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마지막 주문이야!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책소개를 클릭질하는 손가락을 어쩔수가 없다.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이 드디어 풀렸다. 배송이 일주일이나 걸린다는 것이 찜찜하긴 하지만,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본다.

 

 

 


  이렇게 모아놓으니 참 예쁜 표지이지 않은가.
이번에 나오는 <흔들리는 바위>는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미야베 월드 2막의 비교적 어두웠던 전작들에 비해 밝은 내용이라고 한다.
영험한 소녀와 무사도령의 콤비라고 하니 같은 시대배경의 요괴와 도련님이 나오는 <샤바케>가 얼핏 생각난다.
다만 영험한 힘, 보통사람이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주인공. 이라는 점에서
그간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지 않는다>라던가 <마술은 속삭인다>와 같은 비교적 나와 궁합이 맞지 않았던
소설들이 떠오르는데, 내가 좋아하는 에도이야기 vs.  내가 싫어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초능력 이야기
어느 것이 더 강한 느낌일지가 관건.

슈테판 츠바이크의 신간이 정말 오랜만에 나왔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치의 책을 꽤 많이 가지고 있고, 꽤 많이 읽었구나!
 가장 최근에 읽은 그의 소설인 <연민> 심리묘사의 달인인 그의 글솜씨는 빛났지만, 속은 몇번이나 터지기 직전까지 갔더랬다. 그 전에 읽은 <마리 앙투아네트>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호흡이 긴 책도 읽고 나면 정말 뿌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 준다.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는 글들.

이번에는 비운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다. 역시 만만치 않은 분량.

캐릴럴 섀퍼의 책과 또 다른 메리 여왕의 책을 보관함에 꽤 오래 담아 두었었는데, 다른 한권은 죽어도 못찾겠음;;
무튼,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읽과 함께 읽어볼만하다. 이번에 나온 <여왕의 시대>에는 메리영왕은 나오지 않았지만, 함께 읽어도 좋을듯하다. 그러고보니 여왕책들의 표지는 아름다운 것이였군!

 

 

로스 킹의 신작도 나왔다. 사실 로스 킹의 신작이 나왔다고 아는척 하기에는 <부르넬레스키의 돔> 정도를 읽어보인것이 다이지만,워낙  미술가들의 평전과 이야기를 워낙에 좋아하는터라 이번에 나온 <파리의 심판>이 기대된다. 바로 얼마전에 같은 시대배경인 존 싱어 사전트와 마담X의 이야기를 읽기도 했으니, 연결해서 읽을 수 있으리라.

 

 

 

미술가들의 화집말고 이야기

 

 

 

 

마지막 주문에는 아마도 츠바이크의 책과 미야베 미유키의 책 정도는 꼭 들어갈듯.

* 신간은 아니지만, 오늘의 반값도서도 정말 욕심나는 책이다.
내게는 나루미 한정판 컵에 그려져 있던 일러스트레이트로 더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수채물감과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
반값이면, 3권값에 6권. 평소에 고가인(만원이면 고가지. 암. 고가고 말고) 걸 생각해볼때
놓치기 아까운, 아니, 놓치기 싫은 기회다.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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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12-18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음직'만 보고 먹는 얘기인 줄 알고 달려왔는데 저혼자 괜히 무안하네요 ㅋㅋㅋㅋ
(지금 오후 딱 배고플 시간이라;;;;)
마담 X의 추락은 마침 저도 며칠 전에 서점가서 보고 잡았다놨다하던 책인데 여기서 또 보네요 ^^
맨 위의 미야베 미유키 책 시리즈 너무 이뻐요~~

BRINY 2008-12-1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리는 바위도 김소연씨 번역이군요. 우리나라에서 일본 시대물 번역할 사람은 김소연씨밖에 없나봐요...김소연씨가 좋긴 하지만, 다른 사람 번역도 읽어봤음 하구만..

순오기 2008-12-1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푸짐하네요~ 먹음직스러운진 잘 몰라요. 전부 모르는 작가이고 책이라서~ ㅜㅜ

보석 2008-12-1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제신은 벌써 떠나셨나요..ㅎㅎ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은 저도 구입해야 하는데...

하이드 2008-12-18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8년 마지막 주문입니다. 그나저나 반값도서가 쏠쏠할때는 자제신이고 지름신이고 그저 자동클릭결제의 수순을 밟을 뿐입니다.

