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 정혜인 대표님의 부음을 접했다. 개인적으로는 알 리 없는 분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들(특히 올리버 색스)을 출판해주셔서 참 감사하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너무 일찍 떠나셨다.
그리고 얼마 전 조간신문 신간 소개에서 이 책을 만났다. 부군이 강창래 작가분이셨구나. 암으로 고통받는 아내를 위해 요리를 시작한 남편의 마음이 담백한 문장에서도 절절하다. 직장에서 읽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서 혼났다.

남편이 만들어주는 음식만을 겨우 넘길 수 있는 아내. 요리라고는 라면끓이기 정도나 할 줄 아는 남편이 자신이 떠난 후에도 잘 살아가기를 바랬던 아내의 마음으로 부탁하셨겠지.

늦기전에 더 많이 사랑하고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곧 잊고 투덜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사람이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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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5-0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창래샘이랑 식사한적 있는데 참 따뜻하고 감성도 풍부하시더라구요.
글도 참 좋지요. 요리도 전문가 수준... 안타깝죠.

moonnight 2018-05-02 21:32   좋아요 0 | URL
어맛 세실님 부러워요. 강창래님이랑 식사하시는 사이@_@;;;라고 적고 보니.. 호들갑 주책 사과드립니다ㅠㅠ; 글을 읽으며 느낀 바로 그 성품이시군요. ㅠㅠ
 

직장동료 한 명은 이승엽 선수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만 해도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 했다. 내가 야구를 몰랐을 땐 뭘 그렇게까지. 했었다. 지금은 당연히 그 생각에 적극 동참. 좋아하는 걸 넘어 무척 존경하는 분 이승엽 선수.

주책스럽게도, 첫 페이지부터 눈물 줄줄 흘리면서 읽게 된다. 슬픈 얘기도 없는데.
내가 얼마나 슬쩍 편승해서 인생을 쉽게 살아왔나 싶어서 부끄럽다.

지금은 엘지 감독님이신 류중일 감독님. 일본에서 이승엽선수 데려오려고 할 때 잔인한데다가 뭣도 모르는 인간들이, 올 필요 없다는 둥 뛸 포지션이 없다는 둥 헛소리 했을 때 이승엽 선수는 대체 불가능하다고 꼭 삼성에 데려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셨을 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류중일 감독님 사랑합니다ㅠㅠ

책에도 류감독님 외 참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표현되어있다. 본인의 노력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더 감사하는 겸손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싶다. 은퇴식 때 몹시 울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사랑하는 야구를 어떻게 떠나셨나, 후배에게 길을 열어준다니 말은 쉽지만 어떻게 실행하셨나 싶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늘 야구경기에 깜짝 해설위원으로 등장하셔서 책읽으며 보다가 놀랐다. 이제는 이승엽 야구장학재단 일로 제 2의 야구인생을 여실텐데 잘 되길 두 손 모아 빈다. 양준혁 야구재단에 매달 후원하고 있는데, 이승엽 재단도 정기기부회원을 모집해주었으면.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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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보아야 할, 들어야 할 등의 리스트도 유행했었다. 지인들이 너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건 없다. 남들 하는 건 다 해 봐야지 라는 식의 사고도 이해가 안 되었기에 심지어 죽기전에 꼭 해야 할 일 같은 것이 있을 리가. 그런 나를 사람들은 뭔가 의욕이 없다. 열심히 살지 않는다 라고 평가하는 듯 했다. 그, 그렇긴 하다. -_-

버킷 리스트는 결핍, 채우지 못한 욕망이나 포부, 충분한 삶을 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담고 있다. 버킷 리스트의 의미는 많이 경험한 인생이 좋다는 데 있지만 그와 반대일 수 있다. 나는 버킷 리스트가 없다. 나를 위로하는 것은 내가 한 일에 대한 기억이지 내가 하지 못한 일을 아쉬워하는 갈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든 내가 하지 못한 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생각은 내가 이승의 강을 건널 때 갈망과 미련의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배의 바닥짐이 될 것이다. (p57)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내 생각을 글로 읽었다. 호주의 작가 코리 테일러는 2005년 처음 흑색종 4기 진단을 받은 후 수차례의 수술을 받고 암의 전이를 견뎌냈지만 2014년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중국의 사이트에서 안락사약을 구해놓고 위안을 받는 그녀. 책이 출판된 후 2016년 7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명복을 빕니다. 유서를 써놓은 건 십년 쯤 되었고 가끔 고치기도 하고 다시 쓰기도 한다. 책을 읽은 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나도 갖고 싶다. 안락사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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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8-04-2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 보고 제 버킷리스트는 뭘까 문득 생각해봤는데 그런게 없어서 약간 당혹스럽기도 한 채로 글을 읽으러 들어왔어요. 그러고보니 왜 지금껏 생각을 안해본거지? 싶기도 하고.
암튼 작가 멋있네요. 여러모로 공감하고 갑니다.

