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파게티 먹고 싶다. 맥주 한 캔 (330ml) 마셨는데, 속이 아무렇지도 않다. 다 .....나았다!  
 

에릭 사티의 노래를 우울짜하게 틀어두고, 아마도 지금 읽는 책들이 1월의 마지막 책들이 되지 싶다.  

엘리자베스 문 <어둠의 속도>
정말 지지리도 오랫동안 읽을 폼만 잡았던 책인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속도가 휙휙 나간다.
자폐아인 '루'가 주인공. 루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루를 잊을 수 없다. 그는 모든 독자의 시야를 끊임없이 변화시킬 보기 드문 캐릭터 가운데 한 명이다.' 라는 평이 책 뒷면에 실려 있는데, 그 비슷한 느낌이다.

루는 마저리를 좋아하는데, 마저리가 "루 안녕," 등뒤에서 말하면 '중력이 작아진 듯 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고 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곰곰이 씹어보라, 이 문장. 중력이 작아진 듯 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래. 어우-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 뒤에 가면, 깃털 말고, 풍선 같은 기분.이라고도 한다.

이건 딱히 로맨스 이야기는 아니고, 나는 200쪽 정도를 읽었을 정도지만, 다른 메모해 둔 부분은 좀 진지한 이야기이니, 또 다른 로맨스 이야기를 옮겨 보면, 루가 마저리에게 저녁식사를 청해도 될지 말지를 고민하며 생각하는 장면.  

'마저리는 나를 좋아한다.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한다. (...중략...) 하지만 이런 좋아함과 저런 좋아함이 있다. 나는 음식으로서 햄을 좋아한다. 내가 씹을 때 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햄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씹어 먹어도 불편하지 않다. '  

그러니깐 몇 안되는 요런 장면들이 되게 귀엽다. 그 외에는 루의 시각으로 본 소위 '정상인' 들의 이야기에 '어, 그러네,' '어 그렇군' , '그러고보니' 이러면서 읽고 있다. 그러니깐, 위의 평이랑 비슷한 느낌. '독자의 시야를 끊임없이 변화시킬' 
자폐라는 소재를 강요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잘 쓰고 있는듯 하다. 계속 쭉쭉 읽어야지.  

  

마이클 루이스 <머니볼>

우끼~! 우끼끼! 아, 이거.
이제 한 챕터 읽었지만, 서문을 보니 휘릭 생각나는 이야기들이 많다.
우리는 우리의 단장을 '빌리상구' 혹은 '바보상구'라고 한다. 본색은 바보상구고, 비꼬아서 빌리상구라고 하는데, 작년에 홍성흔 데려와서 그 비꼰 별명이 진짜인줄 아는 강민호 올림픽때 99마일로 미트 던질 때 부터 야구 본( 롯빠한) 애들이 좀 있다.

그러는 나도 메이저리그는 잘 모르고, 그냥 빌리상구가 된 유래 정도랑 빌리 빈이라는 유명한 단장이 있다. 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빌리 빈'에 대한 이야기! 우꺄-! (이상한 신음환성 자제요, )

빌리 자신이 굉장한 5툴 유망주였다가 (잘 달리고, 잘 치고(멀리 치고, 잘 맞추고), 잘 던지고, 수비 잘하고 : 여기에 6툴이라고 미모 혹은 법력까지 포함해서 우리 주처님 (롯데 자이언츠 김 주우차안~)을 꼽기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계약이 스무스하게 안 되고, 결국 그냥 좀 잘하는 마이너리거인 현실. 까지 읽었다. 아, 이거 어서 본 이야기. 얼마전 읽었던 <이노센트맨>의 그 찌질이. (미안)  무튼, 억울하고, 불쌍하게 감옥생활하다 11년만에 폐인되서 풀려 난 그 사람의 시작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 <이노센트맨>의 론 윌리엄슨이 실제로 오클랜드 어슬랜틱스(빌리 빈의 전설이 시작된) 와 면접을 보던가, 안 보던가. 이노센트맨에서 읽으면서, 그 때 읽던 어떤 책에 또 '오클랜드 어슬랜틱스'라는 괴짜팀 이야기가 나와 있어서, 여기도 나오네. 했는데, 그 책까지는 생각 안 나네.

