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개정판 나이의 힘 1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6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소노 아야코의 두 책을 동시에 읽고있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과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사람으로부터~>를 먼저 읽고 있다가 며칠 뒤에 <나는 이렇게~>를 마저 구입하고는 오며가며 곶감 빼먹듯이 읽어 나가고 있다. 어느 때는 <나는 이렇게~>인줄 알고 읽고 있었는데 책을 덮고보니 <사람으로부터~>였을 때도 있었다.  

사실 <사람으로부터~>는 맛보기로 본 몇 쪽의 강한 흡입력 때문에 읽게 된 책인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기대한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게되는 책은 단연 <나는 이렇게~>였다. 사람과의 관계 보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대비에 더 마음이 끌린다는 건 한마디로 나 자신이 그쪽 대열에 섰다는 반증이 되려나. 늘 사람과의 관계에서 허덕인다고 생각해왔는데도 말이다. 

이 리뷰를 써야 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한 문장이 있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좋다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192쪽) 

...어디서 죽든 마찬가지다. 고향에서 죽는다고 해서 무엇인가 좋은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외국에서 죽으면 돈이 든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요즘에는 그것도 준비해두면 간단하다. 자필의 화장 승락서를 휴대하고 다니면 된다. 그렇게하면 어느 나라에서건 화장하여 유골로 만들어준다. 유골이라면 운송비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항공 회사가 싼 가격으로 작은 상자에 넣어 일본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한참이나 혼자 웃었다. 유쾌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웃었다. 차라리 비행기 사고로 공중 산화하면 더 깨끗한 죽음이 될 수 있으련만, 역시 일본인은 죽음조차도 작은 상자에 담는구나, 하고.

그러나 다음 구절을 읽고는 나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았다. 마음에 안들거나 거슬리거나 불편하거나 할 때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거나 찡그리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명랑하게 행동하는 것은 세상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에 상처 받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센티멘탈리즘일 뿐이다.(52쪽)

 
   

 이쯤에선 다시 <사람으로부터~>로 돌아가야하지 않을까. 다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온 날 다음 구절이 또 가슴에 꽂힌다. 

   
 

 시력도, 청력도, 운동 능력도 모조리 잃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타인으로 하여금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위엄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일생 동안 무엇인가를 열심히 추구해온 결과일 수도 있고 별다른 재주가 없어도 겸허하게 타인에게 감사할 줄 아는 현명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78쪽)

 
   

 솔직히 말하면 이 두 책을 모두 완독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띄엄띄엄 대충 넘겨보며 그때 그때 생각에 잠겼을 뿐이다. 어느 때는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도 새로울 때가 있다. 이 책은 그저 친구 삼아 말벗 삼아서 생각날 때 마다 뒤적거리기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담배 맛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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