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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1 - 왕의 용 ㅣ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사실 나는 환타지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무협소설을 빼고 보면 내가 읽은 환타지 소설이라고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그리고 이영도의 단편집이 전부이다. 그래서 읽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자마자 안 읽었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음에 있어 선입견과 편식은 좋은 책을 멀리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폴레옹이 영국을 점령하려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의 전투기처럼 용이 공군력이 된다는 설정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환타지 소설이다.
영국 해군의 로렌스 대령은 프랑스 전함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전리품을 챙기려던 순간 그들에게 부화를 앞두고 있는 용알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런데 용은 공군에게 배정되는 것인데 부화하면 용에게 안장을 채우지 않으면 야생용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들 중 제비뽑기로 해군에서 공군으로 과감하게 자신의 부대를 바꾸기로 하는데 알에서 깨어난 용이 제비뽑기에 뽑힌 해군의 안장을 거부하고 로렌스 앞에 앉는 사태가 발생한다. 어쩔 수 없이 로렌스는 용에게 안장을 채우고 이름을 ‘테메레르’라고 지어준 뒤 자신이 지휘하던 전함을 부하에게 넘겨주고 공군이 되는 신세가 된다.
로렌스에게는 참혹한 설정이지만 이 부분에서부터 나를 사로잡는다. 재미있다.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두터운 우정과 신뢰가 쌓여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인간과 용의 그런 유대감을 잘 묘사한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테메레르는 영국에 하나뿐인 중국용으로 추측되는데 각 나라마다 용을 얼마나 보유하고 잘 교배시켜 부화를 많이 시키느냐가 공군력을 상징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용은 여자만을 태우기 때문에 공군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인 군대에 여자 군인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모든 장면이 로렌스와 테메레르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로렌스는 공군에서 질투의 대상이 된다. 다른 공군이 테메레르를 인수하려 했지만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용알이 부화되어 배정되기를 오랜 세월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 둘이 공군 훈련을 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교관이 용이라는 사실, 용끼리 친분을 쌓고 자신의 용을 귀하게 대우하지 못하는 자는 경멸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 속에서 자신의 신분은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 세습되어 내려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테메레즈와 로렌스의 전투장면도 좋지만 작품 안에서 로렌스가 자신이 쌓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용을 위해 재산의 반을 털어 아름다운 목걸이를 사서 걸어주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인간보다 더 머리가 좋고 자신이 선택한 인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마음은 충성심이라는 인위적인 것과는 조금 다른 우리가 지금 잃어가고 있는 우정이라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총6권에 달하는 판타지 대서사물의 1권에 해당한다니 다행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는 테메레르를 기다릴 차례다. 그 기다림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해리포터 시리즈는 중간에 나를 실망시켰다. 이 작품은 그런 일이 없을거라 믿는다. 아울러 피터 잭슨의 차기 작품으로 영화화된다니 얼마나 멋지게 만들어질지 기대가 된다.
해리포터에게 마법이라는 환타지가 있다면 로렌스에게는 용이라는 환타지가 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전투신보다 용과 인간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이 느껴진다. 지금 전투기가 아닌 용이 전투기 대신 공군의 조종기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땅이 큰 나라가 역시 용을 많이 사육할 수 있고 먹이 조달도 할 수 있을 테니 그게 그거겠다. 아무튼 나폴레옹은 등장하지 않고 나폴레옹이 갖고 싶어 하던 황제 용만 등장하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해리 포터보다는 이 작품이 더 재미있다. 훨씬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고 어른스러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 환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지 않으면 안 될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