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Kwon Sun-chan and Nice People K-픽션 12
이기호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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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술을 마신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파트 단지 정문을 막 들어서려던 나를 그가 불러 세웠다.
저기... 교수님이시죠?
그는 맨발에 운동화를 신은 채 도로를 뛰어 건너왔다. 평상시 앉아 있는 것만 봐서 잘 몰랐는데, 그는 오른쪽을 다리를 조금 절었다. 손에는 A4용지 두 장이 들려 있었다.
죄송한데... 이것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는 내게 종이를 내밀면서 말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얇은 철삿줄이 울리는 것처럼 여렸고, 몸에선 쉰내가 났다. 종이엔 남자가 대자보에 옮겨 쓸 내용이 적혀 있었다. 2014년 6월 3일 하나은행 권순찬의 모친 김복순의 농협 계죄로부터 일금 칠백만 원이 국민은행 김석만 계좌로 또 한번 입금....
나는 종이에 적힌 문장들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읽어나가다가 말고 남자에게 물었다.
한데, 이걸 왜 저에게....?
저기.... 맞춤법 좀 봐주셨으면 해서요.... 이게 틀린 게 없이 정확해야 하거든요.....
- P50

더운 국을 먹을 때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때,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저절로 남자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 키우던 고양이가 가출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기도 했고, 군 시절 혹한기 훈련을 하면서 보았던 은하수와 언 강물 같은 것들이 뒤죽박죽 계통 없이 떠오르기도 했다. 늑골에 자잘한 돌무더기가 우르르 굴러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10월 첫째 주엔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특별 모금을 한다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딱한 사정에 처한 502호 할머니와 단지 정문 건너편 남자를 위해 작은 정성을 모으자는 취지의 안내문이었다.
- P56

김석만의 등장으로 ‘우리가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분명하게 밝혀진다. 우리는 이 사회에 고통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악인(강자)은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시야에는 고작 자신들처럼 약하고 선한 사람들만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하고 착한 사람들은 서로에게만 화를 냈던 것이며, 당연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그들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략) 우리 사회의 진정한 악에 대한 분명한 인식에서부터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이 겪는 무력증과 성냄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경재)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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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5-05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소통(또는 글쓰기)에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 짧은 이야기. 이기호의 소설을 좀더 읽고 싶어졌다.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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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것은 스포츠다.
- P12

문장의 질은 개개인의 독서 체험이나 인생 경험, 그리고 재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문장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서 양을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을 전환하자.
- P14

글을 쓰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 P30

자기 주장이 있는 글이란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타인이 분명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글은 외국어로 번역하기도 쉽다. (중략) 문장의 형태는 갖추었지만,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말은 외국어로 번역할 수 없다.
- P51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하나의 키워드로 머릿속에 잘 인식해 둔다. 그런 다음 그 키워드를 그물망처럼 펼치면서 책을 읽어 나간다. 그 그물망에 빠져 나가지 않고 걸려드는 것이 내가 글을 쓸 때 필요한 재료가 되는 것이다.
- P65

내용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인용문을 고르는데, 읽는 사람이 그 인용 부분만 읽어도 만족할 만큼 흥미로운 것을 고르는 것이 비결이다. 그리고 각각의 인용구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 만한 주된 개념을 이끌어낸다. 즉 인용문을 핵심으로 세 개의 주요 컨셉을 완성한다. 그런 다음 그 세 가지를 연결하는 문장을 간단히 메모한다. 이것이 나중에 생각을 정리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세 개의 인용구를 연결하면 글이 술술 잘 풀릴 것이다.
- P72

하고 싶은 말을 적절히 표현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줄의 키 프레이즈를 서두에 제시하자. 그것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한 문장으로 된 키 프레이즈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고의 해동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 키 프레이즈를 한 문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사고를 결빙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키 프레이즈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듯이 써나가는 작업은 결빙된 사고를 다시 해동하고 사고의 과정을 파헤쳐나가는 작업이다.
- P89

문체는 개성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연습만으로는 익힐 수 없다. 하지만 구성은 훈련만으로 누구든지 익힐 수 있다. 그러므로 문장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구성력을 익히는 것이 지름길이다.
- P112

