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혹시 눈치챘으려나 모르겠다. 네 번의 야간침대열차에서 유독 내 자리는 항상 1층이었다는 것을 말야. 키 큰 포토여사, 과일킬러여사는 늘 3층을 이용했는데 나는 한번도 1층의 내 자리를 양보하지 못했네. 우리 중 인생경험상 제일 어른인 토이여사는 한번쯤 3층에서 자겠다고 나서기도 했지만. 자기 다리가 길다고 우기며...

 

세 번째 열차를 탈 때까지도 그저 내가 운이 좋고 내 작은 키를 배려했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네 번째 열차를 타기 직전 우리의 씩씩하고 재미있는 인솔자가 몰래 애기해주더군. 여행사 이사님이 내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셔서 열차침대를 1층으로 배정했다는거야.

 

이 여행사와 나와의 인연은 너희도 대강 알고 있을 터. 더군다나 이번 여행에는 8명 신청이라는 혁혁한 공을 세웠잖아, 내가. 그래서 내게 고마워하는 이사님의 뜻을 조용히 받아들이기로 했지.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나는거야. 그냥 입 다물고 있자니 미안해지기도 하고.

 

두 번째인가, 2층 침대를 쓰게 된 아가씨여사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그냥 묵살해버렸던 일도 생각이 나네. 그때도 나는 내 작은 키에 고마워했다네. 에이, 키는 왜 이리 작아가지고...

 

밥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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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1-2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도 키 작으시구나... 저도 키 작거든요 ^^
nama님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인도 여행기를 읽으며 인도가 넓은 나라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네요. 지역마다 언어도 매우 다양하다고 하던데 그런가요? 인도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긴 하는데 저는 도통 인도 사람이 하는 영어를 잘 못알아듣겠더라고요.

nama 2017-01-25 22:15   좋아요 0 | URL
5척밖에 안 되는 키로 발버둥치며 살고 있지요.^^
인도는 무척 다양한 곳이에요. 종교만해도 힌두교, 이슬람교, 카톨릭, 자이나교, 시크교, 불교...사람도 다양하고 언어도 다양해요. 다음 글에서 인도의 화폐를 소개할게요.
인도식 발음을 알아듣는데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지만, 이들의 언어감각은 뛰어나요. 언어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2017-01-28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8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9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에 여행을 함께 다녔던 어떤 친구가 했던 말이 어느새 삶의 지침이 되었다.

 

작은 것을 아끼면 사람을 잃는다.

 

 

나를 앞세우지 않기.

내 몫을 챙기려고 연연해하지 않기.

좋은 것, 맛있는 것을 남에게 양보하기.

내가 먼저 지갑 열기.

남에게 아픈 말하지 않기.

남의 실수를 곱씹지 않기.

남에게서 무언가를 얻을 것인가 눈치보지 않기.

 

그냥 베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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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8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8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bina 2017-02-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성당 강론 말씀의 요지와 같은 말씀이네요.
널리 알려진 예수님의 말씀이었어요.
‘가장 보잘것 없는 이에게 베푼 것이 바로 내게 베푼 것‘ 이라는. .
나는 얼마나 베풀고 사는가 . .
성당에서 한 번, 나마님 글을 보고 또 한 번 반성합니다.

nama 2017-02-06 07:26   좋아요 0 | URL
여행하다보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내 행동을 반성할 때가 있어요. 생각나는대로 한번 적어봤어요.
 

여행은 주로 가족끼리 다녔기에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끌고나가야 하는 여행이었다. 그런 자족적인 여행을 하다가 단체여행의 일원이 되고보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을 하든 함께 해야하니 늘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야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기다려줘야 했다. 기다리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누군가에게 안내 받으며 끌려다니다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우리끼리였을 때는 겁도 없이 잘 알아서 다니던 길도 누군가의 안내를 받고 단체의 일원이 되다보면 모든 길이 위험하게 여겨지면서 혹여 일행에게서 벗어날까싶어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겁장이가 되는 것이다. 아, 이래서 패키지에 길 든 사람들이 개별여행을 무서워하는구나.

 

고아에 도착한 날. 숙소에서 쉬고 싶은데 그래도 함께 왔으니 친구들과 어울려야하지 않겠느냐는 토이여사의 권유에 못이겨 마지못해 저녁을 먹으러갔다. 대강 먹지 뭘, 인도에서 뭘 맛있는 걸 찾나, 알아서 먹지 뭘...속으로 투덜거리며 어딘가로 이끌려 들어갔다.

 

동창들이라지만 아직은 서로 서먹서먹하고 어색했는데 실내에서 울려퍼지는 올드팝송으로 기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우리 테이블 바로 건너편에서 노래를 부르는 인도인 남자가수는 한 곡 부를 때마다 악보를 보며 노래를 선곡하고 있었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하나같이 올드팝송이어서 노래를 듣는 우리는, 처음에는 흥얼대다가, 손뼉치다가,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흔들다가, 나중에는 테이블 옆 빈 공간을 무대로 만들며 이윽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과일킬러여사의 남편이 흥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급기야 다량의 맥주에 흥이 돋은 남편은 Wonderful Tonight이라는 노래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얼떨결에 불려나간 무대에서 몸을 흔들려니,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춤솜씨를 닦아놓는 거였는데...

