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상되는 상황으로는 주말에 검토해야 할 자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올라오는 거 봐야 하겠고, .... 세상사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신문이나 뉴스, 각종 잡지류를 늘 살피는 게 가장 좋겠지만 하루하루 당장 눈 앞에 떨어지는 일거리들 치닥거리 하기에도 벅찬데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안되면 신문도 제대로 보기 어려운 처지다.   

  

 

 

 

 

 

오늘 저녁쯤이면 받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주문 넣었는데 결재까지 다 하고 나니 10일에야 배송된다고 뜬다. 기가 막힌다. 주말에 눈 소식이 예고되어 있으니 월요일에도 받아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난 '박근혜 현상'이 이해가 안되고 진짜로 가능성이 있는지 정말 모르겠는데, 어쨌든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라니 어찌 관심두지 않을 수 있으랴. 진보논객들의 박근혜현상 분석과 해명글이라니 대선을 앞두고 움직이는 이들이 느끼는 체감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도 비교해보고 싶다. 각종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취합하며 분석,해명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다. 끙. 

머리맡에 안나 카레니나 세 번째 권을 새로 올려놨는데, 작년에는 이상하게도 구입해 둔 책들을 고이 모셔두는 일이 잦았다. 특히 온라인 주문해 받은 책들은 더 고이 대접을 받은 것 같다. 오히려 동네 서점에서 사 들고 온 책들은 그런대로 제깍제깍 읽은 편이다. 나 같은 사람이 많으면 동네 서점이 이다지도 작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젯밤 눈도 아리고 물젖은 솜처럼 피곤한 몸을 뉘였는데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려져서 훌떡 일어나서 안나 카레니나 2권을 꺼내들었다. 작년에 이어서 계속 읽었다. 마지막 권을 읽을 차례다. 아 글씨, 안나는 왜 열차에 뛰어드냐고~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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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 한복판에서 정도를 벗어난 나는  

눈을 뜨니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 단테, [신곡] 지옥편 1장 -   

2011년 새해 첫날이자 첫주말에 읽은 책은 다카무라 가오루의 [석양에 빛나는 감]이었다. 최근에 개정판인 [조시]로 재출간되었지만 내가 자주 들르는 도서관에 마침 예전 책이 있기에 대출했었다. 소설의 제사로 쓰인 문장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그 유명한 것이었다.  

 

 

 

  

 

형사 고다 유이치로는 8월 무더위 속에서 지하철역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목격한다. 그곳에서 마주친 '포도알 같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에게 한 순간에 끌리고 마는데, 그 우연은 18년만에 재회한 어린 시절 친구 노다 다쓰오와 그의 정부로서 그 여인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불들이 소용돌이 치는 용광로를 상대하는 공장 노동자 다쓰오에게 겹치는 악재들, 그 속에서 서서히 망가져가는 정신이 치열하게 묘사되어 있다.   

'석양에 빛나는 감'이란 붉은 연시감의 색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그 색의 감각이 소설을 읽는 동안 인물들의 심리를 감지하게 한다. 살인으로 치닫는 심리를 묵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소설은 작가의 전작 [마크스의 산]에서도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심문하는 듯 상대와 대결하는 대사씬은 강렬한 힘을 여전히 보여준다. 주요 인물들인 고다, 다쓰오, 그리고 미호코는 그야말로 지옥으로 이끌어져 들어간다. 작가가 단테의 [신곡] 중 저 문장을 제사로 쓴 건 당연한 듯 보였다. [조시]로 개정된 내용도 궁금하다. 다시 한 번 읽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새해 첫 도전할 책은 단테의 [신곡]인데... 이게 또... 망설이게 한다. 김운찬 교수가 번역한 책은 절판된 상태이고 작년에 열린책들에서 세 권으로 분절해 책을 낸 모양인데 정체를 잘 알 수 없다. 민음사 판은 어쩐지 가벼워 보이는데 이걸 구입해도 될른지 모르겠다. 하여 일단 오늘은 주문을 보류했다. 머리맡 책들도 많은데 당장 읽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민음사판이야 쉽게 절판될 것 같지 않고, 김운찬 교수의 2007년판을 구입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중고서적으로도 없어서 마음이 더 언짢다. 뒷북.     

 

 

 

 

 

그러고보니 오에 겐자부로의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에서도 단테의 [신곡]은 주요한 책으로 등장한다. 기이형은 평생에 걸쳐 이 [신곡]을 반복하여 읽는다. 평생에 걸쳐 반복해서 읽어볼만한 책인 것인가.  