Apple 2008-12-1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같은 작가의 책은 같은 컨셉으로 나오는게 좋아요.^^ 보기도 좋고, 모으는 재미도 있고...흐흐

하이드 2008-12-19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월드 시리즈는 아무리 칭찬해줘도 모자라죠.

레와 2008-12-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오늘도 하이드님 덕분에 보관함이 빵빵해졌어요..
이러다 곧 터질거 같아요. 아고고..;;
 

위의 그림은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X>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대표작품중 하나이다.
 
존 싱어 사전트의 승승장구하던 인생중 유일하게 혹평과 혐오와 조롱을 받게 했던 그림 <마담X>
이 그림으로 인해 잘 쌓아 오던 커리어는 거의 무너졌고, 고트로 집안에서는 이 작품의 구매를 거부하고(나중에 마담 고트로는 구매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화가는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에 도망치듯이 영국의 벗, 헨리 제임스에게로 간다.

당시 작품이 살롱에 전시되었을때의 분위기를 살펴보자면,

   
  누드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살롱 참석자들은 알몸의 여인들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으며, 실제로 그들은 누드화를 보기를 기대했다. 누드화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그 미술 형태를 발명한 이후로 서구 미술가들의 레퍼토리가 되었다. 1880년대의 대부분의 직업 화가들은 학교에서 해부학을 공부하고, 실물을 연구하는 교실에서 누드 모델들을 그렸으며, 포르노로 여겨지는 것으로부터 미술을 구분하는 규칙에 대해 배웠다. 미술적인 표현 속에서 알몸의 여자는 체모가 없어야 했다. 그리고 성기는 늘 매끈하고 성적이지 않도록 표현해야 했고, 손이나 천 조각으로 신중하게 가려져 있어야 했다.  
   

이 당시 리얼리즘의 지지자인 귀스타브 쿠르베가 등장하여 체모와 주름이 있고, 실제처럼 보이는 누드를 그려 관객들을 경악에 빠트렸고, 마네의 올랭피아 역시 고전속의 누드가 아닌, 관람객중 누군가와 관계했을 수도 있는 고급 창부를 모델로 하여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켰었다.

당시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켜 사교계 최고의 스타를( 아멜리, 즉 마담 고트로는 존 싱어 사전트보다 먼저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 진창으로 빠트리게 했던 그림은 멧뮤지엄에 있는 위의 그림은 아니다. 누드도 아니면서, 관객들에게 누드보다 훨씬 더한 충격을 일으켰던 원그림에는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려 있었다.



존 싱어 사전트는 혹평과 조롱에 견디다못해 살롱 전시중에 어깨끈을 수정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롱의 전통을 깨트리는 그와 같은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전시가 끝날때까지 마담 고트로의 어깨끈은
위와 같이 내려져 있었다. 전시가 끝나자마자 작품은 화가의 작업실로 와서 어깨끈이 올려지는 수정을 당하였다.

요즘 관객의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위의 작품이 당시 관객에게 거슬렸던 이유를 찾기 힘들다.
사전트의 스타일은 가장 뜨고 있었고, 위의 그림은 당대 최고의 모델인 사교계의 꽃 마담 고트로가 아닌가.
당시의 대중과 비평가들은 '무례할 정도로 추하며, 미술의 모든 규칙을 무시하고 있는 이 그림은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라는 비평에서부터 각종 신문과 잡지에서의 풍자. 어깨끈이 완전히 흘러내려 가슴이 드러나게 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아멜리가 사전트에게 할 말을 시로써 표현하여 풍자한다거나 하면서 마음껏 모델과 화가를 조롱하였다.

화가가 그린 도발적인 이미지의 심상이 그마만큼 강했다는 뜻도 되겠고, 파리의 최고 스타가 두 미국인이였다는 것(마담 고트로와 존 싱어 사전트)을 인정하기 힘들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라는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악평들 사이에 눈에 띄는 소수의 찬사가 있었다.

