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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문도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옥문도...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작품인가... 다시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게 되다니... 이 얼마 만이냐. 하긴 <혼징 살인 사건>에서 전쟁으로 전장에 나갔다가 귀환하는 길이니 더벅머리 초짜 탐정은 좀 더 경험을 쌓은 진짜 탐정이 되어 전우의 유언을 가지고 섬을 찾는다.
이 작품은 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3일간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상으로 보면 짧은 듯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여러 가지다.
우선 섬의 본가와 분가의 알력, 사촌인 두 남자가 전장에 나가 한쪽, 사촌이 살고 장손이 죽게 된다면 남겨진 여동생 세 명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 살인이 일어나자마자 발견한 하이쿠의 의미심장함... 이것은 마지막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의 작가 교코구 나츠히코는 일본 괴담이나 설화를 작품에 접목시키지만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 전통 연극이라던가, 시, 즉 하이쿠라던가 하는 것을 적절하게 접목시키고 있다. 그래서 비슷한 섬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라도 일본만의 특색을 가지게 만든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곳에서의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는 가장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모리스 르블랑의 <서른 개의 관>, 같은 일본 작가인 에도가와 람포의 <외딴섬의 악마>, 유키토 아야츠지의 <십각관의 살인>을 들 수 있는데 섬이 배경이라도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살펴보니 섬나라인 일본이 섬에 관한 작품이 그래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뭐, 내가 모르는 작품도 많이 있겠지만... 여기에 덧붙이자면 노원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쓴 <위험한 외출>이란 작품도 있다. 꽤 괜찮은 작품인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이 작품을 덮으며 탐정이란 얼마나 허무한 직업인가를 새삼 느꼈다. 어느 책에선가 얼마 전에 읽은 것인데 살인은 범인과 피해자가 만들어내는 2인극이라고 했다. 거기에 이미 끝난 사건에 탐정이 끼어드는 것이라고. 맞다. 사건이 일어나야 탐정은 비로소 페어플레이든 아니든 어떤 일을 할 수가 있지.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방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다! 라고 늘 포와로는 지목하고 김전일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라고 말을 하지만 마지막 배를 타고 떠나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허무함과 씁쓸함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그러니 나는 독자로 탐정을 보는 건 좋지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경찰도 마찬가지고...
“무상하구나 물줄기의 흐름과 인간의 몸은”이라는 다카라이 기카쿠의 하이쿠가 왜 이리 적절하게 와 닿는 지... “무상하구나 죽은 이와 잡은 범인은”이라고 말해야 하나...
아무튼 그건 그거고 긴다이키 코스케 시리즈는 볼 수 없는 것인가... 그것 또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