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용실에 싫증이 나서 번화한 동네에 있는 잘 나가는 미용실에 갔더니 헤어커트가 우리 동네보다 4천 원이나 비쌌다. 갑자기 급소심해져서 발길을 돌렸다. ...엇그제 일이다.

 

어제는 어디를 갔다오는데 번화한 거리에서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전단지를 받아줘야 할머니 일이 빨리 끝나지 싶어 적극적으로 받아들고 보니, 미용실 홍보지였다. 엉? 첫 방문 커트가 단돈 5천 원?

 

카운터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바깥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손님이 없으니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며칠 전 네 잎 클로버를 찾았더니 이런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군. ㅎㅎㅎ

 

젊은, 아니 내 눈에는 어린, 미용사 아가씨가 착실하게 머리를 만져 주었다. 미용사 아가씨가 묻는다. 취미가 뭐냐고. 글쎄요...독서와 산책이라고 할까요. 자신은 선물 중에 책선물이 싫고 책 중에는 자기계발서가 싫다고. 차라리 스토리가 있는 책이 더 좋단다. 으흠,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커트가 끝난 후 굳이 드라이까지 할 필요가 없노라고 확실하게 의사전달을 했는데도 이 아가씨 친절하게 끝까지 책임을 다한다. 늘 그런 건지 오늘만 그런 건지 몰라도 드넓은 가게 안이 썰렁하다. 옆 미용실엔 손님들로 북적거리던데.

 

카운터. 첫방문 커트니까 현금 5,000원이란다. 만 원짜리 지폐를 내밀며, 그냥 받으세요, 했더니 고맙다며 해맑은 웃음을 선사하는 미용사 아가씨. 원래 가격이 12,000원이니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마땅하지 싶었다.

 

부디 오래 버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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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먹으러 영흥도에 갔다. 만두 1인 분은 싸올 요량으로 빈 용기를 들고 가서 주문했다. 아직 빈 그릇 들고 오는 사람은 없는지 주인장이 어색해한다. 어린 시절, 한여름에 얼음 사러 빈 양재기 들고 가던 일, 막걸리 사러 빈 주전자 들고 가던 일...등이 떠올랐다. 플라스틱 없던 시절에도 잘만 살았는데... 생각하면 이까짓 일쯤.

 

 

기껏 칼국수 먹으러 비싼 휘발유 써가며 영흥도에 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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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4-0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양은냄비 들고 떡볶이 받아 온 기억이 생생하네요~

nama 2019-04-10 09:57   좋아요 0 | URL
떡볶이까지는 모르겠군요. 미군부대에서 나온 꿀꿀이죽은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ㅎ
 

 

책은 읽되 잡다한 기록은 가급적 삼가고 있는데 마침 이런 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십 대 청년들에게도 말했던 내용이다. 글쓰기를 연습하고 스펙도 쌓을 겸 서평단이나 기자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이들을 본다. 그런데 쏟아지는 인터넷 서평이나 기사에서 한 존재가 드러난 글, 목소리가 생생한 글은 드물다. 책의 서문을 요약하거나 좋은 구절을 정리한 고만고만한 글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안 쓰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글쓰기는 감각의 문제다. 남의 정신에 익숙해질수록 자기 정신은 낯설어 보인다. 들쑥날쑥한 자기 생각을 붙들고 다듬기보다 이미 검증된 남의 생각을 적당히 흉내 내는 글쓰기라면 나는 말리고 싶은 것이다.                 -139쪽

 

 

'고만고만한 글'도 부지런해야 쓰는 것이지만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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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3-1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입니다. 모국어지만 생각하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글과 말로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nama님, 오늘은 공기가 조금 차가운 일요일이예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nama 2019-03-18 06:49   좋아요 1 | URL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렵지만, 그냥 책만 읽는다고 나오는 건 아니지요.
즐거운 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산청 남사예담촌.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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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의 책을 몇 권 읽다보니 반복해서 등장하는 말씀이 눈에 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그리고 성철 스님의 생가터에 세워진 갑외사에서도 만난 법어, '자기를 바로 봅시다'. 

 

 

(산청 갑외사)

 

 

자기를 바로 봅시다 (1982년 부처님오신날 법어)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는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합니다. 설사 허공이 무너지고 땅이 없어져도 자기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유형, 무형 할 것 없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자기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만일 자기 밖에서 진리를 구하면, 이는 바다 밖에서 물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본래 순금입니다. 욕심이 마음의 눈을 가려 순금을 잡철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나만을 위하는 생각을 버리고 힘을 다하여 남을 도웁시다. 욕심이 자취를 감추면 마음의 눈이 열려서, 순금인 자기를 바로 보게 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 함께 길이길이 축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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