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갤러리 페이크 1
후지히코 호소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모조 그림만을 파는 것이 직업인 남자. 그러나 그의 정체는 알면 알수록 궁금해진다. 그는 대가의 그림을 경비원에게 싸게 주기도 하고 모조품을 비싼 값에 팔기도 하고, 남을 속이기도 하며 암거래를 하기도 하지만 미술가였고, 큐레이터였다. 후지타를 보면서 나는 <마스터 키튼>이나 <용오>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분야만 다를 뿐 그들이 하는 일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래서 고흐의 해바라기가 7점이나 있다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그러나 고흐가 살아서 누리지 못한 영광을 후대의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값을 매겨 가며 사고 팔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왜 고흐가 살았을 때 사람들은 그를 고독하고 초라하게 만들어 놓고 그가 없는 지금 그의 그림을 그렇게 비싸게 사고 파는 건지... 그건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한 일... 후지타는 그런 것을 경멸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거래상이나 소더비에서 경매하는 사람이나 똑같다는...
물론 나는 이 작품을 아직 두 편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그림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림을 너무 잘 그리면 작품 속의 미술들도 잘 그려야 할텐데 그러면 안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 그림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후지타가 <맛의 달인>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 작가들도 서로 상부상조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흥미롭다. 내게는 <맛의 달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났다. 어디까지 나올지는 모르지만 내가 미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줄 것만은 분명하다. 그저 부러울 따름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