무튼, 이건 경영서에 속하는데, 야구단 이야기다보니, 아아아아 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다!  

프랑수아즈 사강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언젠가 사강을 읽는 것은 (그 중에서도 특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길티 플레져다. 라고 얘기한 적 있다. 페이퍼 쓰다 만거 언젠가 완성해서 올리겠지만, 아, 진짜 여자로 태어나면 한 번 사강같이 살아봐야지, 하는 로망이 절절한 인생이다.

진정 현존했던 팜므파탈이다. 그녀가 무얼 하던 나는 그냥 무조건 좋아할 것만 같으니 말이다.
실제로,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아니 싫어하는 편에 가깝던 도박이 멋있어 보이는 (아, 역시 사강은 길티 플레져 맞어;;) 지경이었으니,  불법이 아닌 이상, 남한테 폐끼치는 일이 아닌 이상, 얼마든지 멋있게 할 수 있다.고 덧붙여 본다.

무튼, 그녀의 데뷔작부터 성공작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스물 한살때 억만장자였다. 라던가, 무슨 왕하고 도박하고, 빌리 홀리데이의 죽음릐 예언을 듣는다거나, 아, 진짜 세상에 이런 여자가 있을까.  

사강의 소설은 대충 번역된 건 몇 번씩 다 읽은 편인데,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책에는 에세이 격의 짧은 글들이 모여 있다. 근데, 어쩜 툭툭 던지는 글들이 아주 복잡미묘한 감정을 풀풀풀풀 일으킨다. 그러니깐, 이건 사강에 대한 나의 특별한 감정이니, 너무 낚이지는 마시길.이라고 일단 경고.   

내가 엄청엄청 동경하는 것 한가지가 있다면, 그건 사강이나 뒤라스 같은 프랑스 여자. 그리고, 저 사진들처럼 커트머리에 앞머리 짧은거!
(미안, 이런 사소한거라.그러나, 저 짧은 앞머리와 얼굴과 그녀들의 글과 삶 전체를 나는 무한동경한다구.)  

 이런거. 아, 멋져.멋져.
 동경하는 프랑스 여자. 라고 했지만, 그냥 이 두명임.  

  

남경태의 <역사>를 읽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탄생, 이슬람교의 탄생 부분 읽고 있는데, 아주 재미있다.
콘스탄티누스가 종교를 통일하려고 했을 때 예수를 신으로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논란이 벌어졌고, 거기서 소수파인 서방(로마)이 선기를 잡게 되나 동방의 다수는 여전히 유일신을 주장하고, 신의 아들인 그리스도는 예언자보다는 높고, 신은 아니지만, 일단 예언자로 보고, 또 다른 예언자 마호메트를 내세워 이슬람교를 만들게 되고, 가장 공격적인 포교활동 (전쟁)을 시작하는 부분.을 읽고 있다. 
 
카톨릭의 교리가 플라톤의 교리에서 온 것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방에서 무시되고, 동방에서 연구되어 역으로 들어와 아퀴나스가 자연신학(과학)으로 정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를 재발견. 뭐 이런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읽다보면,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이름이나 전쟁 등이 툭툭 튀어나온다. 대체로 시간순의 이야기이긴 한데, 동과 서를 왔다갔다 하면서 굵직굵직한 '역사'들의 의미, 현재와 연결되는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달필이라 술술 넘어가는 것이 극장점인데,  

 지금 이 두 권 읽다가 나는 너무 화가 나 있어서 남경태의 글이 더 눈에 쏙쏙 감사시럽게 들어온다. 동문선 ㅅㅄㅄㅂㅄㅄㅄㅄㅄㅄㅂ  

앞으로, 레이몬드 챈들러가 무덤에서 나와서 동문선에서 책을 낸다고 해도 나는 그 책을 안 살꺼다. 내가 5년동안 존 버거를 읽었는데, 주로 열화당것과 원서 읽다가, 이번에 동문선 두 권을 집었더니만, 진짜 열받는다.  '그래도 내 준게 어디야' 따위의 생각 전혀 들지 않는다. 

