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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기사 제대로 읽는 법 - Health Literacy
김양중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평점 :
우리네 보통 일상생활 중 제일 약한 부분이 무엇일까? 아마도 입시를 앞둔 자식 교육에 관한 일이나 평소 건강에 자신 없어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건강에 대한 이러저러한 정보가 아닐까 싶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보니 오히려 '아는 게 병'이 되는 세상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을 때가 많다. 한마디로 세상을 제대로 읽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갈수록 그렇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약간의 도움을 준다.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며 제대로 세상을 읽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원론적인 성격이 강하다보니 물론 내가 생각했던 만큼 시원한 해법을 얻을 수 있는 데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121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새로운 치료법은 일단 검증 되기 전의 치료법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의사에게 한 번 물어보자. " 방송에서 소개된 새 치료법이 기존 치료법보다 낫다는 근거가 있나요?"
p.125 "병원에만 가면 살 수 있다"....(암 환자의 경우) 사망 전 6개월과 3개월 안에 각각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8.8 퍼센트, 43.9퍼센트가 항암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33퍼센트, 23퍼센트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심지어 우리나라 환자들은 사망하기 1개월 전에도 30.9퍼센트가 항암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역시 미국의 9퍼센트보다 3배 이상 높다....말기 암 환자는 현대 의학의 치료 방법으로는 생명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다. 연구진은 말기 암 환자에게 신체적 혹은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는 무의미한 치료보다 통증을 덜어주며 환자들이 남은 삶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잘 정리하고 가족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죽음을 품위 있게 맞이할 수 있도고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을 통해 존엄사라고 하나. 품위있는 죽음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p.127 "왜 이리 늦게 왔습니까?"......윤리적인 의사라면 사실 질병 발견의 책임을 환자에게 돌리지 않는다. 책임을 다하는 의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환자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건강한 사회라면 적절한 조기 검진을 제도화하고, 위험성이 있다면 누구나 조기 검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p.147 새로운 의료기기와 약이 개발되고 출시될수록 새로운 질병도 늘어난다.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돼야 할 최첨단 의료기기와 약들이 제약회사와 병원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드시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곳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온갖 증상의 질병화가 심화되는 것이다.....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구태여 의학 발달의 부정적인 측면까지 다루지 않는다. 주로 새 상품이 나온 것에 관심을 두고, 새 상품을 잘 소개하는 것에 주목하고, 그에 따른 폐해에는 일부러 눈을 감아버리고 싶어한다.
이 책을 사기 전에 내가 이 책에서 기대한 게 이런 것이었을까? ---"이 책에서는 건강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접한다면 이 책은 별로 얻을 만한 게 없을 것 같다. 실망할 지도 모른다.
기존의 관념들을 한 번 진지하게 따져보고, 세상을 제대로 읽어내기의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 그러나 속까지 시원해지지는 않는다. 답답하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약발이 약한 책이다. 이미 믿지 않는 게 너무 많은데 그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이런 책으로 세상은 더 쓸쓸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비타민제를 열심히 복용하고 있고 먹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내 친구들을 위하여 내용을 옮겨본다.
p.175 (2007년에 덴마크 코펜하겐대학병원 연구팀이 <미국의학협회>에 발표한 연구 결과) 몸에 좋은 줄만 알았던 비타민제가 오히려 수명을 짧게 한다고 한다...합성 비타민제가 사람의 수명 연장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심지어 비타민A, E,베타카로틴 등이 든 합성 비타민제를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빨리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수치를 보면 관련 비타민제를 모두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도가 5퍼센트 높았고, 비타민A만 먹은 경우에도 사망 위험도는 16퍼센트, 베타카로틴은 7퍼센트, 비타민E는 4퍼센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많이 먹는 비타민 C는 효과도 없었지만 해로움도 나타나지 않았다...감기를 비롯해 다른 질병을 막는 구실을 한다는 증거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결국 비타민C는 먹으나 안 먹으나 상관없는 셈이다...종합 비타민제가 사망률을 높이는 동시에 전립선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비타민을)적은 양이라도 오래 먹으면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노인이나 알코올의존증 환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종합 비타민제 복용보다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연한 얘기다. 인류가 언제부터 약으로 버텨왔던가. 무릇 귀가 약한 내 친구들이여 그럴바에야 차라리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