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에 읽었던 이 소설을 다시 읽는다. 도서관 한 구석에서 폐기처분될 날을 기다리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집어 들었다.

 

더이상 나빠질 수 없는 맨 밑바닥의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 모모. 그래도 로자아줌마에 대한 사랑으로 끝까지 버텨내고 로자아줌마를 지켜내는 과정이 이 소설의 뼈대였구나. 20대 초에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니었다는 자각.

 

다 읽은 이 책을 다시 신간서적 서가에 살짝 꽂아놓아야겠다. 부디 눈 밝은 아이들의 눈에 들어가기를. '영혼이 맑은' 아이들이 주로 오는 도서관. 이런 책 한권에서 부디 마음의 위로를 찾게 되기를.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을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래도 살아지고, 살만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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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3-2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전에 바로 이 표지로 나온 책으로 읽었어요. 아마도 고등학교때, 아버지 책장 뒤지다가 (^^) 이 책 표지인지 띠지인지 당시 대학가요제 수상곡인 ˝모모˝란 노래의 가사가 나와있는걸 보고 눈이 동그래져서 읽게 되었지요. 좋아하는 노래인데 대체 이 책과 무슨 상관이 있나 해서요.
나중에 학교 가서 애들한테 그 노래 가사가 외국 사람이 쓴 어떤 소설에 나와있는거라고, 말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뻘쭘했던 기억이 나요.

nama 2015-03-20 10:18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어요. 애들한테는 물론 얘기를 못 꺼내요. 제가 중학교 때 `동아`라는 단어가 들어간 자습서로 공부했다니까 애들이 놀래요. 그 시절에도 그런 게 있었냐구요. 예전 얘기를 할수록 아이들과는 거리감만 생겨요.

사랑하는 `그 한 사람`의 의미...이 소설은 그래서 앞으로도 명작으로 남을 거예요.

라로 2015-03-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눈이 밝지 못한 사람이었어서 나중에 중년이 되어 읽었지요. 그리고는 로맹가리에게 빠졌다는;;; 암튼 저도 저 표지로 읽었는데 폐기 처분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니,,,,나마쌤, 아니 나마 관장님 같은 분이 계셔서 다행~~~^^;;;

nama 2015-03-21 08:07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야 눈이 밝아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철 들자 노망이라고...지레 겁도 나네요 ㅋ

yamoo 2015-03-2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시 읽어야 할 소설 같아요..전 예전에 50여 페이지 읽다가 던졌거던요~ 얼른 다시 잡아야 할 텐데....매력적인 다른 소설들 때문에 후순위로 계속 밀립니다~ㅎ

nama 2015-03-20 16:28   좋아요 0 | URL
재미있는 소설은 아닌 것 같아요. 사는 게 신나는 사람들은 이런 책이 눈에 안 들어올 것 같구요^^
 

 

 

친구랑 얼떨결에 본 영화. 그것도 10여 분이나 늦게 입장했다.

 

아무런 정보, 심지어 제목조차 처음 들어보는 낯선 영화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정보 검색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정보와 담 쌓고 무지하게 사는 것도 때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리 알거나 너무 알 필요가 없다. 살아있는 생생한 느낌을 위해서는.

 

이렇다 할 컴퓨터그래픽 같은 장치도 없는,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력 하나로 승부를 보는 영화로 구성도 단순하고 주제도 단순하다. 독종 선생에 독종 제자. 그 지독함이 내용의 전부인데, 그 지독함에서 영화다운 카타르시스를 가슴 한가득 느끼게 된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 강렬하다.

 

멋진 영화다. 시원하다.