 

결국, 어제 애닳아 했던 <애도하는 남자>던가 <블러드워크>는 모셔만 두고 (아침에 교보 다녀와서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고, 한 권은 어디 그림책 사이 바닥에 쌓여 있고;;) 읽지도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교통경찰의 밤> 
 

이거 표지 예쁘다고 이야기한 적 있는데, 실물을 보면,
앞에 투명한 발자국이 엠보로다가 찍혀 있다. 꽤 신경쓴 디자인의 귀여운 문고판.
단편집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 아닌가 모르겠다. 그나저나 저 빨간밤하늘의 눈알없는 여자얼굴의 의미는 아직 불명.

앞에 단편 3개 정도를 읽어 보았는데,
각각의 재미에 별을 매기면, 별 다섯개, 세개, 네개.  

일단 교통경찰이라는 소재 자체가 무척 특이하니 재밌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을 읽어보았던가. 가물가물하지만 (맨날 욕하면서도 은근 많이 읽었다는;) 단편 꽤 괜찮잖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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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2-0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아도 물지 않아요- 'ㅅ'

Beetles 2010-02-0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였죠...여름방학때..읽은 슬픔이여 안녕을 읽고 사강한테 반했던게...브람스하면..맨 먼저 떠오르는게..F. 사강이라는..^^;;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미스터리에 넣어야할지, 소설에 넣어야할지, 아니 심정적으로는 논픽션으로 넣고싶지만..
이야기의 배경과 인물들이 너무 현실적인데다가, 그 고단함이 절절해서 말이다.  

독특한(?) 소재의 독특한(?) 미스터리소설인데, 읽으면서 곤노 빈의 <은폐수사>를 떠올렸다. 
  
이야기는 A권 상권에서 벗어나 있는 작은 지점에 근무하는 인물들을 훑으며 시작된다.
도쿄제일은행에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엘리트코스여서 주변의 부러움을 받으며 사회생활에 발을 디뎠으나, 그것이 다가 아니어서 갑채용 을채용 (갑채용은 대졸, 을채용은 현지채용 혹은 고졸) 의 차별 (일본은 이런식의 차별이 정말 많다. 우리도 별다를 것은 없지만), 엘리트코스로 들어가더라도 중간에 삐끗하면, 근데, 이 삐끗이 자신의 실수뿐 아니라 아래 직원의 실수, 혹은 일하고 있는 지점에서 벌어진 피치못할 일까지 다 들어가니, 능력, 백, 학력에 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어떻게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 바로 출세가도에서 튕겨나간다. 그 출세가도에서 튕겨나가 다시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왜냐하면, 혼자가 아니라서. 뒤에는 꼭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새끼들이 있어서(->이 부분이 굉장히 강조된다.)  그런 안쓰러운 인물들이 나온다.  

그 실적이라는 것이, 지점이 함께 가는 것이라 그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 그 안의 수직적 상하관계에 따라 불붙은 얌체공처럼 이리저리 튀는 스트레스다.  

그 과정에서 압박으로 미치기도 하고, 자살하기도 하고, 비리를 저지르기도 하고, 실종되기도 한다.  

월급 꼬박꼬박 주는게 어디야, 하고 다니기엔, 그건 일의 보람도 뭣도 아니고, 일의 노예밖에 안된다. 하지만 뒤에는 아빠의 등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이...   

잠시 잊고 있었다. 인간의 망각력에 축배를, 조직생활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었다는 것을. 
직장생활,조직생활, 비인간적인 출퇴근길, 비인간적인 야근, 비인간적인 대우,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그 모든 것들.
아무것도 안 하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지만, 아마 나같은 사람은 용의 비늘보다는 지렁이의 대가리이고 싶은 것이리라.

