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집안 살림살이에 이력이 붙을라나. 하긴 그런 착한 마음을 먹어본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던 내가 드디어 한 단계를 올라갔다. 시래기를 데치고, 말리고, 저장하고, 요리까지 해냈다는 것. 누구에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일이 되기도 하는 법. 나에게 시래기는 고난이도의 숙제 같은 거였다.





몇 년 전에도 시래기를 말렸다가 말린 시래기들이 고스란히 가루로 부숴지는 황당한 경험을 하고는 다시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로 시래기는 돈 주고 사 먹는 음식이 되었다. 예전에 엄마에게는 일도 아닌 것들이 왜 그렇게 어렵고 낯설던지...




책을 통해서 얻는 간접 경험보다 몸을 써서 얻는 기쁨이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걸...환갑이 넘어서야 겨우 깨닫는다. 나는 내 몸을 잘 사용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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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2-06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가지런히 널린 씨레기들이 느~~~무 예뻐요. 마자막 단락에 공감 백배요. 몸을 써서 얻은 것들이 오래오래 가기도 하더라구요.

nama 2021-12-06 18:51   좋아요 0 | URL
20대 때는 등산을 통해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삶의 용기를 얻었지요. 몸에서 얻은 것만이 내 것 같아요.

scott 2021-12-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에 좋은 시레기 나마님 댁 겨울나기 든든산 양식이네요^^

nama 2021-12-06 18:54   좋아요 0 | URL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데 인기는 없네요~

프레이야 2021-12-06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지 말리다 실패해서 시래기는 구매했어요.
냉동실에 많이 넣어두니 든든하네요.
먹기 좋게 잘 나오네요. 하지만 이렇게 정성들여 말린 거랑
비교 불가겠지요. 영양가가 그리 높다는데 그보다도 여러가지로
조리해 먹을 수 있고 좋으네요. 겨울건강 챙기자구요^^
몸을 잘 사용하기! 나이 들어갈수록 절실한 것 같아요.

nama 2021-12-06 19:58   좋아요 1 | URL
감자 캐는 것은 좋아하는데 해먹는 건 별 괸심 없고,
밤 줍는 건 미치도록 좋아하는데 그냥 두는 바람에 벌레 먹고,
온갖 효소 만들지만 먹는 것엔 등한시하고.. 이게 저랍니다. ㅎ
시레기는 한번 제대로 해먹도록 노력해봐야지요.
몸을 사용하는 방법 터득하기. 배움엔 끝이 없어요.

stella.K 2021-12-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좋네요. 건강해질 것만 같고.
저희는 이제 시래기를 잘 안 먹게되요.
어무이가 껍질까기 귀찮다고 사지도 않더라구요.
된장 시래기국 끊여 먹고 싶네요.^^

nama 2021-12-06 21:07   좋아요 0 | URL
시래기가 손이 많이 가긴 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먹긴 쉽지만...음식은 남이 해주는 게 제일 맛있지요^^

라로 2021-12-0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래기 넘 좋아해요!! 여기 사니까 그리운 것 중에 하나고요. 저도 나마님처럼 만들어 보고 싶은데 여기서 무를 팔 때 아예 무청을 안 팔아서 아무래도 불가능. ㅎㅎㅎ 가지런히 널어 놓은 모양이 무슨 장식품처럼 멋지네요. (하아~~제 언어 능력은 변함이 없으니;;;)

nama 2021-12-07 16:59   좋아요 0 | URL
여기도 대형마트에서는 무만 팔아요. 저건 충남 예산에 갔다가 우연히 전통시장에서 사왔어요. 제가 구입한 거에다 다른 사람이 버리고 간 무청을 주인이 다듬어주는 바람에 얼떨결에 들고 왔어요. 시골에선 흔해 빠진 거라 인기가 없고 도시에선 거추장스럽다고 외면하다보니 무청 만나기도 귀해요.

nama 2021-12-09 18:36   좋아요 0 | URL
등잔 밑이 어둡다고..오늘 보니 동네 마트에도 무청 달린 무를 팔고 있네요. 살림에 얼마나 무심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