원래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일은 매우 힘겨운 작업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 내용을 남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도난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말하는 것으로 만족해버리면 자기 안에 글을 쓰려는 욕망, 즉 내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므로 자기 안에 에너지를 자꾸자꾸 축적해서 내압을 높이고 한발 한발 힘든 산행을 계속하듯이 글을 쓰자.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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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5-0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될 듯한 부분들을 발췌해 뒀는데, 실제로 도움이 될지는 글을 써봐야 알 듯. 어쨌든 용기를 주기는 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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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말을 ‘합리적 인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서’로 판단했다. 자신이 이해하면 선이고 불편하면 악이 되는 구조였다. 더러 소통대란을 겪을 때마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우주의 섭리를 해명하는 일처럼 막막했다. 과연 나의 판단은 옳은 것인가 헷갈렸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서로의 차이는 어떻게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 회의했다.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중략) 한 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이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중략) 어렴풋이 알아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이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임을. 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지, 덮어두거나 제거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 P8

이제껏 내가 살아온 것과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글쓰기 수업은 여행하고 참 비슷해요. 서로 호기심을 갖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자극 주고받으세요. 내 안에 수다가 많으면 글쓰기에 유리하거든요.
- P48

삶에 관대해질 것, 상황에 솔직해질 것, 묘사에 구체적일 것.

- P63

쓰기는 ‘읽으면서 쓰기’에 다름 아니다. 좋은 글에 대한 감각을 길러놓아야 내 글의 어디가 문제인지 짚어내고 고쳐 쓰며서 더 나은 글을 지향할 수 있다.

- P82

논술 담당 교사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략) 한참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을 쓰게 하고, 자기 상품화의 격전장에 내보내기 위해 동원된 논리라는 것이 못마땅하긴 했지만, 자기만의 글을 쓰라는 원칙은 새겨들을 만했다.

- P124

"잃어버린 시간을 차자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장은 길고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유럽권 작가는 거의가 만연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밀고 나가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오랜 시간 형성된 지적 풍토와 문화에서 형성된 문체가 아닐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꼬리가 긴 글에 어려움을 덜 느끼는 것이다.

- P152

글쓰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정보와 감정에 일종의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행위다. (중략) 나의 경험의 의미는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글 쓰는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 P159

작은 부분에 진실로 들어가는 단서가 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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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냥 잘쓰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필자의 인생 얘기를 읽으면서 이 사람은 ‘그냥 잘쓰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못쓰는 사람들‘을 가르쳐 온 필자의 경험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느꼈고, 그 지점에서 내가 느끼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조언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최근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연속해서 읽고 있는데, 이 책 정도면 준수하다.
그런데, 글쓰기 강의에서 ‘최전선‘은 뭐야? 이 썩을 군사주의 문화ㅋ.
 
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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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큰돈 버는 시대는 갔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구나.’ 이런 깨달음을 얻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어요. 그게 바로 ‘작고 소박한 생업 만들기’입니다. 생업은 거창한 창업이 아니예요. 창업에는 자본이 들고,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켜야 합니다. 자신을 착취하는 구조인 거죠. 프랜차이즈 업체 배 불리고,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 창업보다는 취미인지 일인지 모호한 작은 일들을 권합니다. 적게 버는 생업만으로 생존할 수 있으려면 소비와 지출을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가난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능력보다 더 큰 노후 대책이 있을까요?" 라는 고미숙 선생님의 얘기처럼, 소득을 늘리는 건 쉽지 않지만 소비를 줄이는 건 가능합니다.
- P39

비평이나 평가를 염두에 둔 작문은 즐겁지가 않아요. 무엇이 됐든 잘하려면 자주 해야 하고, 자주 하려면 즐거워야 합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글을 써보세요. 자기 주도적으로 쓸 수 있고, 다양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요.
- P68

정철의 "카피책"은 카피라이터나 지망생들을 위해 쓴 카피 작성 교본인데요, 글쓰기 공부 교재로도 좋아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카피 뽑듯 써야 합니다. 광고 카피에서 첫 번째 고려 사항은 경제성입니다. 신문 지상이든 방송 화면이든, 카피 한 자 한 자가 다 돈이거든요. 짧고 힘 있는 글쓰기가 광고의 승부처입니다.
- P69


첫째, 스스로 마감 시간을 정하세요. (중략) 둘째, 자기 최면을 거세요.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면 글이 나오지 않아요. 남들은 내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줄고 글이 술술 나옵니다. 셋째, 몰입하세요. 글쓰기에 몰입하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앉아서 한 줄이라도 쓰면 그 문장을 붙들고 집중하게 됩니다. 앉아서 무조건 쓰기 시작하면 몰입하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 겁니다.
- P128