그것이 지난 8년간의 수업료라면 수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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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31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직생활의 비애라...어디선가 본 카툰이 기억나네요.신입 시절에는 퇴근안하고 야근시키는 상사가 꼴보기 싫었는데상사가 되니 퇴근하여 집에 못들어가고 일안하는 부하직원들 붙들어 놓고 감시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내용이지요.이런 조직이라면 참 서글퍼지네요.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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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흑백사진이 나와 있는 띠지와 정성껏 만든 빨간 클로스 정장이다.
수많은 매니아 독자들이 애타게 찾던 바로 그 사진집, 故전몽각 선생의 유작 <마이 와이프my wife>와 함께 묶여서 20년만에 새로 나왔다고 한다.

1000권 제작으로 후에 전선생이 선물하기 위해 사진집을 구할때도 외국잡지 파는 헌책방에서 겨우 구했다고 하니, 누군가의 책장에서 고요히 그렇게 입소문만 피우고 있었나보다.

윤미 태어나다.

이 이야기는 윤미가 태어나면서 부터 시작된다.
친구 동생이었던 열네살 차이나는 어린 신부는 홀로 분만실에 들어가서, 예쁜 딸을 낳았다.
카메라를 들고 밖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남편은 그렇게 윤미의 첫 사진을 찍는다.

청혼을 하고도 집장만을 못해서 (비싼 오디오와 카메라 있는 서른네살 이었다고 한다.) 윤미 오빠, 즉 전선생의 친구네 집에 있다가 나와 얻은 마포의 8평짜리 아파트,

할아버지는 윤미를 너무 예뻐해서, 윤미 만나러 온다고 새로 운동화까지 사 신으셨다고 한다. 첫 딸, 첫 손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손녀,

너무 초라해서 민망한 백일상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는데, 사진 속의 윤미 얼굴은 밝기만 하다. 세상에 걱정이 무엇이며, 고민이 무엇인지, 마냥 행복한 표정.

우리 모두 거쳐왔을 그 아기때의 순수하고 무지한 행복.

어린 엄마와 더 어린 딸
아빠이자 남편인 그의 렌즈를 통해 본 모녀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 찍는 대상.

70년대 중산층이었던 그인데, 흑백사진 속의 집안 풍경은 강팍해서, 당시 어려웠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와 대비된 행복.

더 풍요로워졌지만, 덜 행복해진다.는 삶의 파라독스

윤미는 자라고,
동생도 생긴다.


둘째 동생.
어미와 세 아이

사진집은 윤미로 시작해서 윤미로 끝나지만,

전선생의 렌즈는 윤미를 포함한 어미와 동생들, 때로는 찍사 그 자신까지
'윤미네 집', 행복한 가정을 오래도록 따라가고 있다.

중학교에 입학한 윤미, 중간에 초등학교 입학 사진도 있다.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세월을 넘기는 것과 같이 묵직하다.

대학 졸업하는 윤미
조그마했던 두 동생은 어느 새 180을 훌쩍 넘긴 키의 장정으로 자라 있다.
사진 속의 윤미보다 더 어렸던 어미의 얼굴에는 흘러온 시간만큼의 주름이 자리잡고 있다.

윤미씨는 사진 속의 남자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간 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연애시절, 사진 찍자며 따라온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딱 하루만 내다오. 라고 했지만, 두시간만 따라다니다가 돌아왔다고.

어린시절의 사진이 가장 많고, 갈수록 사진은 적어지고,
다 자란 후의 사진이라곤 입학식이나 졸업식, 식자 붙는 날 정도라는건
아마 어느 집이나 비슷한 일일테라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든다.

윤미의 결혼식

이 결혼식을 끝으로 윤미는 윤미네 집을 떠나고,
사진집도 끝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에는 뒤에 마이와이프, 윤미엄마의 사진들이 나와 있다.

윤미가 태어나서 결혼해서 집을 떠나기까지의 긴 세월을 무려 사랑하는 아버지의 눈으로 함께 보았다.


이랬던 아기가.

여자와 남자로 시작한 가족은 윤미라는 첫 딸이 생겨 셋이 되고,
그 뒤로 아들이 둘 더 생겨 다섯이 되었다.
계속 늘기만 하다가 윤미가 집을 떠나 출가외인이 되며
처음으로 줄었다.

