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세노 갓파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렇게 꼼꼼할 수가.  

이렇게 철저하게 파고들 수가. 

호기심과 의욕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지독한 장인 정신 같은 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간 인도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단연 이 책을 따라올 만한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인도에 관한 책 열 권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아니면 인도를 한 열 번쯤 다녀온 것 같다고나 할까. 

세노 갓파라는 사람. 정말 지독한 사람이다. 그림도 그렇고 글도 그렇다. 술렁술렁 넘어가는 듯하면서도 할 말은 꼭 한다. 치밀하고 섬세한 그의 세밀화처럼 그의 글에도 정확성을 기하기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섣불리 감상에 젖거나 주관적으로 흐르지도 않는다. 참으로 지독한 책이다. 지독하게 재미있는 책이다.

p.272 방갈로르에 있다는 우주연구소나 지역개발연구소의 연구도, 일본인이 생각하는 연구개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다....예를 들면 '소똥가스 발생 장치'나 '불을 사용하지 않고 벽돌 굽는 법', '제자리 걸음 탈곡기'등, 처음엔 뭐 그런 걸 연구하나 싶었는데 그 연구에 인도 최고의 학자가 참가하고 정부도 진지하게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밖에서 어떻게 보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고, 믿음이 가는 걸 믿으며, 눈앞의 이익과 편리에 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다. 여하튼 가치관이 다르다. 그런 세계관에는 도저히 당할 수 없다. 가능하면 나는 스스로를 질책하는 건 피하고 싶다....그 점을 갑자기 찌르고 들어오는 인도는, 내게는 엄격한 나라다.

20년도 더 된 책이라는 데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 책은 건재하리라.  

이 책에 기재된 물가가 제대로 감이 오지 않고, 호텔을 묘사한 그림이 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참 사랑스런 책이다. 잘 읽었다는 포만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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