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한 남자가 있다. 30년 동안 친구라는 한 남자에게 고통을 당한 남자다. 자신은 친구로 생각했고 우상처럼 여겼던 남자는 자신을 하인처럼 대했다. 그로 인해 그는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그가 가지고 있던 꿈과 사랑하던 여인을 잃었다. 남자는 그 남자에게 자신이 당한 30년 동안의 고통을 안겨주고 싶다.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남자는 기회를 엿보다 기회가 왔을 때 치밀한 계획을 실천한다. 표절이라는 무기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남자의 생애 최고의 명예를 더럽히고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보다 더 통쾌한 복수는 없다. 왜 늘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는가. 한번쯤 괴롭히는 사람도 당할 필요가 있다. 왜 항상 선한 사람은 선한 채로 살아야 하는가. 그들도 때론 악의를 품고 악의적인 사람과 대항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죄라면 인간의 원죄이리라. 

하지만 마지막의 모양새는 이 작품을 약간 심파적으로 만들었다. 너무 재미있는 작품이라 <태양의 가면>을 읽으려 하니 이 작품의 복제품이란다. 그러니까 이런 아이디어는 한번만 써먹어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아니라면 탐정을 등장시켜 범인을 잡히게 만드는 식으로 했더라면 계속 쓸 수 있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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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06-28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두 읽었어요. 너무재미있는 책인데 알려져 있지도 않고, 이젠 품절되어 살 수도 없더라구요.

물만두 2004-06-28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절판 바로 직전에 구입을 했지요. 하지만 헌책방에서는 가끔 보이더군요. 좋은 책이 많이 안 알려지는 건 정말 가슴아픕니다...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기시 유스케의 작품으로 정말 보고 싶던 작품을 어렵게 구해 읽었다. 스케도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구축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도 기리노 나츠오와 같이 추리 소설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이 작품은 분명 추리 소설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다른 작품들, <푸른 불꽃>, <천사의 속삭임>은 추리 소설적이라기 보다는 좀 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를 가미시킨 작품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친구가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작가 세나 히데아키가 아닌가 하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그럼 작품 내용으로 넘어가 보자. 한 남자가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지를 신참 보험사 직원에게 문의를 해 온다. 그는 자살을 막으려 애를 쓰지만 결국 한 어린아이의 자살을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집에서는 계속 보험과 관계된 사건이 일어난다. 보험사 직원은 검은 집의 흉계 속에 빨려 들게 된다. 그 어두컴컴한 집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 작품은 보험 사기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보험회사에 취직한 남자가 자신이 상담을 간 검은 집에서 자살을 목격하는 목격자가 되고 범인을 아이의 의붓아버지로 생각하지만 증거가 없어 보험금이 지급된다. 그 뒤 이번에는 그 아버지의 양팔이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때 그는 검은 집의 진짜 실체를 알게 된다.  

이렇게 썼다고 이 작품을 <링>같은 호러 작품과 착각하면 안 된다. 이 작품은 물론 호러적 느낌도 있지만 엄연한 추리 소설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 어떤 면에서 보면 유키토 아야츠지의 작품과도 비슷한 면을 보이고 있다.  

현대 사회는 붕괴와 파멸의 지름길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필립 K. 딕의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처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범죄 성향이 있거나 미래에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사람을 제거하게 될 지, 아니면 드러난 범죄 성향의 사람보다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서서히 사회를 좀 먹어 가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을 문제 삼아야 할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는 제대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할 것인지. 책을 덮고 난 뒤 질문이 더 많아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흔히 추리 소설의 소재로 사용되는 보험사기에 관한 내용이다. 보험 사기 사건은 영국에서 최초로 생겨났다고 한다. 이때도 한 남자가 여러 여자와 결혼을 하고 보험을 든 뒤 여자를 살해한 엽기적 사건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방법이 행해지고 있지만 최초의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언제나 사망시 지급되는 보험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험에 들고 살인을 한다. 돈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는 것이다. 보험이라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인 물욕을 자극하는 상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돈 때문이 아니라면 보험을 들 이유도 없을 테니까. 미래를 위해, 가족의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사람들은 보험을 든다. 그 보험이 때론 양날의 칼처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비수가 될지도 모른 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아니 어쩌면 사람들은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드는 건지도 모른다.

인간의 탐욕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인간의 광기는 얼마나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점을 개인적 한 인간에 초점을 맞춰 쓴 작품이다. 기시 유스케. 참 괜찮은 작가다. 하지만 당분간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나기는 힘들 듯 하다. 출판사가 출판 계획이 없다고 하니. 그래도 기대를 가져 본다. 기왕이면 추리적 냄새 가득한 작품이 출판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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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6-28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러로 분류해도 무리없을 만큼 무시무시 오싹오싹... 읽으면서 정말 무서웠습니다. 물론 무지 재미있었지만.. ^^;;

물만두 2004-06-28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래 호러부문 상을 받은 거라 그럴겁니다. 저는 무섭다기 보다 추리적 관점에서 봐서요... 호러 좋아하는 분들 봐도 좋겠네요...

