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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살면서 국가기관, 가깝게는 관공서, 동사무소에서 불쾌한 경험을 겪은 경험 한번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게는 불친절에, 기다리는 짜증에, 비합리적인 행정 시스템에,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없는 사고와 세금 받을 때는 재빨리 받아가면서 환급해줄 때는 느리고, 위협적인 말투와 마치 국민 위에 있다는 듯 오만한 태도 등등 얼마나 우리를 열 받게 했던가.
여기 터기에 야샤르가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한 약간 보태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국가 기관의 횡포에 일생을 휘둘린 불쌍한 사람이. 주민등록증을 만들러 갔더니 이미 사망 신고가 되어 있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해 초등학교를 갈 수 없었는데 군대는 끌려가고 나올 때는 주민등록증이 없어 전역이 안 되고, 아버지 빚을 갚을 때는 아버지 자식인데 아버지 유산을 상속하려니 아버지 자식을 증명할 주민등록증을 내라고 하고, 심지어 정신병원에서도 주민등록증이 없어 퇴원이 안 되던 인물.
우리는 야샤르의 이야기를 읽으며 웃는다. 박장대소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웃음은 실소로 변하고 씁쓸함만이 남는다. 그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천일야화가 야샤르의 이야기보다 재미있을까? 그 작품이 이 작품보다 더 우리 가슴에 남을 수 있을까? 감히 나는 천일야화보다 이 작품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다. 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작가의 통찰력과 국가 권력이 무슨 대단한 집회나 시위, 이념과 사상을 가진 자들만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불친절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억압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직접 읽어봐야 이 작품의 참 맛을 알 수 있다. 야샤르를 만나 야샤르의 이야기를 밤마다 듣지 않고서 어떻게 야샤르에 대해 그와 우리의 닮은 점에 대해 공감하고 웃고 울 수 있겠는가. 무조건 읽기를.
관공서에 반드시 비치되어야 하는 책! 공무원 필독 도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공무원 시험에 수능시험 같은 문제 말고 이 책 읽고 독후감쓰기 같은 거 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야샤르에게 잘 대하기만 하면 공무원으로는 합격일 테니까. 야샤르가 만족하면 우리도 만족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