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9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임용택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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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이 존재하는 한 이 소설도 살아남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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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 실린 '두 과학자의 자살'이라는 칼럼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21608.html

 

몇 문장만 인용해도 이 칼럼이 뜻하는 바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숭례문 복원에 사용된 나무가 국내산인지 검증하는 일을 맡았던 목재연륜 분야 국내 최고의 권위자 박아무개 교수의 자살과 2008년 당시 광우병 위험을 알렸던 수의사 박상표의 자살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우리 사회는 정치사회적으로 극히 민감한 사안에 대한 법, 의학, 물리학, 각종 공학 전공자들의 정당한 의문이나 판단을 경청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소신을 고집하면서 사회에 경고를 보내는 전문가들을 조직 부적응자로 몰아가거나 최근에는 종북이라는 딱지까지 붙인다. 황우석 사태 이후 4대강, 삼성 백혈병 사고, 천안함 사고, 원전 사고 등 과학기술자들의 전문성과 판단이 필요한 일이 계속 발생했는데, 그 사안의 진실을 잘 알고 있을 전문가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칼럼을 신문에서 오려두고는 그간 미루었던 책을 읽기로 마음 먹고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다.

 

 

 

 

 

 

 

 

 

 

 

 

 

 

소신있는 과학자로 살다간 다카기 진자부로의 자서전쯤 되는 책으로, 이미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위의 칼럼에 자극을 받아서였다. 과학자의 자살이라는 초점에 맞추어서 이 책을 훑어가다보니 다음의 구절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227쪽) 과학자들이 일시적이고 독선적인 자국.자민족의 이해의 노예가 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과학자는 이성적이고 보편적인 입장에서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생각하고 연구하고 활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스스로 자기 내면에 인류로서의 도덕적 의식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학자는 자기가 이루어놓은 연구와 개발의 성과에 대해서 인류의 일원으로 또 지역사회에 사는 시민의 일원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영지를 지닌 과학자에게 주어진 길이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소신있는 과학자가 있을 텐데 위 칼럼마따나 '진실을 잘 알고 있을 전문가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인 다카기가 처믕부터 이런 과학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니었다. 인생의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과학자 본연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는 대학의 교수직을 사퇴한 내용도 나온다.

 

(117) 실험과학자로서, 나 또한 상아탑 안의 실험실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 자체를 실험실로 삼아,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어민들과 불도저 앞에서 눈물 흘리는 농민의 처지를 내 것으로 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나가자, 나는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127)..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길을 가는 것 외에 따로 살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농민들, 어민들과 함께 하는 반원전 혹은 탈원전 운동과정은 지금 밀양에서 일어나는 일과 매우 흡사한 과정을 겪는다.

 

(143)...눈앞에 제기된 문제로부터 도피하지 않을 것, 어떠한 조직이나 권위에 대해서도 자신의 독립을 유지하고 모든 문제에 지적 성실성을 가지고 대처할 것....

 

원전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양심적인 말도 눈에 들어온다.

 

(201)원전이 기술적으로 핵무기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강대국들이 경제적으로 전혀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 위험이 큰 핵산업에 국가 주도로 대량투자를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핵무기개발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따라서 원자력문제의 바탕에는 항상 그러한 국제정치의 역학이 깔려있으며, 기술 자체가 국가기밀에 속하기 때문에 항상 기밀성,폐쇄성이 뒤따른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과 같은 중앙집권형의 거대기술을 국가나 대기업이 일단 보유하게 되면 핵무기의 보유와는 별도로, 에너지 시장이나 에너지 공급관리에 있어서 거대한 지배력, 즉 권력을 갖게 된다. 거의 모든 정부가 풍력이나 바이오매스, 태양전지 같은 지역분산형 테크놀로지를 경시하고 우선 원자력산업에 참가한 것은 이러한 중앙집권적인 성격 내지는 지배력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밑바닥에는 거대테크놀로지와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서로를 허용할 수 있는가라는 현대의 보편적인 문제가 관계하고 있다.

