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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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책의 자히르를 보르헤스의 작품 <자히르>를 보고 썼다는 말에 보르헤스의 단편 <자히르>를 읽고 말았다. 아주 짧은 단편이다. 자히르는 무엇인가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에 어떤 자히르가 있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이 어느 시점에서부터 자히르를 잃어버렸듯이 작가도 자히르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자히르가 그렇게 쉽게 잃어버리고 잊혀 질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절대 아니다. 자히르는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나는 자히르가 무엇인지 모르고 경험한 적도 없다. 하지만 종교적 의미로든지 아니면 다른 어떤 정신적 의미로든지 자히르는 코엘료가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히르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은 <알렙>에 수록된 보르헤스의 자히르를 보시기 바란다. 거기에는 자이르라고 나와 있다.
이 작품 이전에 나는 한 여자가 말도 없이 남편 곁을 떠났던 작품을 읽었다. 그 작품은 마르흐리트 더 모르의 <쥐색 흰색 푸른색>이다. 이 작품이 더 인간적이다. 여기에서도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갔다가 몇 년 만에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온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이 자히르인가? 아니다. 그건 단지 일탈일 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각각의 주변 사람들과 남편의 반응은 보편적이다. 그래서 그 보편적인 것 가운데 나는 또 다른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독자가 무언가를 느낄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생각할 기회 조차 주지 않는다. 완전히 단절된 작가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것도 한 얘기 또하고 한 얘기 또하는 술 취한 사람같은 느낌의...
작가의 작품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알고 있었지만 읽을수록 허무해진다. 뭔 말이 그리 많은 지... 돈은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다 해봤고 양손 가득 모든 것 쥐고 났더니 그래도 허무하더라 이 말이다. 결론은... 그래서 여자는 종군 기자로, 중앙아시아로 떠나고 남자는 그 여자를 찾아 떠나고... 산다는 게 그리 편하고 만만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화가 났다. 못 사는 어느 나라 사람들은 아파도 약 살 돈이 없어 가짜 약이라도 먹으려고 애를 쓰는데, 전기세를 못 내 어느 여중생은 촛불 켜고 자다가 불이 나서 죽었는데 모두 가졌더니 그게 아무 것도 아니더라는 책을 쓰고 싶은지...
작가가 자히르에 대해 쓰고 싶었다면 유럽에서 그것을 가장 잘 실천하는 작가의 책에서 말하는 것에 의하면 말이지만, 집시에 대해 썼어야 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유태인보다 더 많이 학살당하고도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한 이들 말이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방랑자의 생활, 도시에서 유목민의 생활을 하는 그들 말이다. 사라져가는 먼 나라의 유목민을 찾아가 양탄자를 짜는 게 아니라. 그런데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럽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사람들이니까. 등장인물로는 안 어울린다. 책이 안 팔릴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한 거 아닌가 싶다.
표지만 겁나게 예쁜 작품... 그 표지의 반만큼의 알맹이도 없는 내용... 마지막의 만남이 압권이다. 그게 자히르란 말인가. 사랑이란 말인가.
이 책을 읽느니 나는 차라리 오승근의 노래를 듣겠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가까이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작가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면서도 뭘 여러 가지로 둘러싸서 뭐가 있는 듯이 보이게 하려고 애를 쓰는지... 간단하게 말하면 될 것을...

참,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맨 처음 아내가 실종되고 남편이 경찰서에 잡히는 장면때문이었다. 경찰이 등장하니 추리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기 때문이다.

p286-287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것들을 그냥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그것들에서 해방돼라. 관계를 끊어내라. 속임수를 쓰기 위해 표시해놓은 카드로 게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때로는 따기도 하지만 때로는 잃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뭔가를 되돌려주기를, 너의 노력을 인정받기를, 사람들이 네 재능을 발견하기를, 사람들이 네 사랑을 이해하기를 바라지 마라.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자존심이나 무능이나 교만이어서는 안 된다. 네가 그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이젠 네 삶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문을 닫아라. 다른 음악을 틀어라. 집을 청소하고, 먼지를 떨어내라. 지금까지의 너이기를 그만두라. 그리고 너 자신이 돼라. 