자기소개서든, 회사 업무상 서류든, 비즈니스 이메일이든 읽는 사람 눈치만 살피면 글의 알맹이가 없어집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거든요. 어떤 글이든 글을 쓸 때는 항상 쓰는 사람의 입장이 먼저 담겨야 하고, 그런 다음 수정 과정에서 읽는 이가 배려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초고는 나를 위해, 수정은 독자를 위해’라고 할 수 있어요.
- P177

고교 진로 특강에 가면 PD나 기자 지망생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 직업은 꿈이 아니에요.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PD가 되는 건 꿈이 아니에요.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하느냐가 진짜 꿈이에요.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변호사가 되어 정의를 실천하고, PD가 되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게 진짜 꿈이지요. 의사가 아니라도 아픈 사람을 도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변호사만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요. 마찬가지로, PD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만들고 나눌 수 있어요. 블로그도 있고 팟캐스트도 있고 유튜브도 있어요. 개인이 미디어를 만들기가 이렇게 좋은 세상이니, 부디 방송사 PD나 기자라는 직함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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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8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쁘게 보면 여기저기서 긁어온 생각들을 잡다하게 붙여 넣은 것 같기도 하지만, 50대 직장인이 가진 세상 살이의 노하우는 역시 만만치 않다. 마감 시간을 정해 놓고 적당히 포기하면서 쓰라는 얘기는 정말로 PD 답다고 생각했다. 나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다지 따라해 보고 싶지 않은 글쓰기이지만, 그래도 참고할 만한 곳이 여기저기 보였다.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 뇌과학이 밝혀낸 중년 뇌의 놀라운 능력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김미선 옮김 / 해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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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똑똑하고 더 침착하며, 더 행복하고, 한 중년 과학자의 말대로 "온갖 것들을 그냥 안다." 이 새로운 중년의 뇌는 중년에 다가가면서 실재로 재조직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 P14

43-46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윌리스Sherry Willis와 남편 샤이 K.Warner Schaie는 가장 장기적이고, 규모가 크며 가장 존중받는 수명 연구 중 하나를 이끌고 있다. 통칭 시애틀 종단 연구(Seatle Longitudinal Study라 하여 1956년에 시작해서 40년이 넘는 동안 6,000명의 정신적 기량을 체계적으로 추적해온 연구이다. (중략) 검사한 여섯 범주들 가운데 네 범주, 어휘, 언어 기억, 공간 정향, 그리고 귀납적 추리 (인용자 주 - 계산 능력, 지각 속도 제외)에서 최고의 수행력을 보인 사람들의 나이는 평균적으로 40세에서 65세 사이였다.
- P43

78
매더Mara Mather에 따르면 긍정적인 것에 대한 편향이 가장 심한 뇌는 게으른 뇌가 아니라 오히려 최고의 뇌, 즉 가장 명석한 뇌다. 또한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은 죽음같이 가장 덜 긍정적인 관념으로 간주되는 것과 관계가 매우 깊을지도 모른다. 카스텐슨Laura Carstensen은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삶에 남은 시간이 전보다 적다는 것을 훨씬 더 많이 자각하게 되기 때문에 감정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고 믿는다.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나쁜 것을 비껴가고 좋은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깨닫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주의와 기억 두 가지를 모두 그 목표에 맞도록 조종한다는 것이다.
- P78

80
소위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가설이 있는데, 인간과 영장류의 경우 도움이 되는 할머니들과 같이 사는 집단의 일원들이 더 오래 살았다고 가정한다. 카스텐슨은 ’할머니 가설‘에 대해, 앞날을 보다 밝게 보는 할머니들 때문에 그 집단이 보다 융성하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면서 평온하고 긍정적이 되는 것은 강력한 역할을 해요. 나이 든 사람들이 그와 같으면 집단의 결속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죠." 카스텐슨은 말했다.
- P80

98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 성장하면서 그물에 농구공을 넣고 또 넣을 때마다 그의 슈팅 뉴런들을 둘러싼 미엘린의 피막은 아마도 점점 더 두꺼워졌을 것이다. 미엘린이 더 많다는 것은 뇌 신호전달이 더 훌륭함을 뜻하고, 조던의 경우는 슈팅이 더 훌륭함을 뜻한다.
- P98

