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집안 살림살이에 이력이 붙을라나. 하긴 그런 착한 마음을 먹어본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던 내가 드디어 한 단계를 올라갔다. 시래기를 데치고, 말리고, 저장하고, 요리까지 해냈다는 것. 누구에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일이 되기도 하는 법. 나에게 시래기는 고난이도의 숙제 같은 거였다.
몇 년 전에도 시래기를 말렸다가 말린 시래기들이 고스란히 가루로 부숴지는 황당한 경험을 하고는 다시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로 시래기는 돈 주고 사 먹는 음식이 되었다. 예전에 엄마에게는 일도 아닌 것들이 왜 그렇게 어렵고 낯설던지...
책을 통해서 얻는 간접 경험보다 몸을 써서 얻는 기쁨이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걸...환갑이 넘어서야 겨우 깨닫는다. 나는 내 몸을 잘 사용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