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섬세하고 까칠할 것 같은 시인의 대화집. 진하면서도 달디 단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열심히 읽다가 끝부분에서는 성큼성큼 읽는다. 남자들의 '사랑' 얘기가 별로여서. 30대의 감수성으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 멀리 지나왔다.
몇 문장을 옮겨본다.
술버릇이 있다면 집에 가는 길에 좀 걷는 편인데 꽃을 꺾어요. 꽃이 피는 계절에는 그렇죠. 그래서 가방 밑에는 꽃잎 마른 것들이 수두룩.
확실히 한 곳에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많은 사람. 비행기건, 차건, 기차건 고속으로 어디를 가는 사람. 그렇게 어딘가에 도착해서도 또다시 다른 곳에 갈 궁리를 하는 사람이에요. 끝없이, 끊임없이.....그렇게 다녀야 힘이 생기는 사람인 거죠. 그게 동력이 되는 사람이구요.
질문: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글을 가지고 책을 편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점이세요?
답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쓸 수 있는 시각을 가졌는지,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지, 더 중요한 건 자기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지를 봐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한테 관심이 있으면 안 보이는 것까지를 보게 되지요. 자기한테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나 자기 세계에만 엄청난 것들을 쌓아두는 사람이라면 어떤 작가든 실패하겠지요. 가벼운 에세이를 쓰더라도, 자기 이야기는 물론 남의 이야기를 쓰더라도, 자기 안에 꼭꼭 갇혀 있는 사람은 그 씨앗이 발아를 못해요. 출판 일을 하면서 그 점을 많이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어떤 원고의 방향을 평가할 때도, 글을 손 볼 때도 그런 부분이 중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