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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 작가의 글을 처음 읽었다. 나는 이 작가를 모른다. 또한 나는 산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나는 처음 몇 장을 읽고 울고 말았다. 이 작가가 어떤 작가든 상관없이, 이 책이 어떤 성격의 책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는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다. 작가가 먹을 밥이 없고 짐승들에게 나눠 줄 것이 없을 때 우리 엄마는 여름이면 쉰밥을 버리지 않고 물에 빨아 드셨다. 쉰밥을 물에 빤다는 것은 그 밥알을 물에 넣고 저으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냄새가 진동하고 구정물 같은 색이 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빨았어도 쉰밥을 먹는다는 건 고역이다. 엄마는 구역질 한번하고 밥 한 숟갈 넘기고 다시 구역질하고를 반복하면서 여름을 보냈다. 작가는 그런 시절을 보내 배가 부르면 답답하다 하지만 나와 엄마는 배가 고프면 답답하다. 나는 그런 엄마 모습을 봐 그런가 싶고 엄마는 하도 굶고 못 먹을 거 먹어 그런 모양이다.
그 대목을 지나 망연자실 울면서 하루를 보내고 나서 다시 책을 읽으니 작가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만 골라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공염불인 것을 어쩌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밤길에 만나면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이다. 작가는 그래도 사람에게 희망을 걸지만 사람이 희망을 걸 만한 존재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언제나 사는 건 거짓말 같지. 참말 같으면 우리가 뭐 하러 살겠남. 사는 건 지겹고 거짓말 같아서 사는 거다. 혹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자신을 속이고, 두 번 자신을 속이고... 그렇게 살다 그냥 가는 거다. 산다는 게 별건가. 우리 같은 사람이나 사는 거를 따지지 언놈이 사는 걸 따지고 살간... 돈세기 바빠 그런 생각조차 않들 텐데. 우리만 신경 쓰는 거란 이 놈의 고질병... 죄수의 딜레마...
우리는 모두 죄수다. 나와 너가 다르지 않은데 나와 너를 구분하고 서로를 믿지 못한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된다는 걸 우린 잊은 지 오래다. 그래서 믿음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나를 누가 속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차라리 내가 속이자 하는 마음뿐이다.
아니라고 말하지 말자.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니... 모두가 죄수인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럼 어찌 살 것인가 묻는다면 그런 거 생각하고 살 일 있나... 그냥 사는 거지라고 말하련다. 울 아버지는 그래도 자신의 연금이 죽은 뒤 장애인 딸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에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이시니... 어쩌랴. 국가가 그래도 나를 죽이지는 않을 모양이니...
세상은 앞으로도 주욱 이 모양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 살던 어린 시절은 좋았다가도 나빴다가도 하며 기억 속을 맴돈다. 어쩌랴. 사람들이 사람 노릇 안하고 살겠다는데... 나는 그들을 못 막는다. 아무도 못 막는다. 지금도 우리가 뽑았다는 정부는 계속 문제만 터트리고 있다. 강남 땅값 잡겠다더니 그 잡는 인간이 땅 투기한 인간이었고 주미대사라는 사람의 문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도덕? 양심? 그거 없어진지 오래다. 말하자면 억장 무너지니 말하지 말자.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옛날 시집살이는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면 끝났다던데 우리네 세상사는 택도 없는 일... 평생을 눈감고 귀 막고 입 틀어막고 살아도 가슴은 문드러진다. 그래도 말해주는 당신이 있어 고맙다고 해야 하나... 고맙다고 해야 하는 나는 오늘 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