소크라테스가 그 옛날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그리 쉬우면 이리 오랜 세월 알려 질 수 있었을까. 말을 하기 쉬우나 행동이 어려우니 장자는 도를 말하고 누군가는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쓰고... 그러는 거 아닐까. 사랑을 이리 어렵게 만들면 속인은 어찌 사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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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7-1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다 읽었거든요. 동감!

물만두 2005-07-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고치는데 오셨습니다. 역시 코엘료랑은 코드가 안 맞아요 ㅠ.ㅠ

파란여우 2005-07-1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승근의 노래까지 특별출연한 오 자히르...
박진감이 팍팍 묻어나는 스피디한 리뷰였구먼..
어머, 코엘료 군단이 보면 안돼는뎅...

물만두 2005-07-19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읽고 바로 안 씀 잊어먹어서 못써요 ㅠ.ㅠ 코엘료 군단이 있나요? 그리샴도 뭐라고 했는데 그리샴 군단보다 막강할까요 ㅠ.ㅠ;;;

2005-07-19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07-19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stella.K 2005-07-2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물만두님! 저도 읽으면서 짜증나는데, 님의 평은 한줄기 물 같구려. 추천하고 가오!

물만두 2005-07-2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 저 출판사에서 뭐라고 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하지만 뭐 더한 걸 참았답니다^^;;; 날도 더운데...

sayonara 2005-07-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이런 식이라서 더욱 아쉽더라구요. '연금술사'의 끝에서도 고작 그것(?)이 그것(?)이었는지... -_-#

물만두 2005-07-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두 권 더 있다구요 ㅠ.ㅠ
 

Tom Wolfe - The Bonfire of the Vanities

호의은행이 등장한 작품

이 작품에 '도쿄의 프리츠와 한스'가 등장.

 Carlos Castaneda - Journey to Ixtlan

개인적 역사의 망각이라는 개념이 들어 있는 작품.

코엘료가 여러 작품에서 많은 것을 따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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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드디어 샀다. 빨리 와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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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7-1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자주 지르시네요?

물만두 2005-07-1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순이가 사 내라는 통에요. 쿠폰쓰는 날짜도 있고... 아직 한권 더 남았어요 ㅠ.ㅠ

마늘빵 2005-07-1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요즘 꽤 많이 지르시는거 같은데...

물만두 2005-07-1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ㅠ.ㅠ
 

만순이 압력때문에...

에잇... 25권 샀다 취소하고 다시 샀다.

그래서 쿠폰 2천원 날라갔다.

올해 손해본 쿠폰만 6천원...

알라딘 주급인데...

무지 덥고 가렵고 속상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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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포네 메이크업 프라이머 - 30ml
화이트앤블랙
평점 :
단종


나는 화장품 쓸 일이 없는 사람인지라 어머니를 위해, 또는 여동생을 위해 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됐다. 어머니께서 쓰시고 계신데 좋다고 하신다.

첫째, 색깔이 없으니 메이크업 베이스를 많이 바르시는 나이 든 분들에게는 티가 안나서 좋다. 그 전에 사용하던 것은 대부분 녹색 계열이었는데 너무 많이 바르면 바른 티가 너무 나서 닦아내야만 했었다.

둘째, 기름기가 적당해서 좋다. 나이드신 분들 피부는 대부분 건성이다. 기름기가 있다보니 오히려 촉촉한 느낌을 준다고 하신다.

세째, 기초 화장을 하고 이 제품을 바르고 요즘 같은 여름에는 선탠 크림을 바르고 나면 더 이상 화장할 필요가 없어 편하시다고 한다. 

이렇게 바르고 오후에 뒷 산을 한 바퀴 돌고 오시면 만점이시라나...

특히 좋았던 점은 케이스가 예쁘다는 점이다. 제품이야 솔직히 쓰는 제품만 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한다. 아주 예민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면 가격과 디자인이 관건이 되는데 가격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하고, 케이스의 그 우아함이라니...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포장이 좋았다.

화장품은 미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인간의 신체에 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면도 있어야겠지만 우선 시각적인 미적인 요소도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눈으로만 본다면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포장임에는 틀림없다. 어머니도 만족하시고 나도 만족스런 제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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