 

(188) 요컨대, 개인의 인권이나 사상을 바탕으로 해서 국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밑에 개인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사상이다. 에너지정책을 말할 때에는 개개인이 어떤 에너지정책을 희망하는가 하는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두서 없는 인용이지만 하나만 더.

 

(123) 모든 측면에서 우리 일본인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이나 윤리의 문제로 환원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그들은(독일인) 항상 시스템의 문제로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크게 배웠다.

 

 

인용만이 내가 이 책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다카기 진자부로가 친구에게서 받았다는 어느 스님의 글씨액자,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진지한 마음으로>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십중팔구 이루어진다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무엇이든지 재미있다

진지한 마음으로 하면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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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2-02 0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책을 읽으셨군요.
이 책이 제대로 널리 사랑받으며
많은 이들 마음을 울릴 수 있으면
참 좋으리라 생각해요.

nama 2014-02-02 08:23   좋아요 1 | URL
깨달음과 용기를 주는
이런 책은 널리 읽혀야해요.
세상의 좋은 스승들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구요.
 

 

 

 

내가 이런 사진을 올릴 줄이야. 부모에게서 독립한 후로 난생 처음 독자적으로(?) 만든 만두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나 독자적이라는 단어에는 어폐가 있으니, 사실 만두피는 시중에서 구입한 것에 불과하다. 만두속도 남편과 함께 준비했으니 이것도 내가 혼자서 만들었다고 할 수도 없다.

 

쉰 살이 넘은 지도 오래건만 아직까지 밀가루 반죽을 해서 칼국수를 만든다거나, 빵을 굽는다거나 하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건 순전히 타인의 힘으로 살아온 셈이다.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는 정말 부지런하셨다. 구정 무렵이 되면 엿을 고고, 두부를 만들고, 직접 만든 도토리 가루로 도토리묵도 쑤고, 쌀 뻥튀기로 산자도 자루째 만들곤 하셨다. 그리고 만두쯤이야 일도 아니었으니 한번 만들었다 하면 일이백 개는 보통이었다. 이 모든 작업을 직접 눈으로 보고, 옆에서 거들었지만(마지못해) 나는 지금 그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

 

정말 한심한 건 그러고도 나는 우리 부모세대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도 담글 줄 모르고 동치미조차도 제대로 담그지 못한다. 이런저런 재래식 노동(?)에서 벗어난 걸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고 그저 무사안일하게 필요한 건 돈으로 해결하고 만다.

 

만들어보면 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시중에서 파는 식품들이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을. 이러다보니 굳이 시간과 힘을 들여기며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점점 더 게을러지고 기초적인 먹거리인 된장이나 고추장 담그는 일 같은 건 아예 꿈도 꾸지 않는다.

 

나는 그나마 부지런한 어머니 덕분에 옆에서 보기라도 했지만, 나같은 게으른 엄마를 둔 딸아이는 본 것도 없으니 도대체 이게 잘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보다 훨씬 많은 교육을 받았고, 딸아이는 앞으로 나보다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울 터이지만, 먹거리 만드는 일에는 안타깝게도 딸아이는 나보다  훨씬 더 질 낮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고도 지금의 나처럼 더 잘 살고 있다고 믿게 되겠지.

 

지금의 내 삶이 부모세대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더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부모세대보다 훨씬 소극적이며 파편적이고 비겁하고 안일하다. 그래서 몹시 부끄럽다.

 

만두를 빚는 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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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1-2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 생활 하시면서 언제 밀가루 직접 반죽해서 칼국수, 만두 해드시겠어요. 만두속 직접 만드는 것만 해도 일이실텐데요. 저 어렸을때 집에 할머니 계실때는 집에서 만두 직접 해먹었는데, 할머니 돌아가신 후 직장 생활 하시는 어머니와는 한번도 만두를 만들어 먹은 적이 없어요. 늘 냉동만두 사다주셨지요 ^^ 예전의 추억이 아쉬워서일까요, 저도 요즘 집에서 만두를 직접 만들어서 식구들 주는데 그때 그때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듭니다. 말씀하신대로 사서 먹는게 비용과 수고 면에서 훨씬 절약이지요.
아, 그런데 만두 참 먹음직스럽게 잘 빚으셨네요. 저도 지난번에 해먹고 남은 만두속이 좀 있는데, 오늘 낮엔 굴림만두 (만두피 없이 만드는 만두)나 해서 아이 점심으로 줘야겠어요.