   
 

그들은 실물을 비슷하게 포착하는 사전트의 능력이나 기분 좋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그의 재주에 대한 논쟁 너머를 보았다. 그 그림이 검정색 가운을 입은 창백한 여인을 피상적으로 묘사한 것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본 그들은 사전트가 복잡하고, 야심적이며, 상징적이고, 심리적인 초상화를 그렸다고 칭찬했다. 그들의 눈에 <마담 X>는 한 여자의 초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교계 전체를 묘사한 것이었다. "이런 그림은 하나의 기록이다"라고 라 누벨 르뷔'의 비평가는 주장했다. '지금부터 한 세기 후면 우리의 증손자들은 1884년을 떠올리며 이 이상의 최고의 여자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비평가는 사전트가 아멜리를 우아함의 궁극적인 상징으로 묘사했다고 믿었다. 앙드레 미셸은 [미술]이라는 잡지에서 그 그림의 도상학적인 측면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다음 세대의 비평가들은 이 말 많은 작품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평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 그림에서 1884년 '상류층의 삶의 기록'을, 그리고 신선하고 건강한 개화보다는 규방의 꽃에 더 관심이 있는, 과열되고 부자연스런 문명이 기꺼이 유행으로 만든 한 여자의 이미지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세대들이 나름대로 자연스런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면 미래의 비평가들은 여기서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된 파리 사람들의 국제주의를 보게 될 것이다.'

 
   

소수의 몇몇 비평가들은 오만하고 자기도취적인 마담 고트로의 이미지가 벨 에포크를 특징지어준다고 말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존 싱어 사전트는 훌륭하게 재기한다. 미국에서, 영국에서, 프랑스에서 그의 이름을 드높인다. 반면, 완성된 초상화를 보고 그것을 마음에 들어했으나 혹평에 무너지고 만 사교계의 여왕 '마담 고트로'는 그때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혹평과 조롱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무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전시가 있은지 몇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다시금 조명되는 <마담X>를 보며 자신이 당시에 작품을 구입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되고, 대중의 관심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쪽 어깨끈을 내린 그림을 다른 초상화가로부터 그리기도 한다. 그 그림은 아무 관심도 끌지 못했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인 메트로폴리탄에는 그녀의 이름이 아닌, 무명의 이름인 마담X로 걸려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존 싱어 사전트를 기억하고, 그녀의 이야기는 기억에서 묻었다.

 

존 싱어 사전트가 모델들과 강한 교감을 느끼면서 작업했던 몇몇 작품들은 초상화를 보는 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준다. 그 중에서도 고개를 돌린 마담 고트르의 그림과 닥터포지의 초상화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이 중 마담X의 이미지는 현대까지도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마담X가 걸려 있던 사전트의 작업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존 싱어 사전트 전시관

니콜 키드만의 '마담X' 패러디 @베너티페어



 마담 알렉산더의 한정판 '마담X' 인형


존 싱어 사전트의 다른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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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사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한희선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은 연애소설이다. 제목에 나이 들어가 있는것 진심으로 싫어하지만(특히 여자 나이, 삼십대)
제목과 표지의 거부감을 딛고 읽기 시작한 책은 밤에 읽기 시작해서 마지막장을 덮고야 말만큼 재미있었다.

이렇게 통속적인 인물들이라니!
미녀도 이런 미녀가 없다. 길에 다니면 남자고 여자고 다 쳐다본다. 잘나가는 푸드저널리스트에 입양된 집도 부자, 자신도 부자. 그녀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미호
그녀의 남자친구는 정치가가 될 야망에 불타는 정치부 기자. 아버지는 유명한 정치가. 한가락 하는 집안. 이녀석은 첩의 자식이었는데, 본처가 죽고,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다. 학생때 전국에서 아이큐가 가장 높게 나오기도 했던 천재. 주변의 세상이 너무 느리게 흘러간다는둥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밷는 캐릭터. 키는 185에 몸매는 근육질에 탄탄. 그의 이름은 조지.

미호와 어릴적 같은 반이었고, 미호 동생 마사야가 물에 빠져 죽을뻔 한 것을 구해준 유지. 뒤에 용을 업은 (용문신한) 야쿠자다. 그의 캐릭터는 약간 리오우를 떠올리게 했다. 과묵버전의 리오우. 유지는 미호를 좋아한다.

