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이 말하는 고수의 생각법칙 10

1.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2.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3.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겨라.

4. 판을 정확히 읽고 움직여라.

5. 더 멀리 예측하라.

6. 아플수록 복기해라.

7. 생각을 크게 열어라.

8. 사람에게서 배워라.

9. 심신의 균형을 찾아라.

10.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라.

 

바둑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조훈현이 말하는 고수의 생각법도 결국 삶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승부를 가리는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적용할 만하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내용인데, 이 당연하고 근본적인 것을 몸으로 실천한다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닐 것이다. 아는 것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고수라는 얘기다.

 

일본인 스승과의 인간관계는 감동을 준다. 아무런 댓가없이 제자로 받아들인 점, 말이 아닌 스승된 자의 몸가짐과 마음가짐 자체로 가르침을 준 점, 제자를 보낸 후 고독으로 생을 마감한 스승의 최후...스승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그럴싸한 표현'에 이미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 구절에 눈이 먼저 간다는 점이 장점이면서 단점이 된다. 빠르게 읽고 싶을 땐 그 부분만 읽고 책장을 넘겨도 무방하여 시간이 절약되지만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읽기에는 되려 방해가 된다. 밑줄긋기만큼은 독자에게 양보해도 괜찮으련만.

 

밑줄쳐진 부분 중에서,

 

비인부전 부재승덕(非人不傳 不才勝德) 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에 문제 있는 자에게 높은 벼슬이나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고전적인 표현이 눈에 쏙 들어온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 어쩌고 해도, 역시 옛말은 틀리지 않는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자꾸만 박씨 부녀가 떠오른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자꾸 떠오른다. 피곤하다. 피곤한 일도 많건만. ㅠㅠ

 

세고에 겐사쿠(일본인 스승)의 육성을 옮겨본다.

 

"살면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야."

"사람이 되려면 인격, 인품, 인성을 모두 갖춰야 해."

"답을 주는 건 스승이 아니야. 그냥 길을 터주고 지켜봐주는 게 스승이지."

"이류는 서러워. 쿤켄(조훈현), 네가 이 길을 가기로 했다면 일류가 되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너무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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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24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재승덕이라는 말은 전혜성이라는 분의 에세이에서 처음 본 기억이 있어요. 집안의 가훈이었다고요.
<고수>라는 말이 바둑에서 처음 나왔다는 것도 어디서 들은 것 같고요.
바둑에 관심이 없으심에도 이 책을 읽으신 뜻이 있으시겠지요 ^^ 저도 그렇거든요.

nama 2015-10-24 20:09   좋아요 0 | URL
뜻이요...자세를 고쳐 앉고 싶어서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요. 인생도처유상수 ㅎㅎ

붉은돼지 2015-10-2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인부전이란 말은 이문열의 금시조에서도 주요한 논쟁점이죠^^
제 친구 중에 유상수라고 있어요ㅋㅋ

nama 2015-10-24 23:01   좋아요 0 | URL
역시 붉은돼지님^^
아, 그렇군요. 덕분에 `비인부전 부재승덕` 복기를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