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 하면 떠오르는 책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명성만으로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지만 아직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 읽을 것 같지도 않다.
이름으로 익히 들었던, 간혹 제과점에서 사먹기도 했던 그 '마들렌'을 드디어 만들 기회가 왔다. 오븐이 없다는 핑계로 한번도 직접 만들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때마침 이쪽 분야의 연수를 3일 간 받게 되었다. 그래봐야 수박 겉핥기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안 해본 짓을 해본다는 건 어쨌건 흥분되는 일이다.
레시피대로 만드니 대충 모양과 맛이 나와서 감격스러웠지만.....재료를 들여다보면 감격은 당혹감으로 바뀌고 당혹감은 분노로 바뀐다.
재료명 |
비율(%) |
질량(g) |
박력분 |
100 |
544 |
설탕 |
100 |
544 |
계란 |
100 |
544(11개) |
버터 |
100 |
544 |
베이킹파우더 |
2 |
11 |
레몬쥬스 |
1 |
5 |
소금 |
0.5 |
3 |
코팅용 초콜릿 |
|
250 |
당혹감을 일으키는 저 '100'이라는 숫자. 박력분, 설탕, 계란, 버터의 양이 똑같다. 계란은 그렇다치고 결국 이 마들렌이라는 쿠키는 밀가루, 설탕, 버터로 이루어진 열량 덩어리라는 얘기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는 도저히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손이 자꾸 간다. 일단 맛있으니까.
식구들에게 먹으라고 풀어놓긴 했지만 고깃국에 후추치듯 한마디 던진다. "몸에 해로운 거야."
나쁜 음식은 나눠 먹어야 빨리 없어지는데 누구랑 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