 

기억에 남는 대사 한마디: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

 

*whiplash: 채찍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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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3-1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가 학교에서 드럼을 하고 있어서 같이 보면 좋겠다 하고 물어봤더니 벌써 다운받아서 봤다네요 ㅠㅠ 우리 나라에선 지금 개봉했지만 나온지 좀 된 영화인가봐요?
흠, 혼자라도 한번 가서 봐야겠어요.

nama 2015-03-16 07:08   좋아요 0 | URL
오우, 아드님이 드럼을....저도 드럼을 좋아해요.
볼만해요. 자극이 될 거예요.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 커피 향을 따라간 호또리아 가족의 생활연극기
이재선 지음 / 효형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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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인생이고 인생은 여행이다.'(285쪽) 연극, 인생, 여행이라는 단어를 앞뒤로 이리저리 바꿔도 결국은 같은 뜻이 된다. 고로, 연극=인생=여행이 성립된다. 그리고 이 책은 이렇게 연극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쓴 책이다.

 

초등생인 두 자녀와 아내를 이끌고 대책없이(?) 콜롬비아로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읽는 내내 부러웠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데...발목 잡힌 삶을 유지하고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텨내기 위해 때로 눈물경운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고, 삶의 또다른 가능성을 꿈꾸게 해준다. 읽는 것만으로도 잠시 행복해진다. 그래 이렇게 살아도 돼, 하고.

 

연극은 끊임없이 생활을 닮으려고 하는데 정작 생활은 왜 연극처럼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는 것일까? 연극은 늘 다른 연극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생활은 왜 늘 남들과 다르면 불안해하며 똑같아지려고 할까? 생활도 연극처럼 남들과 다르게 해볼 수는 없을까? 내가 사는 마을이 무대가 되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배우가 될 수는 없을까? 그들과 가슴 뛰는 연극 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을까?

말도 안 되고 현실성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바로 그 엉뚱한 생각이 콜롬비아행의 시작이었다.  (284쪽)

 

이 책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목소리의 톤이 살짝 올라가 있다. 여행의 설레임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인생을 연극처럼 여행처럼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들떠있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고 만다. 지은이가 유일하게 목에 힘을 주고 진지하게 쓴 부분이 위에 인용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다.

 

이 가족의 연극 같은 생활이 무탈하게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가슴 뛰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고 현실성 없는' 삶이 아닌 것이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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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먼저 먼저 학교에서 딱 한번 비담임을 해봤으니 그간 줄기차게 담임을 한 셈이다. 한 학교에서 5년 근무하니까 15~16년만에 비담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드디어.

 

부장교사나 원로교사가 아닌 이상 중학교에서 비담임이 되는 건 매우 어렵다. 부장교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영역이 아닌 것 같고, 원로가 되기에는 아직 때 이른 애매한 상황에서, 차라리 비담임으로 남으면서 대신 업무를 맡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도서관장이 되었다. 물론 아무도 도서관장이라고 불러주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도서실담당자에서 도서관장으로 승격시켰을 뿐이다. 아무렴 어떠랴. 면적으로 따지면 도서실보다 더 큰 교실이나 교무실은 없다. 체육관 빼고.

 

그러나 사서교사 없는 도서관의 실상을 짐작조차 못하고 덜컥 맡은 도서관 일은...어렵다. 컴퓨터 작업이 왜 이리 많은지...담임이었을 때는 눈치껏 어깨너머로 따라하면 되는데 이 일은 따라할 사람도 없다. 3시간 연수 받은 게 전부다.

 

이 시점에서 깨달은 사실 하나. '사서'가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었구나!

 

다행인 것은 제자 중에 사서가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그 제자한테 한 수 배웠는데, 선생이 제자가 된 셈이다. 흠, 그것도 괜찮았다. 배우는 게 도대체 끝이 없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서 5년차, 즉 마지막 해이다. 내년 이맘때는 다른 학교에 있을 터이다.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이다 싶어 제대로 해야겠다는, 모처럼의 다짐이 오래가야 할 텐데...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초임시절의 어리둥절함, 막무가내,  얼렁뚱땅, 그리고 약간의 설레임이 있다. 살아있는 느낌 같은 것? 여행지에서 맞닥뜨리는 낯설음과도 닮았다. 다만 여행지에서의 실수를 닮지 말아야 할 텐데...좀 걱정이다. 잘한 짓인지 모르겠다.

