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에 써 먹을 수 있는 책들 외에는 제대로 읽을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전쟁치르는 분위기... . 이런 땐 알라딘이나 서재들을 힐끗 거리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흩어지기에 가급적 들르려 하지 않는데, 아침 내내 머리 싸매고 있다가 도서관으로부터 문자받고는 딴 데로 새고 있다.  

커트 보네거트의 [신의 축복이 있기를 , 로즈워터씨]가 도서관에 입고됐기에 예약을 해뒀는데 이제사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였다. 젠장. 하이드님의 페이퍼를 보고 용기를 내볼까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읽기 어렵지... 싶다. '유머와 재치'를 잘 보여준다는 이 책이 오히려 읽기를 두렵게 한다. 유머와 재치.... 무서운 말이다. 누군가에겐 그렇게 다가오겠지만 누군가에겐 이게 뭐지, 뭔 소리야?... 이렇게 의아스러워지면 그 책과는 빠이빠이다.

 

 

 

 

 

 

 

한국 소설들 좀 챙겨보려고 노력했던 얼마 전,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를 역시 도서관에서 대출해 짬짬이 읽어보려했다. 한강이란 작가의 소설을 처음 보는데. 처음부터 나를 사로잡는 글쓰기를 하지 못하고 있더라. 한 여자의 죽음을 놓고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알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얘기가 기본 기둥인 거 같은데, 얼마 읽지 못했지만 어쨌든 도입부는 지루한 사설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덮었다.   

소설은 집중할 수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장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한다. 내겐 그렇다. 상황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쿨하게, 욕심을 버리고 집중할 일에 전력을 쏟는 게 현명하다.  

근래 재밌게 읽은 책은, 트렌드에 대한 리뷰들이다. 트렌드를 반발짝만 앞서는 정도가 필요하다.크, 머리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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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도 정신없고, 사회도 어수선하고.  

요즘들어 부쩍 '나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순리'에 대해서도. 고리타분한 얘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도 이러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이다.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건 몸의 변화이기 때문에 왠만해선 몸이 변함에 따라 생각도 변하는 걸 막기는 어렵겠다...이런 생각이 든다. 단지 몸의 변화만을 얘기하려던 건 아닌데,... 산다는 건 몇 년 주기로 찾아오는 고비를 넘기며 끝에 이르는 거 아닐까 싶다. 연로하신 내 부모님, 거리에서 만나는 노년의 삶들을 보면서 늙는다는 거, 시간을 더 산다는 거에 대한 경외감... 한편으로 피로감과 슬픔을 느끼곤 한다. 중년의 사춘긴가? 

"세상에서 가장 끔직한 건 순진하게 살다가 뒤통수 맞는 인생이다."  

오현종의 소설 [거룩한 속물들]의 카피다. 순진하게 산다는 게 어떻게 산다는 건지, 속물처럼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했을 때를 말함이다.  

이 소설을 몇 주 전 일요일 아침에 읽었다. 2주 전인가? 책이 참 슬프더라. '속물들'의 모습이란 게 예전엔 어떤 층위의 사람들이나 참 보기 드물게 노골적인 사람들에서나 볼 수 있었다. 속마음이야 어땠을 지 몰라도 대놓고 물적 욕망에 솔직한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우호적이진 않았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소개팅했던 남자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대목이 있다. 집이 어디냐고 묻고, 여자가 대답했을 때 남자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도중에 내리고 만다. 그걸로 그 남자와는 끝이다.  여자가 사는 동네, 주거 형태 등이 이 남자의 리스트에서 차지하는 순위와 기대치에 맞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 이 여자를 만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지역, 동네 구획적으로다가 가치, 가격이 매겨져 있으므로 참 편리하긴 하겠다. 목표하는 곳만 공략하면 시간, 노력, 자금을 줄이며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대화 속에서 이런 식으로 어떤 사람에 대한 견적을 딱 뽑아내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렇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걸 하등 이상하거나 계면쩍어하거나 민망해하지 않고 당연하게 내뱉는 모습을 보면서 아, 왠만한 사회학자 보다 사회를 꿰뚫고 있구나 ... 그런 생각을 한다.   

