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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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브라이슨의 글은 직접 읽어보아야 맛을 알 수 있고, 원문을 직접 읽어봐야 제대로 된 글맛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흠, 언젠가는, 더 이상 그의 글이 번역되지 않을 때 원문을 읽어볼 생각을 하게 되겠지만...)

93. 우리 가족이 뉴햄프셔 주의 이 작은 마을로 이사를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의 완벽한 행복에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면 바로 우리의 부재이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빌 브라이슨식 어투라고나 할까)

101....나를 악마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내게는 늘 작은 나라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리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것은 완전범죄가 될 것이다. CIA는 범죄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고, 펜타곤은 알아도 기록을 잃어버릴 것이고, FBI는 18개월을 조사한 끝에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체포할 것이고, 로스엔젤레스 군 보안국에서는 그를 놓아줄 테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다른 모든 걱정거리를 몰아내줄 것이다. (이 글은 앞부분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CIA 나 FBI, 로스엔젤레스 군 보안국 등을 질겅질겅 씹는 게 부럽지 않은가?)

124. 미국은 이미 선진국 중에서 이민자들의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미국에는  외국계가 6퍼센트로, 영국의 8퍼센트와 프랑스의 11퍼센트보다 낮다....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희박한 나라 중 하나로, 평방 마일 당 68명밖에 안 된다. 프랑스의 256명과 영국의 600명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은 수치다. 또한 미국은 '개발지역'이 전체의 2퍼센트밖에 안 된다. ( 진지해야 할 때는 빌 브라이슨도 무지 점잖고 진지하다.)

169. ..보통 때 아내는 지구상의 누구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딸기잼 병이 하양 카펫 위에 떨어지는 소리를 두 방 건너에서도 들을 수 있고, 바닥에 흘린 커피를 몰래 목욕 타월로 닦아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깨끗하게 청소가 된 바닥에 먼지 굴러다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내가 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생각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이 대목에서는 원문을 읽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생긴다.) 

180. 추수감사절의 유래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말해두자면, 추수감사절은 초기의 정착민들이 첫 수확을 거둬들인 후 그동안 자신들을 도와준 인디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오, 그런데 우리는 이 나라 전체를 원한답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베푼 연회에서 비롯되었다. (추수감사절의 유래를 이렇게 적절하게 말할 수 있다니...감탄!)

226. 왜 우리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하는가? 가슴 중간에서부터 감사하면 안 되는가? 가슴 전체로 감사하면 안 되는가? 가슴이 아니라 폐나 머리나 비장으로 감사하면 어떤가?(빌 브라이슨이 말하면 이런 글도 재미가 있다>) 

283. 복사기에는 복사용지를 넣는 위치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어야하며, 가로로 복사해야 할 것이 세로로 복사된 경우 사과의 말과 함께 즉각적인 환불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식탁보만한 크기로 확대 복사하거나 같은 서류를 100장 넘게 복사한 뒤 복사기를 초기화시키지 않은 사람을 복사기 담당 경찰에게 체포되어 토너를 한 컵 들이켜야 한다.(도로에서 어이없이 끼어들기 하는 차량을 향해서 발사할 수 있는 페인트 총을 장착해야한다는 내 생각도 조금 빌 브라이슨을 닮은 것 같다.ㅋㅋㅋ) 

296.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나는 어찌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나 마찬가지고, 이 사실을 부정해봐야 소용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아들이나 여기 계신 여러분이 아직 하지 못한 일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8년을 더 산 것입니다. 그리고 내 나이쯤 되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생에서 한두 가지 것을 배웠습니다. (이런 글에서 짜증나는 권위가 느껴지는가?)

299. 겸손하려고 애쓰십시오. 그게 훨씬 낫습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이 노벨상을 목에 걸고 다닐 때보다 그들 스스로 여러분이 노벨상을 탄 사실을 발견했을 때 더 감탄하는 법입니다. (때론 이렇게 제법 목소리를 가다듬을 줄도 안다.) 

300. 늘 내 책을 사십시오. 책이 나오자마자 양장본으로. (귀엽지 않은가?)

아무래도 원문을 읽고 싶다. 진짜 이렇게 말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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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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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사람들이 산티아고에 대해 열광할 때 슬쩍 틀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뭘까. 그 길이 뭐 대단하랴. 길을 새로 닦는 것도 아니고 없는 길 만들어가며 모험에 나서는 것도 아니며 그저 유럽의 잘 다듬어진 길을 걷는 게 뭐 그리 대수기에 그렇게 야단법석일까, 싶었다. 사실은 지금도 이런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서 그렇지 내 몸만 건강하다면 까짓 그 길이 뭐 대수랴. 고비 사막도 아닌 것을. 가다보면 적당한 곳에 잘 곳 있지 먹을 곳 있지, 걷다보면 친구도 생길 것이고 걷는 데 이력도 붙을테고...물론 걷고는 싶다. 그러나 그 수준은 내가 늘 꿈꾸는 지리산 종주와 거의 같은 정도이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무수한 이야기보다, 그래서 나는 제주 올레를 만든 이 서명숙이라는 분이 참 대단하고 멋져보이는 거다. 이런 분 같은 길동무가 있다면 세상 어디엔들 가지 못하랴,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올 여름에는 제주올레를 걸어볼까나. 제주올레에 빠져 제주 이민을 가게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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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개정판 나이의 힘 1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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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의 두 책을 동시에 읽고있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과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사람으로부터~>를 먼저 읽고 있다가 며칠 뒤에 <나는 이렇게~>를 마저 구입하고는 오며가며 곶감 빼먹듯이 읽어 나가고 있다. 어느 때는 <나는 이렇게~>인줄 알고 읽고 있었는데 책을 덮고보니 <사람으로부터~>였을 때도 있었다.  