 

도서관장이 되기까지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것은, 아마도 이 알라딘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 놀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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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3-1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장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ㅋㅋ

nama 2015-03-14 09:20   좋아요 0 | URL
취임 ? ㅋㅋㅋ
오늘 아침도 7시30분~9시까지 컴퓨터와 씨름했다는...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원맨쇼.
 

 

 

 

 

 

 

 

 

 

 

 

 

 

얼마 전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를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이 책. 도서관 서가에서 눈에 들어올 때마다 읽을까 말까를 망설였었다. 그러기를 4년 째, 드디어 오늘 읽었다. 그간 이유도 없는 약간의 선입견 때문에 주저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이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깨끗하게 읽었다. 생선살을 깨끗이 발라먹듯이.

 

재미와 감동. 이 낡은 표현이 이 책에는 참 잘 어울린다. 시간을 이겨내고 이 책이 부디 오래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출간된 지 오래되었다고 도서관 서가에서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 같은 눈 어두운 독자에게도 기회를 줘야하니까.

 

나는 아무래도 재미보다는 눈물을 찔끔 흘리게 하는 부분에 더 마음이 머문다.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면 함께 울었을 지도 모른다.

 

  살기가 힘들어서 죽을 결심을 하고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찾아뵈었을 때, 내 마음을 아시기라도 한 듯 어머니께선 내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넌 이제 괜찮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더 이상 망할 것도 없다. 맨 밑바닥까지 갔으니 이젠 올라오는 길밖에 안 남았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머니의 그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나는 다시 일어섰다. (133쪽)

 

자식 키우던 얘기 하나 더.

 

   나는 아이들을 참 엄하게 키웠다. 십수 년이 지난 뒤까지도 마음에 걸린 일이 있다. 아버지 장례식 때 문상객들 있는 데서 작은애가 밥투정을 하며 칭얼댔다. 어른들 앞에서 야단치긴 그렇고, 그냥 두지도 못하겠고 그래서 밖으로 업고 나갔다. 다섯 살배기 아들은 과자라도 사줄 줄 알았는지 등에 업혀 노래를 불렀다. 그런 걸 집 뒤 산으로 올라가서 눈밭 위에 내려놓고 느닷없이 뺨을 때렸다. 대번에 코피가 터졌는데 닦아주지도 않고 눈으로 닦으라고 소리쳤더니 울지도 못한 채 눈을 뭉쳐 피를 닦아냈다. 왜 맞았는지 설명해 주었더니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눈 위에 무릎 꿇고 앉아 고사리 손 모아 쥐고 싹싹 빌었다. 그후로 밥상 앞에서 칭얼대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이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얼마 전에 아들에게 "이 에미가 너무 엄하게 대해 미안하다"고 그때의 일을 적어 사과 메일을 보냈다. 아들은 답장을 보내왔다. "아이구, 어머니가 이제 늙으셨나봐요. 전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말해 주는 아들에게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 (143쪽)

.

힘들게 길을 걸으면 그만큼 현명해지는 걸까? 더 겸손해지고 겸허해질까? 더욱 더 자연에 가까워질까?

 

자연의 모습을 담으며 아들이 더 낮아지고 작아지는 법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 (231쪽)

 

어느 날 직장과 직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서 길을 헤매게 될 때 나는 이 분의 결단과 한 발 한 발 내디딘 그 용기를 흉내내게 될 지 모르겠다. 꼭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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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7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09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3-0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설프게 머리로 한 생각으로 쓴 글보다 이렇게 몸으로 겪고 몸으로 단련된 글에서 감동을 받을때가 있지요. 저도 이 책 꽤 오래전에 읽었는데 인용해주신 부분은 지금도 기억이 나요. 지금은 돌아가신 저자의 어머니 사시는 모습이 TV 인간극장에서 방송된 적이 있어서 봤는데 저자 블로그에서 힘들게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시는 과정 읽으며 저도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nama 2015-03-09 07:16   좋아요 0 | URL
울림이 큰 책이에요. 친구들에게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를 추천했는데 이 책으로 바꿔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