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이런 사진을 올릴 줄이야. 부모에게서 독립한 후로 난생 처음 독자적으로(?) 만든 만두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나 독자적이라는 단어에는 어폐가 있으니, 사실 만두피는 시중에서 구입한 것에 불과하다. 만두속도 남편과 함께 준비했으니 이것도 내가 혼자서 만들었다고 할 수도 없다.
쉰 살이 넘은 지도 오래건만 아직까지 밀가루 반죽을 해서 칼국수를 만든다거나, 빵을 굽는다거나 하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건 순전히 타인의 힘으로 살아온 셈이다.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는 정말 부지런하셨다. 구정 무렵이 되면 엿을 고고, 두부를 만들고, 직접 만든 도토리 가루로 도토리묵도 쑤고, 쌀 뻥튀기로 산자도 자루째 만들곤 하셨다. 그리고 만두쯤이야 일도 아니었으니 한번 만들었다 하면 일이백 개는 보통이었다. 이 모든 작업을 직접 눈으로 보고, 옆에서 거들었지만(마지못해) 나는 지금 그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
정말 한심한 건 그러고도 나는 우리 부모세대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도 담글 줄 모르고 동치미조차도 제대로 담그지 못한다. 이런저런 재래식 노동(?)에서 벗어난 걸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고 그저 무사안일하게 필요한 건 돈으로 해결하고 만다.
만들어보면 안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시중에서 파는 식품들이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을. 이러다보니 굳이 시간과 힘을 들여기며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점점 더 게을러지고 기초적인 먹거리인 된장이나 고추장 담그는 일 같은 건 아예 꿈도 꾸지 않는다.
나는 그나마 부지런한 어머니 덕분에 옆에서 보기라도 했지만, 나같은 게으른 엄마를 둔 딸아이는 본 것도 없으니 도대체 이게 잘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보다 훨씬 많은 교육을 받았고, 딸아이는 앞으로 나보다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울 터이지만, 먹거리 만드는 일에는 안타깝게도 딸아이는 나보다 훨씬 더 질 낮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고도 지금의 나처럼 더 잘 살고 있다고 믿게 되겠지.
지금의 내 삶이 부모세대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더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부모세대보다 훨씬 소극적이며 파편적이고 비겁하고 안일하다. 그래서 몹시 부끄럽다.
만두를 빚는 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