 

 

 

 

'인간은 왜 살인을 하는가'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주제라는데, [마크스의 산]도 그렇고 이 소설 역시 뚜렷한 인과관계 논리를 구성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적인 미스테리추리물이라든지 경찰범죄소설로 분류하기엔 넘침이 있다. [죄와 벌]과 비교된다고 하는데 고이 모셔져 있는 [죄와 벌]도 이 참에 읽어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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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건 그나마 어찌 해볼 수 있지만 읽은 책에 관하여 뭐라도 쓰는 건 더 많은 시간과 힘을 들여야 하기에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올해도 책만 읽고 정리는 제대로 못했다. 일에의 집중과 읽고 싶은 책으로 마음이 가는 딜레마를 달고 살았다.  

올해는 소설을 손에 쥔 날이 많았다. 특히 장르소설을 많이 읽었다. 아무래도 쉽게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인 책으로 꼽자면 쑹홍빙의 [화폐전쟁]이었는데 어쩌면 근래에 읽었기에 아직 여진이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읽는 재미를 줬지만 나름의 어떤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가라타니 고진 덕분에 오에 겐자부로와 하루키를 가까이 놓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역시 깊이 파고들 처지가 아니다. 생각 뿐이다. 오에, 하루키, 고진 세 사람은 시차를 두고 군조문학상 수상으로 인연이 있다. 최근에 번역된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는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을 하루키식 논픽션으로 응답한 프로젝트였다면 오에는 [공중제비]라는 소설을 썼다. 하루키는 [1Q84]를 내놓았다. 그 전에 오에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한 르포르타주 [히로시마 노트](1965)-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를 작업한 바 있다. 오에의 시대와 개인사, 하루키의 시대와 그의 라이프스타일, 두 사람에 대해 다룬 글들이 이미 있을지도 모르고 전혀 터무니없는 비교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흥미로운 점이 있었고, [약속된 장소에서]까지 번역되어 나온 마당에 1995년 이후의 하루키 소설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만은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또 올해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었다는 것이 꼽을 만한 일이다. 하루키 때문이었으니 나는 하루키의 자장에 머물고 있다. 소세키 전작을 읽지는 못했고 읽었던 책 모두 생의 미스테리를 담으면서도 담백함이 있어서 좋았다.   

 

 

 

 

 

빌 벨린저의 소설들은 50년대 소설임에도 신선했다.   

 

 

 

 

 

역시 50년대 소설이면서도 놀라운 구성력을 보여준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도 인상적이었다.

 

 

 

 

 

그밖에 한 번 손에 쥐면 좀처럼 놓을 수 없었던 재미를 선사했던 책들을 꼽아보면  

  

 

 

 

 

한국소설은 많이 읽지 못했는데 맘 편히 신뢰를 갖고 집어들기에 여전히 주저하게 된다. 왜 그럴까? ... 은희경의 소설도 처음 읽었지만 오래된 책인지라 올 해 나온 책 중 내가 읽은 소설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건 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이었다.   

 

 

 

      

SF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여전히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평소에 좀 정리를 해 두면 좋으련만 갑자기 돌아보니 제대로 잘 보이지가 않는다. 깊이 읽기와 반복해서 읽기는 잘 안되고 늘 새 책,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여 미지의 책 읽기가 더 다급하다. 쉽게 버리지 못할 습성임을 잘 안다. 수십년을 그래왔는데 갑자기 변할리가 없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내년 마지막날에도 오늘처럼 이 서재에 들어와 이렇게 뭐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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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게 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다. 3백여 페이지 정도만 됐어도 그럭저럭 봐줄만했을 거고, 이런 소설도 있군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나는 하루키가 설명과 묘사의 역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의 태도를 지지한다. 설명이나 묘사가 많을 수록 이야기 진행은 더뎌지게 마련인데 단 소설전체의 '무게'를 느끼게 또는 지탱하게끔 할 때는 공들여 묘사한다는 태도. 잘 구사된 설명과 묘사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나 감성을 이끈다. 내게 [살인의 숲]의 지지부진한 설명과 지문, 묘사는 좀 끔찍했다.   

