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를 다 읽고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전에 사 두(기만 했-_-)었기에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읽을 수 있었다. 기뻤다.ㅎㅎ;

<침묵은..>이 브리세이스의 시선이 주되다면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파트로클로스가 이야기하는 그와 아킬레우스.
마음이 아파서 훌쩍훌쩍ㅠㅠ;;;

"아아, 슬프도다! 현명한 펠레우스의 아들이여. 내 그대에게 몹시 슬픈 소식을 가져왔소.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오. 파트로클로스가 쓰러졌소. 그의 벌거벗은 시신을 둘러싸고 양군이
싸우며 그의 무구들은 투구를 번쩍이는 헥토르가 갖고 있소."

이렇게 말하자 슬픔의 먹구름이 아킬레우스를 덮어버렸다.
그는 두 손으로 검은 먼지를 움켜쥐더니 머리에 뿌려 고운 얼굴을 더럽혔고 검은 재가 그의 향기로운 옷에도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신은 먼지 속에 큰 대자로
드러누워 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가 사로잡은
하녀들도 비통한 마음으로 크게 울었다.
그들은 문을 열고 현명한 아킬레우스 주위로 몰려와
모두들 손으로 가슴을 쳤고 저마다 무릎이 풀렸다.
한편 안틸로코스는 눈물을 뿌리고 울며 아킬레우스가
영광스러운 마음속으로 신음하는 동안 그의 두 손을 잡았으니,
혹시 그가 칼로 제 목을 베지나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일리아스 제 18권 18행~34행)

그는 칼을 와락 꺼내서 자기 목을 그으려고 한다. 하지만 빈손을 보고 그제야 기억한다. 그는 칼을 나에게 주었다. 안틸로코스가 그의손목을 붙잡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떠들어댄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피로 물든 천뿐이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안틸로코스를 뿌리치고메넬라오스를 때려눕힌다. 그러고는 시신 위로 쓰러진다. 밀물처럼밀려온 깨달음이 그의 숨통을 조른다. 비명이 터져나온다. 한 번, 또한 번 그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피투성이 시신 위로 금색 머리카락이 떨어진다. 파트로클로스. 그가 읊조린다. 파트로클로스, 파트로클로스, 그 이름이 의미를 잃고 소리만 남을 때까지 몇 번이고 읊조린다 - P389

하지만 그를 만드셨잖습니까.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사그라져가는 마지막 햇살에 눈을 반짝이며 앉아만 있다.
"내가 써두었다." 그녀가 말한다. 처음에 나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가 비석 위에 새긴 이름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킬레우스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파트로클로스가 있다.
"가거라." 그녀가 말한다. "그 아이가 널 기다리고 있다." -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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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좋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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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19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북으로 읽었는데
흥미 만점 입니다 ^^

moonnight 2022-06-19 02:12   좋아요 1 | URL
scott님^^ 이북으로 읽으셨군요. 저는 이북은 영 친해지기 힘들던데 역시 능력자 scott님@_@; 그림이 거의 없어서 ㅎㅎ;;; 별 기대 안 하고 슬슬 읽어보았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름만 알고 있었던, 영화 <트로이>에서 브래드 피트의 사랑을 받은 예쁜 아가씨 정도로 기억되는 그녀가 이야기하는 트로이 전쟁.

도시국가의 왕비였던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소녀가 ‘도살자‘ 아킬레우스(p.11)의 노예가 되면서 어떤 운명에 처해지는지 펼쳐진다. 이 와중에 주책이지만-_- 브리세이스는 아름답다. 심지어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 간청하러 온 프리아모스 왕조차도 잠깐 모든 걸 잊고, ˝다시 젊은이가 되어 저 소녀를 품에 안는다면(p.353)˝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_@;;;
왕족이 아닌 소녀들, 아름답지도 젊지도 않은 여인들의 경우는 훨씬 더 비참하겠지ㅠㅠ

올해 가장 재미있는 소설로 일단 등극@_@;;; 박스를 열고 꺼내서 스르륵 살펴보다가 3부(1,2,3부로 나뉜다) 첫 장을 읽기 시작했는데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되고 아킬레우스 죽었어 잉잉 ㅠㅠ(스포일러는 아니겠지요-_-)하면서 1부부터 끝까지 읽게 되는 그런.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니 더 몰두하는 거겠지. 브리세이스의 시점에서 서술되기도 하고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서술되기도 하는데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아킬레우스의 어린 아들 이름이 피로스(p.414)로 나오는데 나는 그 이름을 네오프톨레모스로 알고 있었기에 읭?@_@; 했는데

머리가 붉었기에 퓌로스(Πύρρος / Pyrrhos)라고 불렸으며, 네오프톨레모스(Νεοπτόλεμος / Neoptolemos)란 이름은 젊은 전사란 뜻이다.