첫아이의 이름을 따 윤미엄마로 불리웠을 어미나
첫아이의 이름을 따 윤미네 집으로 불리웠을 가족이나

쌉싸레한 상실감이 생겼을 것이다. 사위라는 가족이 생겼고, 손주들이 생겼어도
그 상실감은 채워지기 힘든 그런 종류의 당연하지만 여전한 상실감일 것이다.

흑백이지만, 지금보다 더 생생했던 옛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중 하나인 선영이 아빠가
세상의 모든 첫 딸들중 하나인 선영이를 찍었던 그 날.

우리 모두는 이와 같은 사진과 그 사진이 담고 있는 순간과
그 사진을 찍어 준 아빠와 렌즈 너머 전해지는 사랑을 기억해야 한다.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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穀雨(곡우) 2010-01-2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색조처럼 현란한 사진보다 이런 무채색 흑백사진에 더욱 눈길이 가는 건
사람냄새가 나서일까요? 좋은 그림과 곁들인 글, 잘 보고 갑니다.

하늘바람 2010-01-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정말 !

hnine 2010-01-2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린 하이드님도 귀엽다~~)

blanca 2010-01-2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는 추천을 안할 수가 없지요.

gimssim 2010-01-2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갖고 싶었는데...사진을 보니 정말 참을 수없어지네요.
사람의 풍경...시간의 풍경

Mephistopheles 2010-01-2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옛날 생각 난다....라고 말하면..바로 연식이 뽀록나는 순간...

또다른세상 2010-01-3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네요.. 갖고 있는 사진집이 김영갑님 껀데 이것도 욕심납니다. ^^ 마지막 사진보니 저희 집에 처음 전화들어왔던 날 신기해하는 동생 (실은 자기가 전화 받겠다고 박박 우겨서 막 울던 모습) 찍어 놓은 사진이랑 아주 비슷한 포즈에다 옷도 비슷해서(동생이랑 한살 터울이니 그 당시엔 저런 스탈이 유행했었나봐요?ㅎ)잠깐 웃었답니다. 아~ 그러고보니 크면서 가족들이랑 찍은 사진이 거의 없네요.. 음..

BRINY 2010-01-30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미의 결혼식, 저건 몇년일까요? 저런 스타일의 웨딩드레스와 신부헤어스타일을 본 게 누구(삼촌? 5촌아저씨? 사촌오빠?)의 결혼식이었는지 머리를 짜내도 안나옵니다.

찌리릿 2010-03-08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면서, 지금 제 딸의 사진을 찍으면서 기록을 남기고 있는 제 자신과 제 딸이 떠오르네요.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뒤에 이 사진들을 보면서 저와 제 딸은 무슨 생각을 할까...
30년 뒤에, 자신이 찍은 딸 아이의 사진을 보는 늙은 제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서글픈 마음이 마구 밀려오네요.
그리고, 40년 뒤에 저는 이 세상에 없고, 늙은 제 딸이 '아.. 우리 아빠 진짜 쓸데 없이 별의 별거 다 찍으셨구나...'하면서 사진을 보는 모습도 연상이 되네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는 천재과에 노력도 하는 작가다. 그가 쓰는 책이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라고 하지만,  난 아직 딱히 마이클 코넬리에게 패트리샤 콘웰이나 그 외 전시대 하드보일드 작가들(챈들러라던가 울리치라던가) 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에, 좋다는 작품만 찾아 읽고 있다. 처음 읽었던 <시인>, 그리고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다음에는 <블러드 워크>를 읽을 생각이다.  

코넬리는 해리 보쉬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도 작가의 대표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자가 나오는 <시인>이라던가 닳고 닳은 형법 변호사가 나오는 이 작품이라던가.  

