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는 천재과에 노력도 하는 작가다. 그가 쓰는 책이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라고 하지만,  난 아직 딱히 마이클 코넬리에게 패트리샤 콘웰이나 그 외 전시대 하드보일드 작가들(챈들러라던가 울리치라던가) 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에, 좋다는 작품만 찾아 읽고 있다. 처음 읽었던 <시인>, 그리고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다음에는 <블러드 워크>를 읽을 생각이다.  

코넬리는 해리 보쉬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도 작가의 대표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자가 나오는 <시인>이라던가 닳고 닳은 형법 변호사가 나오는 이 작품이라던가.  

미키 할러, 허세 가득한 부패 변호사로 묘사되고 있지만, 나는 그게 꼭 허세같지만은 않다. 링컨차를 네대인가 다섯대인가를 한꺼번에 사서, 뭔가 구린 창고에 보관하고 있고, 변호사비를 못 낸 범죄자를 운저기사로 부리며 링컨을 타고 다닌다. 백만불짜리 전경을 지닌 좋은 집에 살고, 돈 뜯을 수 있는 일이라면, 거리낌이 없지만, 쪼들린다.

돈은 없지만, 백만불짜리 전경에 무리할 수도 있지, 안 그래? 무튼, 제목이나 책소개에서처럼, 줄거리에서처럼 전형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소설을 훌륭하게 만든다. 그럴법하다. 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나쁜놈, 좋은놈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처럼 다양한 인간군상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 속에 녹아 있고, 주인공은 나쁜놈과의 대결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일도 처리해야 한다.

미키 할러는 범죄자들을 상대로 하는 변호사이다. 무죄인지 유죄인지 상관하지 않고, 아니 '애초에 유죄인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는 변호사이다. 그런 그가 처음 만난 대박 거물 의뢰인이자 무죄인 부동산 재벌 루이스. 여자를 팬 혐의를 받고 있고, 루이스는 자신이 누명을 썼다고 주장한다.

변호를 위해 사건을 조사하는 장면 장면들이 굉장히 디테일하다. 그의 조사원 라울은 전직 경찰이자, 미키의 몇 안 되는 친구. 미키의 전처 1 매기는 능력 있고 야심 있는 검사, 전처 2 로라는 능력 있는 비서이자 관리자. 엘에이의 법조계 주변의 다양한 인맥 (범죄인맥 포함) 경찰들, 형사들, 판사와 검사들.  

미키 할러가 이야기하는 세계관, 법을 보는 관점은 무척 공감간다. 그래서 그를 그냥 나쁜놈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법이란, 사람과 생명과 돈을 닥치는 대로 삼켜버리는 거대한 괴물이다. 나는 괴물을 다루고 질병을 고쳐주는 전문가이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는 것뿐이다. 지키고 품어야 할 법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주의, 억제와 균형, 정의의 추구 같은 로스쿨 개념은,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조각상처럼 부식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엔 오직 타협과 개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무죄냐 유죄냐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유죄 아닌 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사건이란 싸구려 하청으로 지어진 건물과 같다. 귀퉁이를 잘라먹고 철근을 빼먹고 거짓말로 그 표면을 색칠해버린 빌딩. 따라서 내 일은 날림공사의 페인트를 벗겨 균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균열마다 손가락을 밀어 넣어 더 넓혀 놓아야 하고, 균열을 있는 대로 키워 건물을 무너뜨리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그 안에서 의뢰인이라도 빼내면 된다. 사람들은 나를 나쁜 놈이라고 욕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나는 다만 교활한 천사일 뿐이다. 나는 진짜 로드세인트이다. 그들은 나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 시스템이 나를 원하고 범죄자들도 나를 원한다. 나는 윤활유이다. 기어를 부드럽게 만들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지켜야 하는 윤활유이다. -36-  
 
그가 하는 일은 이렇다.

법정에서의 노련한 모습, 차분히 상대검사 민튼을 밟아가는 모습. 책을 덮고 생각해보면, 이 민튼 캐릭터만큼 불쌍한 캐릭터도 없다. 악역도 아닌데, 멍청하다는 죄의 대가가 엄청 크다. 미키의 희생양이기도 하고.  

<시인>에서도, 이 작품에서도 절대악이 등장한다. 미키가 상대하는 대부분은 유죄이고, 범죄자들이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지가 없었던 그들의 환경 또한 미키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가 상대하는 악마는 순수한(?) 악마다. 세상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존재.  

재미도 이야기도 캐릭터도 비판과 관조도 놓치지 않은 마이클 코넬리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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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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