라고 나무위키의 친절한 설명.

뒷부분에 김 헌 교수님의 해제가 실려있는데 이 또한 무척 재미있다. <김 헌의 그리스 로마신화> 읽다가 끝부분을 남겨두었는데 마저 읽어야겠다. (읽다가 딴 책으로 자연스럽게 갈아탐@_@;;;)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전쟁에서 죽어간 소년들과 남자들, 그들의 이야기에 가려진 수많은 브리세이스들을 생각하며 책의 여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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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6-16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샀는데 문나잇 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좋군요. 후훗.

moonnight 2022-06-16 15:3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리뷰 기대합니다. ♡
 

3년간 필사적@_@;;;으로 먹고 다니셨다는데 무슨 말을 보태겠는가@_@;;;
언어가 되는 작가님이 참 부럽다.@_@;;
경상도가 경주와 상주를 합친 말(p.68)이란 걸 이 나이에 처음 알았네요. 책 덕분에@_@;;;(나만 몰랐나ㅠㅠ 놀라운 무식ㅠㅠ 학생 때 분명 배운 걸 새카맣게 잊고 있었을 수도@_@; 이 또한 놀라운 망각ㅠㅠ)


베이징에서 3년을 필사적으로 먹고 다녔지만, 아직 먹어본 음식보다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훨씬 더 많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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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2-06-15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원도는 강릉, 원주. 충청도는 충주, 청주. 전라도는 전주, 나주.
달밤 님은 정말 별거 별거 다 읽으세요. 그래서 그런가 달밤 님이 어떤 사람인지 저는 도무지 감이 잘 안 와요 실은.
필사적으로 먹고 다니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하긴 어떤 사람인들 좋아하겠는가마는) 저 책은 제게 다른 세계의 책이네요. 맨처음 첫문장만 읽었을 때는 지금 용산에 계신 분 얘긴 줄 알았어요.

moonnight 2022-06-15 18:26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ㅎㅎ;;; 저는 뭐, 그냥 상식이 모자란 사람..ㅎㅎ;;ㅠㅠ;;; 무슨 분야든 필사적으로 할 수 있다니 우와 @_@; 하고 감탄했네요^^

moonnight 2022-06-15 20:44   좋아요 0 | URL
참,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Joule님. 제가 제일 되고 싶은 게 별거 별거 다 읽는 사람 ^^
 

너무 좋잖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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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6-07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개장 같은 느낌도 들어요 (쓰고 보니 저 할머니 같죠?;;;)

moonnight 2022-06-08 01:59   좋아요 2 | URL
유부만두님^^ 아~ 책 아래 있는 거 말씀이시지요? 저도 늘 그렇게 생각하는걸요ㅎㅎ;;; 알라딘에서 받은 책가도 다이어리예용.^^

얄라알라 2022-06-16 01:55   좋아요 1 | URL
다이어리가 저렇게 예뻐요? 오우 와우!

moonnight 2022-06-16 08: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 으쓱^^

책읽는나무 2022-06-08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이어리에요??
다이어리가 와~~~저렇게 고급지나요??
자개장 느낌 엄청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moonnight 2022-06-08 11:03   좋아요 3 | URL
책읽는나무님^^ 감사합니다. 매년 다이어리 나올 때면 긴장해요. 맘에 드는 거 일찌감치 선점하려고요ㅎㅎ. 다이어리 받으려고 책을 사지요^^;

scott 2022-06-16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전 통째로
필사 해버렸습니다 ^ㅎ^

moonnight 2022-06-16 08:44   좋아요 1 | URL
와 통째로 필사@_@;;; 역시, 존경합니다. scott님^^ 참 행복한 책읽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