 

잘 먹고 잘 놀았다. 카페를 빠져나오는데 토이여사가 내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우리 저 가수한테 팁이라도 줘야되는 거 아닐까?"

"글쎄..."

 

기분좋게 숙소로 돌아왔는데 남편이 아쉬움을 담아 또 이렇게 말한다.

"아까 그 가수랑 눈을 맞췄는데 아무래도 팁을 주러 가야겠어."

 

여행지에선 불문율이 하나 있다. 미루지 마라. 사고 싶은 게 눈에 보이면 그 자리에서 사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먹고,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베풀어라.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일생일대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물론 갔지요. 남편이 500루피를 그 가수의 손에 쥐어주자 가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매우 고맙소. 나도 매우 고맙소. 카페를 빠져나오며 손을 흔드는 우리에게 그 가수도 진심을 담아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시는 못 볼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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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7-02-0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낯선 여행지에서 몸을 흔들 만한 흥!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문화 유적지 못지 않은, 오래 기억될 체험이었겠는데요? ^^

nama 2017-02-06 07:27   좋아요 0 | URL
몸을 흔드는 데는 오히려 낯선 여행지가 잘 어울려요. 들뜨기 쉽거든요.^^
 

 

 

고아해변에선 소들도 바다를 즐긴다. 소를 숭배하는 인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리라.

 

 

 

 

이 신성한 소가 있는 나라, 인도에서도 식욕은 어쩔 수 없는 법.  우리 포토여사, 주기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으면 병이 날 정도라나. 그게 식습성이라면 어쩔 수 없을 터. 드디어 뱅갈로르에서 스테이크를 먹게 되었다. 짧디짧은 뱅갈로르의 일정상 갈 곳은 없고 그저 맛있게 먹은 스테이크가 유일한 추억으로 남는다.

 

딸내미가 어렸을 때, 어느 날 딸아이가 물었다.

"우리도 다른 집처럼 평범하게 살면 안돼?"

"평범하게 사는 게 뭔뎨?"

"아웃백 같은 데 가서 스테이크 먹는 거말야."

"......"

 

여전히 스테이크를 무시하며 살고 있는 내게 우리 포토여사와 오카리나여사의 스테이크 사랑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덕분에 먹어 본 스테이크는 음, 확실히 맛이 있었다. 인도에서 비프스테이크를 먹어보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두 여사님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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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하면 떠오르는 게 코끼리머리를 한 신인데 이게 바로 가네샤이다.

 

가네샤는 인도 전통의 복장 한 남자의 몸에 네개의 팔을 지녔으며 코끼리 머리를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혜재산을 관장하는 신으로 추앙받고 있어 주로 상업학문의 신으로 숭배된다.

 

코끼리머리를 갖게 된 이유는

 

가네샤는 어머니 파르바티가 목욕할 때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 시바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시바가 노해 그의 머리를 베어버렸다고 한다. 파르바티가 슬퍼하자 시바는 지나가던 코끼리의 머리를 베어 가네샤의 머리에 붙여주었다고 한다.(위키피디아)

 

이 간단한 이야기에 살을 붙여 여러가지 버전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덩치 큰 가네샤는 쥐를 타고 다니는데 워낙 뚱뚱하다보니 쥐를 타고 이동한다기보다 가만히 앉아서 쥐가 물어오는 것을 그저 즐긴다고 한다. (인도의 주요 신들은 혼자 다니지 않고 늘 뭘 타고 다닌다. 신들이 게을러서야...) 그래서 인도인들은 이렇게 뭔가를 물어오는 쥐를 홀대하지 않고 오히려 쥐가 나타나면 좋아한다나,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가네샤는 재산이 불어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건 그렇고. 우리 토이여사에게도 가네샤의 축복이 임하시려나, 쥐님의 은총을 받게 되었다. 뭄바이 기차역 구내에 있는 휴대품보관서에 맡긴 배낭에 쥐님이 친히 납시었다. 배낭 안에 있던 컵라면을 하나 슬쩍 해치우신 거다. 컵라면 포장이 부담스러워 겉포장을 다 제거하고 비닐봉지에 넣었는데 쥐님이 냄새를 맡으신거다.

 

 

이것 뿐이랴. 내 배낭 커버 안쪽에 임시변통으로 넣어두었던 토이여사의 손가방에도 쥐님이 오셨다. 내 배낭커버와 손가방을 동시에 뚫는 솜씨라니...손가방안에는 구수한 누룽지가 한봉지 가득 있었다.  쥐님의 축복을 받을 뻔했던 이 누룽지, 가루까지 말끔히 우리의 양식이 되었다.

 

 

가네샤의 축복을 받은 우리 토이여사, 올해도 넉넉한 삶이 되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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