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미치오의 책은 사지 않고 배길 수가 없다. 이미 고인이 된 분인데 마치 그가 살아돌아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잠시 행복해진다. 이 가슴 떨리는 책을 빨리 읽어버리지 않으려고 뜸을 들인다.

 

 

 알래스카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그의 편지글이 실렸기에 한번 베껴본다. 손가락 통증으로 손을 매우 아껴쓰느라고 밑반찬도 시장에서 사다 먹고 있는 판국이었는데, 오늘 병원에 가서 여러군데 주사를 맞고 왔더니 좀 살 만해졌다. 류마티스도 모자라 목디스크끼까지 있다나....이 노트북이 시선 저 아래에 있어서 긴 글도 못쓰겠다. 목디스크도 생활습관병으로 바른 자세가 중요하단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기에...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면 예전에 듣던 팝송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예전에는 멜로디에 취해 가사는 음미하지도 못했는데, 아니 가사 파악이 안됐는데 이제는 가사의 뜻이 귀에 잘 들어온다. 아, 이제는 종점을 향해 가고 있는데 이제서야 영어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글씨 쓰기도 한글보다 영어가 수월하다. 어른들 말씀에 '사람은 살만하게되면 죽게된다'고, 이제 영어가 마음에 들기 시작하는데 그 끝자락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련은 남지 않는데 왠지 쓸쓸해진다.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밥을 벌어 먹고 살았던 게 내내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이럴 때 호시노 미치오가 위안이 된다. 빨리 읽어야지.

 

*오자가 눈에 띄는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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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2 2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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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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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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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3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3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날씨는 꼭 영국의 겨울 날씨 같다. 오후 3시 반 정도에 찍은 사진인데 벌써부터 어둡다. 20년도 더 된 영국의 겨울여행이 떠오르는 날이다. 오후 3시만 되어도 캄캄해서 일정을 접고 숙소로 향해야 했었다. 일찍 들어간 숙소에서 저녁에 할 일이란...라디에이터에 등을 대고 몸을 녹이고, 빵집에서 사온 빵으로 일찌감치 저녁을 때우고, 잠자리에 드는 일이 전부였다. 잠은 원없이 실컷 잤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영국의 겨울 날씨가 그러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셋이 함께 한 여행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적인 여행이었지만 무모하고 대책없는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지만 말이다.

 

다시 영국을 여행한다면 아주 아주 많은 정보를 갖고 떠나게 되겠지만 여행에서 정보가 지나치면 재미가 반감된다. 수집한 정보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 정보를 확인하는 여행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적당히 길도 잃어야 되고 적당히 바가지도 쓰고 적당히 열도 받아야 되는 게 여행이다. 지나친 여행정보는 여행을 매끄럽게는 하겠지만 새로움을 만나는 기쁨을 저해하기도 한다.

 

다시 영국을 여행한다면, 이 책만큼은 다시 읽고 가리라.

 

 

 

 

 

 

 

 

 

 

 

 

 

 

이곳에 소개된 명소는 대부분 짧은 여행으로는 언감생심 가볼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읽을 만하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준다. 특히 영국의 유명한 인물들에 대한 얘기가 꽤 읽을 만하다. 가벼운 여행으로서는 얻을 수 없는 고급 정보여서 만약 영국을 여행하게 된다면 여행의 품격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러나 재미있게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아니 요즘 나의 가독능력이 부질해져서일 수도 있다. 류마티스 염증을 겨우 다스려놓았더니 다음엔 위장이 안 좋아지면서 더불어 불면증으로 이어지고, 불면증을 겨우 달랬더니 이번엔 잘 걸리지도 않는 감기에 걸렸다. 그러니 책 한 권 읽는데 하세월이다.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지나간 일을 말할 때 사용하는 수치가 점점 커진다. 커지는 수치에 비례하는 몸의 신호. 몸이 보내는 신호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아직 적응이 안 돼서인지 자꾸 하소연만 하게 된다. 이렇게 늙어선 안 된다는 다짐에 다짐을 더한다. 늙는 게 도대체 만만치가 않다. 사춘기도 당황스럽고 대략 난감이지만 갱년기는 더 황당하고 공격적이고 파괴적이다. 그것도 자신을 향한.

 

 

오늘은 17년 전에 인도를 함께 여행했던 분과 만나기로 했었다. 오전에는 출장도 있었다. 이래저래 약속을 취소했더니 하루종일 마음에 걸린다. 이런 영국의 겨울 같은 변덕스런 날씨에 휘둘려보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하는 뒤늦은 후회. 아직 덜 아프다는 얘긴가?