물만두 2004-06-28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이 작가는 그다지 호러는 아닙니다. 특히 <푸른 불꽃>은 성장 소설이라 할 만하죠. 저도 호러는 못 읽어요. 스티븐 킹은 아예 제낀 지 오래되었는 걸요. 심지어 만화 <백귀야행>도 밤에는 못 본답니다...

sayonara 2006-06-12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완전 호러 아닌가요!?
'13계단'을 읽고난 다음에 읽어서 그런지... 한 40페이지 읽었는데 도저히 더는 못읽겠습니다.
'13계단'은 확실히 월드컵보다 재미있는 소설인데, '검은집'은 확실히 월드컵보다는 재미없는 소설같습니다. 계속 읽을까 말까 고민은 되는데... -ㅗ-;;;

물만두 2006-06-13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추리소설로 읽음 호러로 안보이는데요^^;;; 그게 요즘 작품들이 편차가 있어서 나왔을때 제때 읽지 않음 사회파라던가 범죄소설은 퇴색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전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작가가 언제나 그리는 소재는 청소년기의 심리에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감안하시고 보세요^^:;;
 
5시간 30분
정건섭 / 예술시대 / 199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인 박문호 형사와 민형규 기자가 전작인 <덫>에도 나왔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작품에 앞서 <덫>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덫>은 사 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내게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한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이 작품은 열차가 트릭으로 이용되는 작품이다. 열차에서, 혹은 열차를 이용한 트릭을 사용하는 작가는 많다.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실인 급행 특급 열차>도 있고 니시무라 교타로의 <침대 특급 살인 사건>, 마스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 등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을 이런 작품들과 비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럽다. 트릭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고 단지 드라마적 요소가 조금 약한 것, 그리고 강약의 조화와 마지막에 우리 나라 특유의 심파조로 흐르는 것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잘 쓰여진 작품이다.

형사를 교묘하게 따돌리는 방식과 침대 열차에서 사라진 남자가 남긴 가방에서 나온 시체... 그리고 그 시체가 엮긴 사연들... 형사와 기자가 한 조처럼 움직이는 콤비 플레이... 이것을 시리즈로 만들었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시리즈인지도...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만 보다 우리 나라 작가의 잘 쓰여진 작품을 보는 것은 몇 배의 희열을 가져다준다. 물론 이 후 다시 쇠퇴하는 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김성종과 더불어 이 작가의 작품도 찾아 읽어야겠다. 더 있다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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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4-07-17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원 님과 더불어 가장 실력있는 국내추리작가라고 평가받는 분인 것 같습니다.
노원 님 책은 봤지만 정건섭 님 책은 구해두고 아직 보지를 못했네요...
시간 내어 보도록 해야 겠습니다.
 
기린의 눈물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2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시리즈가 어떤 것은 사건으로 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것도 있고 탐정이 등장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탐정 음마 라모츠웨가 다루는 사건은 독립적으로 등장하지만 음마 라모츠웨의 사생활적인 면은 계속 이어지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시리즈가 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는 약간의 사생활을 보이지만 이 작품은 그런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음마 라모츠웨가 다루는 사건도 보편적인 서양이나 우리를 비롯한 동양에서 일어나는 그런 사건이 아니다. 누군가는 음마 라모츠웨를 미쓰 마플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녀가 아가사 크리스티를 안다는 점만 빼고는. 그녀는 직관에 의지해 사건을 풀어 나가는 탐정이다. 그리고 이 사건들에는 어떤 트릭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엄밀하게 따지자면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추리 소설로 기쁘게 읽었지만 추리 소설을 싫어하는 독자들에게는 넓은 자연이 주는 넉넉함과 포근함을 선사할 문학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 작품을 아프리카, 이 작품의 배경인 보츠와나 사람이 쓰지 않았다는 점뿐이다. 물론 작가가 백인인 것을 빼면 보츠와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지는 모르지만 아프리카인이 쓴 아프리카의 탐정 소설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토니 모리슨의 <재즈>를 읽어본 독자라면 그들에게 특유의 정서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본토 아프리카의 정서는 그것과는 다른 좀 더 밝고 깨끗하다. 이 작품을 읽게 된다면 아마 보츠와나에 가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또 다른 비유같지만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에서 보여지는 캐드펠 수사의 따뜻함을 음마 라모츠웨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어느 작품이 더 낫냐고 묻는다면 정서적인 면에서는 음마 라모츠웨 시리즈에게, 추리 소설적 면에서는 캐드펠 시리즈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정말 매력적인 작품인데 내 서평이 번번이 누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읽어볼 것을 간절히 권하고 싶다. 이 작품, 이 시리즈는 정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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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2004-07-14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이 추천하는 작품이라면
보관함에 꼭 넣어둘게요!!!
사실은 여자탐정에 굶주려 있어서...