2008년 각종 미스터리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살인의 숲]은 2007년 정도에 완성된 것이라고 보면 될텐데 이게 몇 년 안되는데도 이미 상당히 뒤처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교과서적인 정의 정도에 기반한 형상화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절정부분에서의 두 여자의 대담하고도 교활한 결투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갖긴 어려웠다. 어린 시절 치명적인 외상을 갖고 성장한 주인공 애덤 라이언의 이야기는 뭔가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안개만 피워대다 만 듯하고(그런 의미에서 한국판 표지는 딱이다. 기대는 잔뜩하게 하잖아. 뭔가 있대니까...일단 들어와봐...) 뭐 인물들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아일랜드에서도 벌어지는 보존 대 개발의 대립을 끌어들이는 것은 거의 변죽만 울릴 뿐이고, 여튼 이게 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다. 좀더 타이트하고 콤팩트한 소설이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나쁜 얘기를 하진 않고 넘어갔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원제는 Snakes in Suits)]가 아마 내가 처음 사이코패스에 대해 읽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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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더 읽기보다는 한 해를 돌이켜보는 고요한 시간을 갖고 싶다. 주변의 우울한 소식들, 특히 올해는 아픈 사람들이 많다. 물론 안타깝게 젊음을 고스란히 갖고 떠난 이들을 보내며 살아왔지만 건강을 잃은 지인들을 보는 중년의 겨울, 세밑은 칼바람이 드는 느낌이다. 별일 없이 살다가 별일을 맞게 되면 알짤 없이 현실적인 문제들이 줄줄이 들이닥친다. 어쩔 수 없이 지난 삶과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가 있다. 과거는 지나갔고 앞으로는 어쩔 것인가. 지난 날 걸어온 길이 있는데 새날이 뭐 그리 또 새로울 것도 없겠지만 지난 길이라도 수습할 것들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주부터 읽고 있는 책이 [살인의 숲]인데, 이제 딱 절반 읽었다. 본문만 575페이지인데 글자 포인트도 작고 한 페이지가 빽빽하다. 엄청난 분량이라는 거다. 각종 상의 신인상을 휩쓸었다는 배경을 갖고 있어 이 상들이 기획사 나눠먹기에다 참석한 가수들에게만 상을 주는 한국연말 가요상이 아닌 바에야 나름 권위를 가질 거라는 순진한 믿음을 갖고 책을 대했는데 이건 뭐 기대만큼의 수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  

작품해설이라고 붙은 글을 보면 이 작품에 대해 분명한 자기 해설을 갖지 못한 어정쩡함이 아쉽기도 하다. '이 작품은 어떠한 형태의 작품이라고 딱 잘라서 뭉뚱그리기가 어렵다'. 이게 뭐야.  

여튼 끝까지 가보긴 해야겠지, 책 뿐만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에는 모험도 필요한 거니까, 좋은 경험했다고쳐도 괜찮을 것이고, 다 읽고 나면 지금까지 짜증낸 거 사과해야 할지도 모를만큼 좋은 작품일 수도 있고.     

 

 

 

 

 

 

   

문득 클리프턴 페디먼이 여행갈 때 읽곤 한다는, 아주 재밌게 읽는다는 책, 앤서니 트롤럽(트롤로프)Anthony Trollope의 책들이 생각났다. 여행갈 때 비행기 안에서 페이퍼백으로 읽는 그런 소설인 모양인데 국내에는 이 작가의 작품이 번역된 게 없다. 궁금하다. 19세기 소설, 그 '막대한' 이야기속으로 빠져볼 수 있다는 건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겠다. 나는 찰스 디킨스에 도전해볼까 해서 사들여놨다. 앤서니 트롤럽 작품 한 권이라도 맛보기,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 

 

 

 

 

 

 

 

 

[The Eustace Diamonds]는 귀족출신의 정치가인 플란타제네트 팰리서와 그의 똑똑하고 야심많은 아내의 생애를 추적한 작품인데, 돈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아주 예리하게 분석했다고 클리프턴은 소개했다. [The Way We Live Now]는 어둡고 냉소적인 소설로 멜몬트라는 음모를 잘 꾸미는 금융가가 주인공인 모양이다. 두 작품 모두 자본주의라는 괴물같으면서도 매혹적인 시대를 배경삼아 방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같다. 디킨스와 트롤럽(혹은 트롤롭). 이들 작품을 대하는 나의 환상은 대충 이렇다. 봄바람 살랑대는 어느 봄날, 컨디션 최고인 날, 아무 걱정거리 없이 따스한 햇살받으며 책에 흠뻑 빠져 사는 나날, 내 생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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