116
굴레트Margaret Gullette는 서구 문화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위로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쇠퇴의 이념"의 희생자들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스스로가 "문화에 의해 노화되도록" 허락했고, 인생을 단순히 "나이로 등급이 나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배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바탕에는 "중년에는 몸이 망가지며 이러한 신체적 감퇴는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심각"한 반면, 노화의 긍정적인 측면들 즉 "성숙함, 경쟁력, 동정심 등"은 "나이와는 연관이 없다는" 오도된 생각이 있었다. 그러한 관점들이 존속하는 큰 이유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주름 방지 크림"을 팔 수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굴레트의 생각이다.
- P116

133-134
그레이디Cheryl Grady는 자신의 요청에 따라 청소년들이 방금 접한 단어나 사진들, 즉 일종의 고난도 일화기억을 떠올리라고 했을 때 예측대로 우리가 집중하는 데 사용하는 뇌의 주요 부위이며 뇌의 아주 중요한 부분인 dorsolateral prefontal cortex가 (뇌 스캐너에서-인용자 주)빨갛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중년이 되면 아주 어떤 사소한 것도 쉽게 집중된 사고를 밀쳐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레이디는 발견했다. 연구 참가자들의 뇌를 스캔하면서 그레이디는 복잡한 정보를 떠올리려고 애쓰는 나이 든 사람들 다수가 주요한 이마엽 영역들은 약간 덜 사용하고 뇌의 더 아래 부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중략) "예컨대, 당신이 뇌 스캐너 안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아이고, 좀 불편하군.’ 또는 ‘이따 가게에서 가서 우유를 사야 한다.’ 등을 생각할지도 모르죠. 이것이 우리가 초기 모드Default mode라 부르는 뇌의 부분이에요. 뇌가 백일몽을 꿀 때 사용하죠." 중년기부터는 뇌가 초기 모드를 꺼버리는 능력이 쇠약해지기 시작한다.
- P133

148-149
이 견실하지 못한 주의력이 때로는 예술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 연구들로 인해 차단을 덜 하는 뇌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 해셔Lynn Hasher의 말처럼, 창의성의 특징 중 하나가 "평소 분리되어 있는 아이디어들을 합치는 것"이라면, 나이 든 되는 거의 그 본성상 기발하고 새로우며 아름답기까지 한 무언가를 생산해낼 가능성이 더 크다.
- P148

172
과학 연구에서 체스 선수teh Chess Player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 교수는 체스 두기를 매우 좋아했고 실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체스를 두는 동안 그는 쉽게 일곱 수를 앞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때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렸다. 아내와 가족들은 그가 멀쩡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거걱정이 되었다. 체스에서 네 수까지밖에 앞서 생각할 수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무언가 끔찍하게 잘못되었다고 확신한 그는 University Collaege London의 신경학연구소의 신경과 의사 Nick Fox의 진료소로 찾아갔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중략) 이삼 년 뒤 교수는 뇌와 무관한 원인으로 사망했다. 부검을 하자 알츠하이머 플라크와 엉킨 매듭 투성이의 뇌가 드러나면서 교수의 가족과 폭스를 깜짝 놀래켰다. 교수는 치매 말기로 보이는 병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겉으로 드러난 유일한 징후는 교수가 체스의 수를 일곱 수 대신 네 수밖에 앞서 생각할 수 없었다는 점뿐이었다.
- P172

179
인지적 비축분cognitive reserve의 현주소에 관해 언급하던 카츠만Robert Katzman 박사에 따르면, "교육은 뇌를 바꿉니다. 이제는 분명해요. 정확히 어떤 경로로 바꾸는지는 모르지만 교육은 뇌를 바꿉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교육 수준(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는 문맹의 수준)과 뇌의 건강한 노화 사이에는 아주 뚜렷한 선이 있음이 발견되었다.
- P179

183
스턴Yaakow Stern의 팀은 교육이나 직업 수준이 높은 치매 환자들이 일단 진단을 받은 뒤에는 더 빨리 쇠약해져 사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표면적으로 직관에 반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인지적 비축 이론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결과다. 더 많은 뇌력을 호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병의 징후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더 오래 저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병이 겉보기에도 명백해질 시점이 되면, 병증이 뇌 안으로 훨씬 더 멀리까지 진행된 상태이므로 환자들은 더 빨리 쇠약해져 죽는다는 것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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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대부터 60대까지의 독자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면서 실질적인 도움도 주는 좋은 책.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 이야기만큼이나 미국 상류 사회의 세련되고 명민한 중년들의 일상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번역이 조금만 더 자연스러웠다면 별 네 개도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