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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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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치 냉장고가 펑 소리와 함께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새 것을 구입했다. 전자제품 박스에 늘 들어있는 사용설명서라는 게 물론 있었다. 허나 그걸 누가 그걸 꼼꼼히 들여다보나, 하고 생각하며 사용설명서를 따로 모아두는 곳에 처박아버렸다. 언젠가를 위해서다. A/S를 신청하기 전에 필요할 지도 모르니까.

이 <소설 읽는 방법>을 읽다보니 자꾸 전자제품 사용설명서가 떠올라서 하는 얘기다. 굳이 소설 읽는 방법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소설 한 편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 책에서는 동물행동학의 '네 가지 질문'으로 소설 깊이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1)메커니즘: 작가 편에 서서 구조를 파악하기  2)발달: 작가의 인생에서 작품의 발표 시기와  테마의 발전 추적하기  3)기능: 작품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 생각하기  4)진화:사회, 역사, 문화사적 맥락에서 소설의 위치에 접근하기

소설 읽기 방법에 대한 어떤 주장이건 그건 읽는 사람의 방법이고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쓰는 사람의 방법과 생각이 다르듯이 읽는 것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그런데 굳이 이런 책을 써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읽었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행간에 흐르는 재미있는 문장을 건지리라는 의도에. 

p.92 ..작가 와타야 리사의 인물 조형이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라는 집단이 무너지는 일 없이 유지되는 까닭은 하츠가 생각하듯이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강한 결속 때문이 아니라, 실은 기누요처럴 어중간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p.194 쓰고 쓰고 또 쓴 끝에 덜어낼 것은 모두 덜어내고 단지 문장만 남은 글이라는 게 작가로서 이상적인 문체가 아닐까. 

이와 같은 소설 읽기의 '깨달음' 을 얻기 위해 독자는 소설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게 말하자면 이 책의 요지이리라. 그 방법으로 저자는 동물행동학을 빌어와 소설 깊이 읽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기 보다는, 흠,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의 접근법을 좀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동물행동학을 빌려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로서의 책 읽기의 한 방법일 뿐이다. 다른 게 있다면 소설가이며 독자인 저자의 깨달음 내지는 읽기 방법이 좀 더 섬세하고 세밀하다는 점이다. 마치 시 한 편을 요리조리 분석해가며 섬세하게 읽듯 소설 읽기를 시 처럼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소설가로서의 소설 읽기는 분명 '깨달음'의 농도가 다를 터이다.

이 책을 읽으며 괴로웠던 점 두 가지. 

하나, 도대체 에세이의 세계는 그 끝이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이 에세이라면 소설 작법 같은 책도 에세이에 포함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  

둘,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이 책에 인용된 소설을 어느 정도 읽어야 할 텐데 낯선 작품들이 많다보니 건성건성 소홀하게 읽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대로 혹은 나름의 방법론으로 소설 한 편을 선정해서 제대로 읽어야만 이 책을 읽은 보람이 느껴질 텐데, 새삼 공부처럼 하는 소설 읽기가 과연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소설을 정말 제대로 읽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흠, 너무나 벅찬 책 읽기다.  

혹 나중을 위해서 각종 사용 설명서 코너에 이 책을 얌전히 모셔놓을까 어쩔까 살짝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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