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이 프랜드
피터 호튼 감독, 브래드 렌프로 외 출연 / 클레버컴퍼니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The Cure , 1995년 작품.

예전에, 그러니까 vtr이 있었던 시절에는 이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구입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얼추 10년 전의 일이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문명의 이기들이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는 바람에 비디오테이프 시절은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지나간 비디오테이프를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기기가 없어서 볼 수도 없는 것들 속에 이 영화도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다행히 근래에 dvd로 재탄생한 덕분에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dvd를 구입한 건 물론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편의 영화가 주는 감동에 기대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는 아이들 모습이 이렇다. 수학문제를 풀면서 틈틈이 화면을 들여다보는 아이, 아예 처음부터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슬며시 잠이 들어버린 아이, 휴대폰 가지고 놀다가 내가 지르는 꽥 소리에 움츠러드는 아이, 지루한 척하다가도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눈을 반짝이는 아이, 그래도 묵묵히 화면에 집중하는 아이....20명도 안 되는 아이들의 영화 감상 모습이 참으로 다양하다.

 

영화를 보여주면서도, 이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를 끊임없이 회의하게 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는 것을 오늘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듯이 아이들 역시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니 내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니었나보다.

 

10년 후에 다시 보아도 감동을 주는 영화, 명화라는 게 이런 영화일 터. 허나 궁금해서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주인공 중의 한 명인 브레드 렌프로는 이미 고인이 되어 있었다. (1982~2008) 사인은 헤로인의 과잉 섭취라나. 에이즈에 걸린 소년역을 맡았던 조셉 마젤로는 다행히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역의 아나벨라 시오라는 그러고보니 나와 연배가 같다. 잘 살고 있나?

 

오늘 동아리활동은 이 영화로 때웠는데 다음에는 또 무엇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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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자살을 소재로 한 영화로 교원증만 제시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해서 방금 보고 왔는데, 뭐랄까...영화라기 보다는 마치 연수를 받고 온 기분이 든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어려운 일임을, 내가 그런 자리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극장의 옆좌석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것 처럼 작년에 같은 교무실에서 일 년을 함께 보낸 동료교사가 남편과 함께 앉아 있었다. 졸지에 부부동반 영화관람을 한 셈인데 그분들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을 터.

 

그래, 이런 영화를 교사들에게 무료로 관람하게 하는 건 잘한 일이다. 진정한 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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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우리처럼 중학교 2학년이 제일 무서운 학년인가보다 했더니 원래 중2 신드롬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진위는 모르겠지만 중학교2학년 시절이 인생(?)에서 제일 철없고, 제일 팔팔하고, 제일 제멋대로이고, 제일 즐거운 시절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간관계형성에 제일 민감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무수한 '제일'의 시기를 거치기 때문에 이 시기 자체가 지각변동과 맞먹는 격동의 연속이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절이다.

 

수 년 전 일이다. 신설 학교여서 교실에는 새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살펴보니 컴퓨터에 있는 중요 부품이 사라져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학급 아이들에게는 없던 일로 할테니 가져간 사람은 이 부품을 조용히 갖다놓거라 했다. 며칠이 흘렀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결국 범인 색출을 위해 무기명 설문지를 돌렸더니 몇 명이 평소에 컴퓨터 박사로 불리는 한 남학생을 지영했고, 어떤 쪽지에는 "00번 사물함에 갖다 놓았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름이 거론된 녀석에게 물었더니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여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심증이 아닌 물증이 필요했다. 그리고 과연 그 '00번사물함'에 누군가 부품을 갖다 놓았다. 그러나 도난당한 부품이 아니라 그 비슷한 중고부품이었는데 컴퓨터에 장착해보니 작동하지 않았다. 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무기명 설문지였지만 하나하나 필적 감정에 들어가보니 속속 쪽지 임자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맨 나중에는 서로 자기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지 3~4장이 남았다. 조용히 교무실로 불러 재차 본인 확인에 들어가서 결국에는 "00번 사물함에 갖다 놓았음"이라고 쓴 쪽지의 주인을 밝혀냈다. 역시나 컴퓨터 박사가 범인이었으나 이 녀석은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전혀 미안한 기색이나 죄책감이 없었다. 담담하고 무표정했다. 섬뜩했다. 한바탕 형사놀이를 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이 일과 몇 몇의 비슷한 일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래, 아이들이 깜찍하고 무섭지. 절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을 때가 많지....하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파고들어가면 밝혀지기도 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왕따학생의 죽음을  절묘한 이야기로 풀어낸 오쿠다 히데오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이 책의 줄거리인데 보일듯이 보일듯이 조금씩 비밀을 풀어내는 솜씨가 감질나면서도 재밌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끝까지 가서야 마침내 사실의 전모가 밝혀지고 마는데 정말 끝까지 독자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야 작가에게서 벗어나는데 마침내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렇게 외치게 된다.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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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는 매혹적인 명자꽃은 여인네들의 가슴에 바람기를 일으켜서 집을 나가게 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예전에 지체있는 가문에서는 명자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았다고 한다.

 

퇴근하면서 명자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와서 접시에 담갔다. 사흘을 지켜보며 가슴에 바람과 불을 지펴보았다.

 

봄이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하루

 

 

 

이틀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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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4-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도 예쁘지만 꽃을 꽂아놓으신 배치가 참 멋있습니다.
접시는 혹시 직접 만드신거 맞는지요?
사진도, 배경도, 탐나요.

nama 2014-04-02 21:54   좋아요 0 | URL
ㅎㅎ 접시는 그릇 안쪽에 꼭 한 송이를 꽂을 수 있는 고리가 달려 있는 기성품이구요.
배경은 전원을 끈 텔레비전입니다.
예술은 장난이라던가요...
 

이번들어 벌써 세 번째이다. 지난 목요일 오전 8시에 당일배송으로 책을 주문했다. 늦어도 금요일에는 책을 받아볼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오지 않았다. 지난 몇 번의 경험으로보아 그러면 토요일인 오늘 아침에는 올 줄 알았다. 고3 딸아이의 참고서라서 딸아이는 보채는데 책은 오지 않고...배송추적을 검색해보면 '상품수령'이라고 뜬다. 나는 분명 책을 받지 않았는데 '상품수령'이라고 뜨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요즘 매번 이런 식이다.

 

이렇게 쓰고 있는데 방금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배달하시는 분은 60대가 넘는(아마 70대?) 늙수그레한 아저씨였다. 말 한 마디 없이 배달서적을 불쑥 내미는 아저씨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차마 뭐라고 한 마디 하지 못했다. 밖에는 비가 뿌리는데 토요일 저녁에도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 입장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당일배송이라는 게, 배달하는 사람을 쥐어짜야 되는 거라면 차라리 이용하고 싶지 않다. 처음부터 3일 걸린다고 한다면 급하게 사야할 책은 아예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게 맞는 방법이다. 얄팍한 '당일배송'에 더 이상 속지 않을 일이다.

 

알라딘, 돈만 벌 생각보다는 사람을 먼저 배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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