미키 할러, 허세 가득한 부패 변호사로 묘사되고 있지만, 나는 그게 꼭 허세같지만은 않다. 링컨차를 네대인가 다섯대인가를 한꺼번에 사서, 뭔가 구린 창고에 보관하고 있고, 변호사비를 못 낸 범죄자를 운저기사로 부리며 링컨을 타고 다닌다. 백만불짜리 전경을 지닌 좋은 집에 살고, 돈 뜯을 수 있는 일이라면, 거리낌이 없지만, 쪼들린다.

돈은 없지만, 백만불짜리 전경에 무리할 수도 있지, 안 그래? 무튼, 제목이나 책소개에서처럼, 줄거리에서처럼 전형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소설을 훌륭하게 만든다. 그럴법하다. 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나쁜놈, 좋은놈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처럼 다양한 인간군상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 속에 녹아 있고, 주인공은 나쁜놈과의 대결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일도 처리해야 한다.

미키 할러는 범죄자들을 상대로 하는 변호사이다. 무죄인지 유죄인지 상관하지 않고, 아니 '애초에 유죄인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는 변호사이다. 그런 그가 처음 만난 대박 거물 의뢰인이자 무죄인 부동산 재벌 루이스. 여자를 팬 혐의를 받고 있고, 루이스는 자신이 누명을 썼다고 주장한다.

변호를 위해 사건을 조사하는 장면 장면들이 굉장히 디테일하다. 그의 조사원 라울은 전직 경찰이자, 미키의 몇 안 되는 친구. 미키의 전처 1 매기는 능력 있고 야심 있는 검사, 전처 2 로라는 능력 있는 비서이자 관리자. 엘에이의 법조계 주변의 다양한 인맥 (범죄인맥 포함) 경찰들, 형사들, 판사와 검사들.  

미키 할러가 이야기하는 세계관, 법을 보는 관점은 무척 공감간다. 그래서 그를 그냥 나쁜놈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법이란, 사람과 생명과 돈을 닥치는 대로 삼켜버리는 거대한 괴물이다. 나는 괴물을 다루고 질병을 고쳐주는 전문가이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는 것뿐이다. 지키고 품어야 할 법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주의, 억제와 균형, 정의의 추구 같은 로스쿨 개념은,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조각상처럼 부식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엔 오직 타협과 개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무죄냐 유죄냐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유죄 아닌 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사건이란 싸구려 하청으로 지어진 건물과 같다. 귀퉁이를 잘라먹고 철근을 빼먹고 거짓말로 그 표면을 색칠해버린 빌딩. 따라서 내 일은 날림공사의 페인트를 벗겨 균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균열마다 손가락을 밀어 넣어 더 넓혀 놓아야 하고, 균열을 있는 대로 키워 건물을 무너뜨리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그 안에서 의뢰인이라도 빼내면 된다. 사람들은 나를 나쁜 놈이라고 욕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나는 다만 교활한 천사일 뿐이다. 나는 진짜 로드세인트이다. 그들은 나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 시스템이 나를 원하고 범죄자들도 나를 원한다. 나는 윤활유이다. 기어를 부드럽게 만들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지켜야 하는 윤활유이다. -36-  
 
그가 하는 일은 이렇다.

법정에서의 노련한 모습, 차분히 상대검사 민튼을 밟아가는 모습. 책을 덮고 생각해보면, 이 민튼 캐릭터만큼 불쌍한 캐릭터도 없다. 악역도 아닌데, 멍청하다는 죄의 대가가 엄청 크다. 미키의 희생양이기도 하고.  

<시인>에서도, 이 작품에서도 절대악이 등장한다. 미키가 상대하는 대부분은 유죄이고, 범죄자들이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지가 없었던 그들의 환경 또한 미키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가 상대하는 악마는 순수한(?) 악마다. 세상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존재.  

재미도 이야기도 캐릭터도 비판과 관조도 놓치지 않은 마이클 코넬리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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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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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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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보낸 손 그림들을 창문 바로 아래 붙여 놓았다고 했죠. 그렇게 하면 바람이 불 때마다 그림들이 제멋대로 흔들린다고요.
그 손들은 당신을 만지고 싶은 거예요, 당신이 먼 곳을 보고 싶을 때 당신의 고개를 돌려 주고, 당신을 웃게 해주고 싶은 거라고요.  
 
