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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소설가의 사회
호영송 지음 / 책세상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작가는 작품마다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단편들은 우리나라의 소설사를 파노라마처럼 훑고 지나간다. 소설가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배고픈 연극인, 연출가도 등장한다. 작가는 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사실주의 소설이 통하지 않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와 사회를 원망하는 것을 뒤로 하고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SF소설을 쓴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소설은 조국이다. 모국이다. 그렇다고 변변히 세계 속에 내놓을만한 것은 또 아니다. 끼어 버린 소설가의 고뇌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나라 소설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또 한 장르에 국한해서 읽는 사람이 이런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이 땅에서 오늘도 자신의 신념 하나만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 작가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가 오죽 답답했으면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세계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할까 싶기도 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국내 독자도 잘 안 읽는 소설을 국외 독자가 읽을까? 공감대를 국내에서도 형성하지 못했는데 영어로 쓴다고 통할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모두가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번역서를 읽듯이 그들도 번역서를 읽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인 모두가 원하는 것을 우리나라 소설가들이 아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부터라도 어떤 것에 안주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에서 좀 벗어나서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 일을 좀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떤 장르는 폄하한다거나 어떤 작품은 도외시하거나 문제시하는 일 없이 넓은 마음으로 소설가들이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되어야만 글을 읽는 독자도 읽을 준비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서글픔과 쓸쓸함이 전해지면서 마지막에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는 투지가 아직 남아 있음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