소설은 주인공이 마지막에 속물적 세계에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고는 소설을 쓰겠다고 선언하면서 노트북 자판에 손을 올리는 장면으로 끝난다. 대학졸업자, 20대 여자,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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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고 깊은 독서를 하지 못하는 관계로(깊은 독서를 하면 달라진다는 건가?, 이런 무책임한 변명 같으니..) 두 책을 읽고나서의 인상만을 남긴다면 편혜영의 [재와 빨강]은 많이 봐온 주제나 이야기 아닌가 싶다.  

[자유의 의지 지기계발의 의지]는 한국의 자기계발서의 역사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리뷰해온 것은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되고 자기계발 인간형을 강요하는 노동구조를 나름 분석해본 것 등도 좋았으나, 글쎄... 현실에 대한 소심한 성찰 같은 느낌? 그 정도는 굳이 이런 두꺼운 책을 읽지 않아도 이미 다 알지 않나? 그 노동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자신들이 강요받고 있는 현실을, 그 의미를. 그렇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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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고비로 한숨 돌리고 며칠 한가한(?)틈을 타 읽은 책은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다.     

 

 

 

 

 

 

 포스팅의 제목으로 삼은 '불행히도 삶은 계속 되었다'는 붕가붕가레코드사 소속 밴드 "불나방스타 소세지클럽"의 앨범 <<고질적인 신파>>에 실린 노래 제목이다.  

한번 들어보삼. 이 제목이 어찌나 슬프고도 포복절도한지 알 수 있음. 

이 책을 읽으면서 가끔씩 폭소를 터뜨리거나 '풋' 하고 웃던지, 뭔가 그래도 기댈 데를 두고 웃기게 노는 것들에 심사가 쬐끔 어지러울지는 잘 모르겠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예상을 뒤엎고(내부에선 대중성이 없다고 판단) 폭발적 반응을 얻은 후 이들의 고민 중 하나가, 초기의 근성은 없는 듯하지만 재밌자고 했던 것들에서 점점 더 좋게 좋게 만들려고 하는 음반들이라나 뭐래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 '불행히도 딴따라질은 계속되었다'가 되는 게 신파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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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2-19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보전진 반보후퇴라고 얼핏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나네요^^ 어쨌든 전진ㅋ 그렇죠~삶은 계속 되고 또 계속 되어져야만 하는거죠

포스트잇 2010-02-20 11:11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계속되고 계속되어져야만 하는 삶이 누군가에게는 끔찍할수도 있죠, 뭐...헤.시시덕거리며 뭔가 일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마음 굳게 잡수시고(맞나?) 살아가는거죠,뭐. 여튼 저는 요새 시시덕거려지지가 않어서요...
 

자본주의와 기대수명, 자본주의와 죽음에 대해 다뤘다는 기사를 보고 급 흥미가 생긴 책이다.  

 

 

 

 

 

 

 

지난 30년간 늘어난 7.5년의 기대수명을 어쩌란말인가? 노년에 주어진 이 7.5년의 세월을 어쩌란 말인가? 자본주의의 승리의 지표처럼 제시되는 늘어난 기대수명이 자본주의와 인간이 맺은 '파우스트적 계약'이란 비유는 가슴에 팍 꽂힌다. 파우스트는 늙어서도 그 열정적 에너지로 건설을 주도하며 변화하는 지형과 세계를 보며 벅차했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어쨌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곧이곧대로의 말만 생각해보자면 '파우스트적 계약'이란 그럴듯하긴 하다. 

요즘은 책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그저 짬짬이 기사와 서재 블로거들의 글 보며 관심가는 책들 보관함에 꾹꾹 눌러담아 놓을 뿐.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다시는 책을 들여다보지 않기. 인간사에 관심 끊기. 예전엔 정말이지 이런 생각은 꿈에도 꿔본적 없다. 가끔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이상스레 보였던 때도 있었다. 아주 오래 전, ... 그러고보니 그래도 그땐 젊었었던 때다. 지금도 기대수명에 대하자면 살아온 것만큼 더 살아야 할 정도로(끔찍하다.) 젊지만, 난 벌써 지친 듯하다. 엄살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결과를 계속 내야 하는데, 머리가 휙휙 안돈다....하루 또 넘기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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