   

 A가 X에게
아이다가 사비에르에게  

책을 계속 읽다보면, 삶을 계속 살다보면, 이런 편지들도 만나는구나. 이런 '연애'편지들도 만나는구나.
약국을 하는 아이다가 73호 감방의 사비에르에게 보내는 편지들이지만,
그 편지는 사비에르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고, 아이다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고, 신이 있다면 신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고, 들을 수 없겠지만, 세상에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여겨지는 연애 이야기가 세계화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 말하기도 한다.  

사비에르는 테러리스트 단체를 결성한 혐의로 이중종신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존 버거는 옛 교도소 73호 감방의 마지막 수감자가 만들어 두었던 수납 칸에서 편지 뭉치를 발견하고, 이 책은 그 편지의 이야기들이다.  

아디나가 보는 특별한 세상, 기다림이라는 무거운 천에 사랑이라는 바늘로 꿰맨 절망과 희망의 색을 왔다갔다 하는 옷을 입은 아디나.  아디나의 세상도 녹록치가 않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비에르의 감방에서의 시간도 쉽지가 않다.  

그들을 연결하고 있는 것은 사랑, 신념, 그들의 사랑은 서로의 결점에 대한 사랑, 나아가서 서로의 모든 것에 대한 사랑.  

당신 손목에 있는 흉터를 봅니다.지나가는 세월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나의 모든 잘못과 결점 중에 당신은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들어요? -66-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 소식을 전하고, 사랑을 전하고, 믿음과 용기를 전하는 아이다. 편지와 함께 보내는 건 양말이기도 하고, 블루베리잼이기도 하고, 손그림이기도 하고. 때로는 희망, 때로는 절망, 때로는 포기, 그러나 결론은 사랑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겐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야 누르, 사랑해요. -183-   

현실에 저항하고, 금지에 저항하고, 국가에 저항한다. 그들 사이의 커다란 공간과 메울 수 없는 시간에 저항한다.  

희망과 기대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저 지속되는 시간에서만 차이가 있는 줄 알았죠. 희망이 좀더 멀리 있는 일을 기다리는 거라고 말이에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40- 
 
사비에르는 그 73호 감방을 나와 어디로 갔을까.
사비에르와 아디나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세상의 많은 사비에르들과 그만큼 많은 아디나들은 같은 별 아래 그렇게 희망과 절망과 포기와 사랑을 오가며,
저항하고 있다.  

존 버거는 저항을 이야기하고, 권력 쥔 자를 비판하는데,
그가 이야기하는 이와 같은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앞에서, 나는 늘 당황스럽다.
사랑만이 답은 아니지만, 사랑이 답이라는 이야기도 늘 당황스럽다.

부재가 무라고 믿는 것보다 더 큰 실수는 없을 거예요. 그 둘 사이의 차이는 시간에 관한 문제죠. 무는 처음부터 없던 것이고, 부재란 있다가 없어진 거예요. 가끔씩 그 둘을 혼동하기 쉽고, 거기서 슬픔이 생기는 거죠. -115-  

벽에 쌓아 둔 잡지를 한 발로 밟고, 벽에 기대면, 그제야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 이야기 같은 거. 열렬한 사랑이 무언가 더 깊은 것에 의해 승화되어 그들 주변을 특별한 공기로 애워싸고 있다. 그것이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 때야 비로소 나는 존 버거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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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28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하이드 2010-01-2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도 무척 좋아하실듯합니다. 그러나 존 버거의 세계에 빠지면 .... 책도 디따 많이 나왔는데 ^^

blanca 2010-01-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손그림,희망과 기대, 부재와 무. 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하이드 2010-01-2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버거의 다른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좋아하실 분들이 막 떠오르네요. ^^ 휘모리님이나, blanca님이나,
열렬한 사랑인데, 그게 되게 정적이에요. 그거 두 개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죠. 근데, 그 정적인 가운데, 또 폭풍이 있고, 막 그런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