nama 2014-01-29 19:28   좋아요 0 | URL
오호, 굴림만두라는 게 있군요.
저희 어머니는 늘 만두를 수백 개씩 빚었는데 마지막 단계인 모양내는 일은 제 몫이었어요. 사실 제일 쉬운 일이지요. 바람떡처럼 속은 살짝 덜 넣고 바람을 적당히 넣어 모양내는데 주력하다보니 실제 속이 썰렁한 바람만두가 되고 말지요. 그때는 눈 비벼가며 하품해가며 마지못해 하곤 했지요. 못된 딸이었다고나 할까요.
 

지난 번 녀석에게 헌 책만 보낸 게 마음에 걸려 새 책을 보냈다. 녀석이 제주도에 가 있으니 기왕 간 거 제주도나 실컷 돌아다니다 오라는 의미에서 제주 여행에 관한 책을 골랐다. 녀석은 기질상 무엇인가에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그 기질을 잘 살리면 이름 석 자는 남길 수 있을 텐데 아직 그게 뭔지 모른다. 그걸 탐구하려는 의지조차 없다. 가정형편이 좀 더 좋았더라면, 그래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더라면 그 기질을 제대로 꽃 피울 수 있을 텐데...이 아쉬움과 안타까움 때문에 나는 녀석의 무례와 불응을 참아내곤 했다.

 

 

 

 

 

이 책을 보낸다만, 녀석에게 자전거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곳이 자기집이 아니니 없을 수도 있을 텐데 괜히 허파에 바람만 불어넣는 격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나의 일방적인 바람이 되는 건 아닌지 어떤지 모르겠다.

 

 

 

 

 

 

 

 

 

 

 

 

 

 

 

 

 

 

맛보기로 딱 세 권 보냈다. 내 옆의 동료에게 이 책을 권했더니 좋은 책이라며 20권 전 권을 구입하더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문을 내서 역시 한 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물론 내 딸아이에게도 초등학교 때부터 연차적으로 구입해서 전 권을 다 사주었다. 지금도 틈만나면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다. 초등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니 고맙기도 한 책이다.

 

녀석이 자전거에 미쳐 제주도를 제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녀석이 역사에 미쳐 게임 대신 밤 새 역사책을 읽어서 시뻘건 눈으로 등교하거나 까짓 하루 이틀 쯤 지각이라도 한다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책을 보냈는데 예상대로, 늘 그래왔듯 녀석에게서 책 잘 받았다는 문자조차 없었다.

물론 지난 번에 녀석에게서 온 문자를 보고 감동에 젖어 이런 말을 하긴 했었다, 내가.

'이 문자를 기억하리. 그리고 다 잊으리. 그간의 불응과 무례와 굳게 다물었던 입을.'

 

눈 앞의 작은 기대야 까짓 서운한 마음만 접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녀석의 그 숨은 자질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다. 아까운 수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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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박노해 사진)

 

'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를 아, 이렇게 한마디로 말할 수 있구나. '걷는 독서'

 

사진엽서인데 사진에 대한 설명글이 있어 옮겨본다.

 

'눈 덮인 자그라스 산맥을 달려온 바람은 맑다. 따사로운 햇살은 파릇한 밀싹을 어루만지고 그는 지금 자신의 두 발로 대지에 입 맞추며 오래된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선조들의 복장과 걸음과 음정 그대로 묵독 이전의 낭송 전통으로 걷는 독서.'

 

 

***이렇게 아무런 허락없이 사진을 올렸으니 좋은 일 하나 하고 싶어진다.

박노해 사진전이 열린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 친구들 불러내서 가봐야겠다.

 

http://www.anotherw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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