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혹시 눈치챘으려나 모르겠다. 네 번의 야간침대열차에서 유독 내 자리는 항상 1층이었다는 것을 말야. 키 큰 포토여사, 과일킬러여사는 늘 3층을 이용했는데 나는 한번도 1층의 내 자리를 양보하지 못했네. 우리 중 인생경험상 제일 어른인 토이여사는 한번쯤 3층에서 자겠다고 나서기도 했지만. 자기 다리가 길다고 우기며...
세 번째 열차를 탈 때까지도 그저 내가 운이 좋고 내 작은 키를 배려했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네 번째 열차를 타기 직전 우리의 씩씩하고 재미있는 인솔자가 몰래 애기해주더군. 여행사 이사님이 내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셔서 열차침대를 1층으로 배정했다는거야.
이 여행사와 나와의 인연은 너희도 대강 알고 있을 터. 더군다나 이번 여행에는 8명 신청이라는 혁혁한 공을 세웠잖아, 내가. 그래서 내게 고마워하는 이사님의 뜻을 조용히 받아들이기로 했지.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나는거야. 그냥 입 다물고 있자니 미안해지기도 하고.
두 번째인가, 2층 침대를 쓰게 된 아가씨여사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그냥 묵살해버렸던 일도 생각이 나네. 그때도 나는 내 작은 키에 고마워했다네. 에이, 키는 왜 이리 작아가지고...
밥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