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t si bon.( It's so good.)

 

대학 때 트윈폴리오를 매우 좋아한 친구가 그들의 노래를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준 적이 있었다. 그 테이프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테이프가 끊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테이프가 늘어나거나 끊어질 정도로 들었던 노래는 Lynyrd Skynyrd 의  Free bird 나 Deep Purple의 강한 사운드의 노래들이었다.

 

팝송 보다는 덜 좋아했지만 그래도 우리세대에게는 쎄시봉이 진한 향수를 일으키는데...그 옛 향수를 일으키기에 이 영화는 좀 작위적인 설정이 많다. 스토리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이야기 진행에 억지가 보이고 우연한 장면들을 안일하게 배치했다. 이야기 전개상 어쩔 수 없겠지만 좀 더 덜 영화스럽게(?) 할 수는 없었을까?

 

특히 트윈폴리오의 노래는 들을 만하면 중간에 툭 끊기는 토막노래만 나와서 감질만 났다. 이런 비교는 그렇지만, 영화 Once 의 음악성 짙은 노래들이 줄줄이 나오는 장면 같은 장면들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만의 음악영화로 머무르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이 영화가 음악영화 맞나?). 영화 Once 같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단순히 과거지향적인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만으로는 쎄시봉의 소재가 아깝지 않은가. 좀 많이 아쉽다. 기왕 만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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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도인은 크샤트리야 출신이다. 현지 안내인이었던 그와 함께 한 북인도단체여행 때, 교통사고로 사망한 소녀가 길가에 버려져 있는 걸 버스로 이동하면서 목격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길가에 그대로 방치했다는 사실에 나는 경악했고, 아무도 놀라지 않고 동정심을 나타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연거푸 경악했다. 이 황당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우리의 크샤트리아 출신인 안내인이 이 난감한 상황을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인도에 사람 많아요." 정확한 발음의 우리말이었다.

 

나는 인도에 관련된 각종 인명사고를 접하게 되면 이 인도친구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사람 하나쯤 죽어나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이 인도친구가 특별하다거나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출신이 출신이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계급 의식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은 것을 보고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실화 같은 소설을 읽다보니 이 친구가 떠올랐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어이없는 수많은 죽음을 대하는 인도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할까? 계급에 따라 다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이 소설. 뭐랄까.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인도가 진짜 인도인가?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읽으면서 괴로웠다.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책도 두꺼워서 완독하는데 3일 가까이 걸렸는데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로지 밥 먹고 책만 읽었다. 다른 일은 하기도 싫었다. 내용에 질리고 두께에 질리고 등장인물의 운명에 질리고...온통 질리게 만들었다. 진하디 진한 인도여행 같았다. 아니,징하디 징한 인도여행 같았다. 인도는 뭐든 사람을 징하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그간 인도에 관한 책을 나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 자부심에 찬물과 뜨거운 물을 동시에 끼얹는 이 책. 이 압도적인 소설에 경외감마저 생긴다.

 

그런데 '적절한 균형'이란 제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인도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불가촉천민인 경우에는 더욱. 이 책을 읽어야 비로소 인도에 대한 적절한 균형 감각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좀 이해가 되는 듯도 싶다. 한마디로 진한 독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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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 그간 의심없이 당연하게 여겼던 표현들의 미묘한 차이를 새롭게 알게 되어 유익했다. 이를테면,

 

I am worried about you. 와 I am concerned about you. 의 차이점.

* I am worried about you.....일종의 불신과 불안을 포함한 걱정.

* I am concerned about you......상대의 지금 상황이 염려되긴 하지만 그가 잘 헤쳐나가리라는 믿음, 그리고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응원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있는 걱정.

 

미국의 아이들은 행성의 순서를 이렇게 외운다고 한다.

수성(Mercury)-금성(Venus)-지구(Earth)-화성(Mars)-목성(Jupiter)-토성(saturn)-천왕성(Uranus)-해왕성(Neptune)

☞ My Very Educated Mother Just Served Us Noodles(or Nothing).

옆에 있는 딸아이는 맨 끝 단어에 기어코 nothing을 집어 넣는다. 이 책 읽느라고 저녁밥을 건너띄고 있었으므로.ㅋㅋ

 

재미있는 예가 많아 모두 열거하고 싶지만 눈이 너무 아파온다.ㅠㅠ

 

진지한 영어참고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살아있는 생생한 표현들...가끔씩은 이런 책을 읽어줘야지 싶다. 제2권을 기대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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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도서관에 갔는데, 아차, 안경을 집에 두고 왔다. 글자수 적은 책을 찾다가 이문재 시집을 발견. 안경없이 30분이 지나면 급난시가 되는 바람에 더 이상 책 읽기가 괴로운데 그 괴로움을 피할 요량으로 시 몇 편을 베껴 보았다. 베껴보니 시가 차분하게 가슴을 채워온다.

 

지금 여기가 맨 앞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끝이 시작이다'라는 말이 좋다. 그리움의 끝, 절망의 끝, 분노의 끝, 시대의 끝....끝은 시작이니 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결국 다시 시작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괴로움도 절망도 사랑도 기억에도 끝은 있고 다시 맨 앞에 설 수 있다고 믿는 것.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오래된 기도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나의 퇴근길은,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고/꽃 진 자리에서 지난 여름을 떠올리고/갈대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고/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고/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고/철새들 시선을 따라 먼 곳을 응시하고/늘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데...나는 늘 기도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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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는 아직 숨어 있는 땅이다. 오랜 군사독재와 쇄국정책으로 때묻지 않은 인심과 자연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인도차이나반도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미얀마를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의사소통이 힘들고 대중교통 시설이 열악하여 도시간 이동이 만만치 않다. 낯선 여행자가 겁없이 자유롭게 다니기에는 제약이 많다. 그렇다고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속임수를 쓰거나 바가지가 극성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대도시의 택시도 요금이 1,000이라면 기껏 500정도 더 부를 정도로 아직은 순박한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않아 미얀마 본래의 분위기를 접할 수 있는 시점에 여행을 하게 된 것을 참으로 다행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곳도 여느 다른 곳처럼 변할 것이다. 물가는 오르고(지금도 빠르게 오르는 중이지만) 사람들이 영악해지고(이들이라고 옛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라서는 안되겠지.) 돈을 좇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미얀마인들의 순박한 미소에도 계산이 숨어 들 것이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유지될까? 한 5년 정도? 이들도 신자유주의 거센 물결 앞에서 자기들만의 세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오래된 미래의 땅, 라다크가 서서히 무너져갔듯이 이들도 서서히 무너져 갈 것이다. 이런 붕괴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 중에 여행자도 한 몫 할 것이다. 내가 내디딘 발자국이 결국은 이런 붕괴에 일조를 한 셈이다.

  내가 지금까지 포스팅한 허접한 여행기가 행여 미얀마 여행을 꿈꾸는 데 일조하지 않기를 그저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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