+
북유럽에서는 죽을 권리도 인정하는 추세인 것 같더라구요. 안락사를 넘어서 자살까지도요.

moonnight 2018-04-21 10:20   좋아요 0 | URL
어맛 자살까지도요?@_@;;;
최소한 소극적인 안락사는 합법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역시 버킷리스트 같은 건 없어서^^; 작가에게 더 공감하게 되네요.

blanca 2018-04-2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너무 무서워요. 죽는다는 것. 그리고 가족의 죽음을 본다는 것. 그런데 제가 언젠가 하늘의 별자리를 태어나 처음으로 가까이 본 적이 있는데 갑자기 죽음이 떠올라 놀랐어요. 몇백광년 전의 별을 보고 있는 내가 살고 죽는 게 별건가 싶기도 하고 여튼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이긴 했는데..어려운 것 같아요.

moonnight 2018-04-21 10:24   좋아요 0 | URL
제가 애정하는 이의 죽음을 겪게 되는 건 두렵고 생각하기도 싫은데ㅠㅠ 제 자신의 경우엔 별 느낌이 없어요. 단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blanca님이 경험하신 그 순간의 느낌. 놀랍고 귀한 경험이에요. 부럽네요^^
 

독서는 인류가 피할 수 없는 것을 지연시키는 방법이다. 독서는 우리가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방식이다. 이 장대하고 가능할 성싶지 않은 독서 계획이 우리 앞에 줄지어 있는 한, 우리는 숨을 거둘 수 없다. (p 381)

뭔가 용기를 갖게 하는, 까칠한 책벌레 아저씨의 호통. 덕분에 오늘도 나는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읽는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 읽고 또 읽을 것이다.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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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4-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와아, 멋져요.
저도 이 책 590원으로 구입해서 ㅎㅎㅎㅎㅎㅎ 몇 쪽 읽고 듣고 했어요.
기대보다 재미있더라구요~~ 저도 같이 불끈이요!!

moonnight 2018-04-12 20:0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읭? 590원으로 어떻게 구입을@_@; ebook도 비싸던뎅@_@;;; 저는 소개되어있는 작가나 책이 첨 듣는 리스트ㅜㅜ인 게 많았고 신랄한 유머도 긴가민가 싶던데 내공깊으신 단발머리님은 저보다 훨씬 더 즐기실 듯 싶어요^^ 재미있어욧!>.<

단발머리 2018-04-12 23:34   좋아요 0 | URL
Ebook 10년 대여에 50% 쿠폰 쓰니 2,590원이었구여.
몰별적립금 모아둔것 1,000원, 크레마사용자에게 매주 나오는 적립금 1,000원 사용해서용^^
지금 보니까 10년 대여 행사는 끝났네요 ㅠㅠ 주말에만 했니봐요...

moonnight 2018-04-12 22:53   좋아요 0 | URL
그런 훌륭한 이벤트가 있었군요ㅠㅠ; 크레마도 갖고 있고 이북도 잔뜩 받아놨지만 사실 전 이북과는 친해질 수 없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 바뀔런지-_-;;; 저자도 전자책을 극혐^^;해서 뭔가 더 공감했던 것 같아요.ㅎㅎ;;

유부만두 2018-04-1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보고 아줌마인줄 알았어요;;;

moonnight 2018-04-12 20:09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그러고보니 아줌마같기도 하네요ㅎㅎ^^;

세실 2018-04-1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끈!
핸드폰 보다 책을 더 많이 보겠어요.
핸드폰 치우고 책을 보겠어요!

moonnight 2018-04-12 20:42   좋아요 0 | URL
저도요 세실님^^ 우리 함께 오늘도 내일도 즐겁게 읽어요^^

라로 2018-04-13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끈 2 이지만, 늘 흐지부지. ㅎㅎㅎㅎ
그래도 달밤님을 향한 응원은 언제나 불끈!!!^^

moonnight 2018-04-13 08:39   좋아요 0 | URL
라로님^^ 응원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잠깐 불타올랐다가 결국 맥주나 실컷 마시고 자버렸네요ㅎㅎㅜㅜ;
 

이랄까-_- 여름 오후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겨우 깨어나는 두려운 꿈. 자칫 깨어나지 못하고 무한반복의 고통을 겪을 것만 같은 악몽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 읽고 늙었다-_-;;; 그러나 좋다ㅠㅠ;;

그나저나, 책의 분위기와 꼭 맞는 표지에 감탄하며 이 표지를 결단한 문학동네의 용기에 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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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4-0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문님 독서 주제는 공포....인가요?

moonnight 2018-04-08 17:10   좋아요 1 | URL
앗 그러고보니^^; 배수아 작가 좋아욧^^

레삭매냐 2018-04-08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의 지난달 책이어서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다가 그만 포기해 버렸네요...

내러티브를 쫓아가지 못하겠더라구요.

moonnight 2018-04-12 22:41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저는 뻔뻔하니깐-_- 정확히 이해 못 해도 좋다고 떠든답니당(자랑이냣!-_-;;;)

한수철 2018-04-1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막상
소설(들)은 별로였다는 생각

임니ㄷ... -.-;

아, 뭐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여....

moonnight 2018-04-12 22:42   좋아요 0 | URL
앗 그랬군요ㅠㅠ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알라디너 한 분도 배수아작가는 다시 안 읽겠다고 그러시던뎅ㅜㅜ

한수철 2018-04-12 22:56   좋아요 0 | URL
음...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이 많은 밤이기도 하고요^^-부기하자면

이, 배수아의 소설집 자체에 대해 ‘별로‘라는 판정을 내린 건, 다시 보니, 이렇게 끝낼 건 아닌 것 같고

배수아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로서,

뭔가... 음... 완고한 면이 스러졌구나 하는 감상이 있었고

그런 점은 가령 배수아와 동시대를 함께 활동해 온 정영문에게서도 볼 수 있었던 요소로서

이들이 혹시 독자들이 알아서 다가오길 바라는 정서를 저버리고(그러니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독자 쪽으로 자기들이 먼저 다가가 볼까 하는, 즉 ‘늙은이‘의 욕망이, 이거 비하 아닙니다, 암암리에 비롯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의 소설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읽히게 된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는 밤인데...

어휴 써 놓고 보니 괜히 시작한 댓글이네염.-.-

아무튼 소설 자체가 별로라는 말은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슴니다. ;)

moonnight 2018-04-12 22:57   좋아요 0 | URL
오오@_@;;;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_@;;;(아무 생각없이 읽기만 하는 저는 뱅글뱅글@_@;;;)
겸손해지는 밤입니다. 한수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