물만두 2004-07-14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속 출판된다니 기대해도 될 것 같아요. 무척 신선하구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1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최초의 아프리카를 무대로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34살에 아버지의 유산으로 탐정 사무소를 차린 보츠와나 최초의 여탐정 음마 라모츠웨. 음마는 보츠와나에서 사용하는 여성에 대한 존칭이고 그녀의 이름은 프레셔스다. 이 작품은 일종의 음마 라모츠웨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보츠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이기도 하다. 단편적인 사건의 해결은 액자처럼 사이사이에 끼어 있고, 가장 커다란 사건이 그것을 덮고 있다. 그리고 라모츠웨의 일상의 삶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라모츠웨가 청혼을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끝날 수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볼 만한 추리 소설 시리즈가 출판되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아프리카가 배경인 아프리카 여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 시리즈다. 본명은 프리셔스 라보츠웨, 보통 보츠와나나 그 밖의 아프리카에서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인 음마 라보츠웨로 불리는 보츠와나 최초의 사립 여탐정이다. 그녀는 탐정 사무소를 아버지의 유산으로 차린다. 그리고 비서를 채용해서 사건을 맡아 해결한다. 이게 다라면 보통의 추리 소설과 다를 것이 없으리라.  

하지만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인 동시에 아프리카 여성의 삶에 대한, 아프리카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음마 라보츠웨의 성장기와 실패한 결혼, 아버지의 인생 여정까지를 담담하게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준다. 아프리카는 이 메마르고 황폐한 세상, 전쟁과 살육이 난무하는 세상에 남은 단 하나 유토피아라는 것을. 그것을 음마 라보츠웨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아프리카의 따뜻함, 태고의 평화로 돌아가자고, 아니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말이다. 한번 귀 기울여 보시길. 그 붉은 대지가 말하는 속삭임을. 우리 모두 형제이고 자매라는 속삭임을 말이다. 여기 평화가 있다고 속삭이는 이야기를. 

이 작품은 아프리카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동시에 아프리카, 특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보츠와나라는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가를 알려준다. 이 작품은 음마 라모츠웨라는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이자 한 여성의 인생을 담은 자전적 소설인 동시에 우리에게 휴식을 주는 휴먼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한다. 아마 거기에 우리도 포함될 것이다. 시간을 분, 초로 생각하는 우리, 빨리빨리 병에 걸려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우리에게 시간이 무엇인지, 다시 코리안 타임을 되찾으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진정한 느림의 미학이 있다. 진짜 인간애가 있다. 사람 사는 곳이라 흠도 있고 사건도 있어 탐정 음마 라모츠웨는 바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것은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을 말이다.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람의 존재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 그 방법을 알려주는 아주 소중한 작품이다. 

요즘 추리 소설은 잔인하고 엽기적이고 기막힌 트릭이 아니면 진부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런 사이에 고전적이면서도 독특하고 문학적 분위기에 색다른 아프리카 향기가 솔솔 풍기며 할머니가 어릴 적 얘기해 주시던 것 같은 단순하면서 명쾌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탁한 공기를 마시다 시골에서 마시는 상쾌한 공기와 비교될 수 있다. 정말 신선하다. 이 작품을 대하면서 절대 기존의 추리 소설을 기대하지 않고 재미있는 아프리카로의 여행, 동화같은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이 작품은 독자에게 만족을 줄 것이다. 복잡한 삶, 고단한 생활에 여유를 찾고 싶다면 부디 이 작품을 읽어보시길.

p200

바람에 나무 태우는 냄새가 살짝 묻어 왔다. 그녀는 이 냄새만 맡으면 모추디의 모닥불 가에서 맞았던 아침이 기억나 가슴이 짠했다. 은퇴할 나이가 되면 꼭 그곳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다. 집을 한 채 사거나 지어서 사촌들을 불러 함께 살 것이다. 사촌들은 그 땅에 멜론을 키우고 마을에 조그만 상점을 살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침마다 그녀는 집 앞에 앉아 모닥불 연기 냄새를 맡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하루를 보낼 계획을 세울 것이다. 이런 것을 해보지 못하고 늘 아등바등하면서, 결국은 일어나고야 말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며 사는 백인들이란 얼마나 가엾은가. 가만히 앉아 있지도 못하고 소들이 풀을 뜯는 광경을 바라보지도 못한다면야 돈이 아무리 많은들 무슨 소용이랴? 그녀가 보기엔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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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6-2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늘 저를 매혹시키는(!?) 단어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은 우아한 유럽, 화려한 미국, 여유로운 남미의 섬을 동경할 때, 저는 늘 아프리카의 생명력을 꿈꿨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물만두 2004-06-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분위기 물씬 풍기는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 아프리카 사람의 사는 이야기랍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아프리카 사람이 쓰지 않았다는 거지만 그래도 요즘 읽은 다빈치 코드보다 백배는 나은 책입니다... 2권까지 다 읽고 3권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4-07-2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탐정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미스테리 추리소설을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여탐정 '라모츠웨'의 인생이야기더군요...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묘한~ 매력이 있어서 계속 읽고 있답니다. 3권을 찾고 있는데...

물만두 2004-07-2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 근간이라니 조만간 나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