 

 

*** 창 밖으로 보이는 저 풍경도 머지않아 사라져버린다. 저 앞은 지금 신축 아파트 공사중이다. 책 속의 풍경보다 저 풍경을 더 즐겨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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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1-25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주마간산 격 기행문으로 채워진 책은 아니라는 신뢰가 가는 책이지요.
여기 저기 몸이 자꾸 신호를 보내는군요. 류마티스, 위장, 불면증, 모두 한큐에 해결되는 묘책이라도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마음까지 무거워지시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씀이라도 드려야하나요. 너무 말만 쉽게 하는 것 같아서요.
저도 엊그제, 저녁도 잘 먹고 한참 지나 잘때쯤 되어서 장이 꼬이기 시작 (제 고질적 증상),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났더니 다음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졌는데, 아프고 난 다음 얻는 것은 다시 태어난 느낌이라고, 남편에게 그랬어요.
오늘 인도 함께 여행하셨던 분 만나셔서 좋은 말씀 많이 나누셨기를 바랍니다.

nama 2017-11-25 20:36   좋아요 0 | URL
hnine님 덕분에 읽게 된 책이지요.^^

말씀만이라도 어딘가요. 괜한 걱정 끼쳐드리는 것 같아 송구스럽네요.
‘다시 태어난 느낌‘이 맞아요. 그런데 아픈 건 힘든 일이기도 해요. 마음과도 싸워야되구요.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하는 바람에 여운이 긴 하루였어요.

서니데이 2017-11-25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바람이 진짜 많이 불었어요. 비도 오고 번개도 쳤어요.
오후에 3시도 되기 전에 바깥이 밤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오늘은 영국의 겨울같은 날이었나봐요.
날씨가 점점 차가워집니다. 감기 빨리 나으시면 좋겠어요.
nama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nama 2017-11-25 20:33   좋아요 1 | URL
오전에 비가 오고 해가 나고, 다시 비가 오고...영국의 겨울 날씨였는데 오후엔 천둥까지 쳐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번개와 천둥이거든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지나치게 섬세하고 까칠할 것 같은 시인의 대화집. 진하면서도 달디 단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열심히 읽다가 끝부분에서는 성큼성큼 읽는다. 남자들의 '사랑' 얘기가 별로여서. 30대의 감수성으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 멀리 지나왔다.

 

몇 문장을 옮겨본다. 

 

술버릇이 있다면 집에 가는 길에 좀 걷는 편인데 꽃을 꺾어요. 꽃이 피는 계절에는 그렇죠. 그래서 가방 밑에는 꽃잎 마른 것들이 수두룩.

 

 

확실히 한 곳에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많은 사람. 비행기건, 차건, 기차건 고속으로 어디를 가는 사람. 그렇게 어딘가에 도착해서도 또다시 다른 곳에 갈 궁리를 하는 사람이에요. 끝없이, 끊임없이.....그렇게 다녀야 힘이 생기는 사람인 거죠. 그게 동력이 되는 사람이구요.

 

 

질문: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글을 가지고 책을 편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점이세요?

답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쓸 수 있는 시각을 가졌는지,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지, 더 중요한 건 자기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지를 봐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한테 관심이 있으면 안 보이는 것까지를 보게 되지요. 자기한테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나 자기 세계에만 엄청난 것들을 쌓아두는 사람이라면 어떤 작가든 실패하겠지요. 가벼운 에세이를 쓰더라도, 자기 이야기는 물론 남의 이야기를 쓰더라도, 자기 안에 꼭꼭 갇혀 있는 사람은 그 씨앗이 발아를 못해요. 출판 일을 하면서 그 점을 많이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어떤 원고의 방향을 평가할 때도, 글을 손 볼 때도 그런 부분이 중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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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호를 '당신은 모를 것이다, 내 아픔과 고통을'으로 읽는다. 타인의 아픔에 동정은 할 수 있지만 그 아픔을 오롯이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큰 소리로, 아무리 간절하게 호소해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던지는 마지막 말이 바로 '당신은 모른다'이다. 절절하면서도 체념이 섞인 호소가 되지만 그래도 타인은 결국 타인으로 남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몸도 더 아파오는 듯했다. 기분도 많이 가라앉았다. 그래도 끝까지 읽는 게 아픈 사람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음 씀씀이가 아닐까 싶어, 착찹한 마음으로 끝까지 읽어나갔다. 안구 마우스로 힘들게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노력에 비하면 읽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함께 실린 소설에서 다소 거친 표현에 어리둥절했지만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읽기가, 페이퍼의 몇 줄이 저자에게 작은 즐거움이라도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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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스타
해티 달튼 감독, 제이제이 페일드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다큐 같은 영상과 시시껄렁한 대사로 이어지는 영화를 계속 봐야하느냐는 고민이 예기치 않은 감동으로 머리와 가슴을 가격. 컴버배치의 연기에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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