사실 <사람으로부터~>는 맛보기로 본 몇 쪽의 강한 흡입력 때문에 읽게 된 책인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기대한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게되는 책은 단연 <나는 이렇게~>였다. 사람과의 관계 보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대비에 더 마음이 끌린다는 건 한마디로 나 자신이 그쪽 대열에 섰다는 반증이 되려나. 늘 사람과의 관계에서 허덕인다고 생각해왔는데도 말이다. 

이 리뷰를 써야 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한 문장이 있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좋다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192쪽) 

...어디서 죽든 마찬가지다. 고향에서 죽는다고 해서 무엇인가 좋은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외국에서 죽으면 돈이 든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요즘에는 그것도 준비해두면 간단하다. 자필의 화장 승락서를 휴대하고 다니면 된다. 그렇게하면 어느 나라에서건 화장하여 유골로 만들어준다. 유골이라면 운송비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항공 회사가 싼 가격으로 작은 상자에 넣어 일본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한참이나 혼자 웃었다. 유쾌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웃었다. 차라리 비행기 사고로 공중 산화하면 더 깨끗한 죽음이 될 수 있으련만, 역시 일본인은 죽음조차도 작은 상자에 담는구나, 하고.

그러나 다음 구절을 읽고는 나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았다. 마음에 안들거나 거슬리거나 불편하거나 할 때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거나 찡그리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명랑하게 행동하는 것은 세상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에 상처 받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센티멘탈리즘일 뿐이다.(52쪽)

 
   

 이쯤에선 다시 <사람으로부터~>로 돌아가야하지 않을까. 다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온 날 다음 구절이 또 가슴에 꽂힌다. 

   
 

 시력도, 청력도, 운동 능력도 모조리 잃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타인으로 하여금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위엄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일생 동안 무엇인가를 열심히 추구해온 결과일 수도 있고 별다른 재주가 없어도 겸허하게 타인에게 감사할 줄 아는 현명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78쪽)

 
   

 솔직히 말하면 이 두 책을 모두 완독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띄엄띄엄 대충 넘겨보며 그때 그때 생각에 잠겼을 뿐이다. 어느 때는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도 새로울 때가 있다. 이 책은 그저 친구 삼아 말벗 삼아서 생각날 때 마다 뒤적거리기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담배 맛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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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순 미술가족의 유럽여행
신하순 글.그림 / 성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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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른 사람이 해보지 못한 것을 했을 때나 보지 못한 것을 보았을 때는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여행기가 넘쳐나는 법이리라. 나 역시 며칠 안되는 짧은 여행을 하면서도 그걸 기록으로 남겨서는 그걸 또 그대로 나 혼자만 간직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아는 사람한테 혹은 여기저기 사이트에 올리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여행 못가서 안달나는 거나 여행기 써놓고 보여주고 싶은 거나 거기서 거기인 것을. 

  유럽의 캠핑장은 매우 훌륭하다. 1993년도 나도 유럽 캠핑 여행(단체)을 하며 언젠가는 우리 나라도 그 비슷한 게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문화라는 게 그리 쉽게 바뀌는 게 아닌가보다. 역시 유럽인들은 확실히 놀 줄 아는 사람들이다. 자기네 땅이나 남의 땅이나 땅을 밟고 여유를 누리고 호기심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조상의 덕을 많이 본 후예답게 그들은 노는 것에 거침이 없다. 

  잘 놀 줄 아는 땅에서 유학을 했던 지은이와 그 가족의 여행기를 읽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는데 그 생각이란 것이 참 퉁명스러워지더라는 게다. 부러움의 다른 표현인가?  

 이 책은 미술을 주제로 한 여행기이라서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인답게 구석구석 그림을 그려 넣어서 그림 감상하며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도 있다.  

  캠핑카 여행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닐텐데 여행이 참 단조롭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우정을 틔우기도 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거나 지인이다. 물론 그것도 의미는 있다. 그리고 유럽이라는 데가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좀처럼 없는 데라는 것도 안다. 다 갖추어져 있지만 좀처럼 사람 냄새 맡기는 힘든 곳이 유럽이라는 것을 나도 여행을 통해서 알고있기는 한데 그래도 뭔가 부족한 걸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남편과 아내의 대화에서 남자는 늘 반말, 여자는 남편에게 존대말을 해야하는 것도 좀 짜증나는 대목이다. 그걸 반대로 표현한다면 걸작이 되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가정을 또 해본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들도 이 책을 많이 사주고 읽어주었으면 한다. 이들 가족의 여행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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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독자서평단 활동 종료 설문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맛살라 인디아> 서평단 활동을 하다보니 서평단의 책은 (나 자신에게)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의 책. 이 책은 후자에 속한 책이었다. 그래서 읽기도 전에 자신감 먼저 생겼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런 책이 서평을 하기에는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지식은 오히려 선입견이나 편견이 될 수 있으며, 책에 대한 진지함보다는 어설픈 비판이 앞설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  서평단 도서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느긋한 시간 감각은 그 자체가 부의 한 형태다" <타임패러독스>중에서...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탐욕의 시대>,<타임 패러독스>,<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맛살라 인디아>, <지도로 보는 세계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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