와는 달리 꽃잎허리를 꺾은
듯이 맞대고 있는 봉우리 끝이 야무지고 앙증맞네요.
3,4년 된 호야를 갖고 있는데, 꽃피우도록 잘 키워야 겠습니다. ^^
덕분에 특이하고 예쁜 꽃, 감상 잘 했습니다.

nama 2015-08-09 08:44   좋아요 0 | URL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공처럼 둥글게 뭉쳐 핀 호야꽃을 볼 수 있는데요. 저렇게 엉성하지가 않아요 ㅠㅠ 그래도 10년만에 피었으니 매우 기특합니다.
 

 

 

2년 전 대부도에서 찍은 사진....롯데가의 '왕자의 난'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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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을 기다리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한겨레신문에 토요일마다 실리는 <정희진의 어떤 메모> 때문이다. 톡톡 쏘는 글을 읽다보면 금세 기분이 상쾌해진다. 때론 가시같은 표현에 움찔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마디로 중독성이 강하다. 정희진의 칼럼을 읽어야 비로소 토요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은 오늘 신문에 실린 칼럼의 한 구절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02693.html

 

다짐해도 다짐해도 금세 잊혀지는 내 좌우명. ‘지구에 머무는 동안 타인과 자연에 민폐 끼치지 말고 조용히 사라지자.’ 그러므로 괴로움에 몸부림칠 일도 없다. 조금만 견디면 된다. 괴로운 시간은 대개 “인생은 대단하다. 고로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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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8-0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먼지가 되어 좋아합니다^^

nama 2015-08-02 20:44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이죠? 톡쏘고 딱 부러진 글이지요~~
 

오키나와의 강렬한 햇볕을 쬐고왔더니 심신이 여의치 않다. 이열치열이란 사자성어는 복날에 땀 흘리며 삼계탕 먹을 때나 쓰는 말이지 뜨거운 여행지에서 더위와 갈증과 싸워가면서 쓰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이열치열을 몸으로 직접 체득하기도 한다. 한여름 무더위에 속수무책일 때, '더워야 얼마나 덥겠어.'하면서 아궁이에 불을 때가며 3박 4일을 그 뜨끈한 방에서 더위와 싸웠더니 그 후부터는 아무리 더워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한여름에도 긴 소매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실험정신이 대단하지만 섵불리 흉내낼 일은 못된다. 그냥 내 식대로 산다.

 

피서법이 따로 있겠는가. 몸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수밖에. 나무늘보처럼. 그러다보면 오히려 더운 한여름에 집중이 잘된다. 무더위가 사람을 단순하게 하고, 단순해진 몸은 사고를 단순하게 한다. 물론 재미있는 책을 읽을 읽으면 최대의 피서법이 되지만 반대로 아주 재미없는 외국어 공부도 정신집중에 도움이 된다.(적어도 20대엔 그랬다는 얘기.)

 

 

 

 

작년에 도서관에 신청해놓은 책을 이제야 읽었다. 돈을 번다는 건 내 시간을 파는 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이 책. 예전 부모님과 함께 살 때, 딱 우리동네 사람들 얘기같다. 한여름 바람 잘 통하는 부엌 문지방에 앉아 책을 읽었던 기억도 나고.

 

 

 

 

 

 

 

 

 

 

 

여행 후유증을 이 책으로 달래다. 이제야 이 책을 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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