이렇게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굉장히 뻔해보이는 캐릭터들 아닌가. 근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푸드저널리스트인 미호의 캐릭터는 우리나라 '전.문.직.' 드라마와 달리 연애질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리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나오는 음식 이야기들은 메모해서 적어놓고 싶을정도였다. '전자렌제 레시피' 장에서는 요리의 대가이자 인기인인 후루이치씨가 나온다. 전자렌지 레시피들이 나오고(육수 우리기,피클 만들기, 등등 네이버 지식인에 등재해도 되겠는걸?) 후루이치라는 대.단.한. 여자의 인생관이 흘러나온다. 좀 길지만 옮겨보면

대개의 일이란 게 참을만한 것이고, 언제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지. 있잖아,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라면 언제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어. 결혼과 출산, 육아가 족쇄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야.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존재니까. 말하자면, 자기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인 거야. 아무리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산다고 허세를 부려도 내 목숨과 바꿀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떨치고 뭐든 할 수 있어. 그걸 주위의 누군가나 환경 탓으로 돌리는 건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는 증거지. 설령 가사와 육아에 쫓긴다 해도 남편이나 자식도 하루에 몇 시간은 반드시 자잖아. 그 시간만은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어. 자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야. 하루 수면 시간을 세 시간 줄이면 한 달에 90시간이 남아. 1년이면 1080시간이고. 하루 평균 노동시간인 여덟시간으로 나누면 1년에 135일이란 시간을 버는 셈이지. 그 생활을 10년 계속하면 1350일. 즉 거의 4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남편이 회사에서 일하는 만큼 손에 쥐게 되는 거야. 그 4년이 있으면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할 수 있어. 인간은 그렇게 많이 자지 않아도 돼. 하루 일고여덟 시간은 자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한 게 아닐까?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만 찾게 되면 아무도 자는 것 따위에 여덟시간이나 쓰려고 하지 않을 거야.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다이어트가 제일 쉬웠어요' 라고 말하던 여자가 떠올랐다. 여기에 나오는 여자들이 미인에 능력 있고, 강하고, 주관이 뚜렷하다. 그 점은 꽤 맘에 든다. 주인공 외 독특한 캐릭터로 미호의 엄마 시나에를 빼 놓을 수 없다. 약물중독에서 벗어나 꿋꿋이 살고 있는 가스미도 남편을 잃고 씩씩하게 아들을 키우며 사는 후지모토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모는 평범하지 않으나 이야기는 결국 우리네 이야기처럼 흘러간다. 책소개에 나오는 것처럼 결말의 의외성이라던가 하는건 없었지만, 잔잔하고 맘에 드는 결말이다.
연애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잘 살자. 라는 거.
그렇다면, 연애불감증인 나에게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야기.
'사랑이 지겨워진 삼십대 여자를 위한 핫초콜릿 소설!'이라는 띠지따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럭저럭 맞는 이야기.

"제대로 살지 못하는 녀석은 제대로 죽지도 못해. 생과 사는 하나야. 지금 너는 용이 될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소리나 하는 녀석은 절대 대단한 사람이 못 돼."
미호는 유지의 눈빛을 되받아쳤다. 나도 전부 다 말한 게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럼 지금의 나는 뭐가 될 수 있다는 건데?"
입을 일부러 뾰족하게 하고 쏘아붙였다.
유지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뭐, 기껏해야 쥐나 토끼 정도겠지."
이윽고 그는 히죽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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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12-1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지겨워진 삼십대 여자를 위한 핫초콜릿 소설'이라니;;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문구네요;;;;
 
환영의 도시 환상문학전집 7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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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두껍지 않은 책이었지만, 한 시리즈 읽어낼때마다 종족의 흥과 망, 그리고 몇백년이 수이 흘러가다보니
왠지 지친다. <로캐넌의 세계>는 로캐넌이 구해서 '로캐넌의 행성'으로 이름이 붙었고, 그후로 600여년이 지나
고도의 지성을 가진 부족이 사는 곳에 또다른 고도의 지성을 가진 인간이 유배되었고<유배된 행성> 그들은 추운 겨울을 맞이하여, 북방의 야만족들과 싸우며 화합하고, 결합한다. <환영의 도시>에서는 그 후로 또 몇백년이 지났다.

기억을 잃고 알몸으로 테라의 개척지에서 눈을 뜬 사나이. 그의 이름을 팔크로 붙여주고, 보호하고, 가르친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의 몸에 아기 정도의 기억밖에 없는 그는 빠르게 세상을 습득하여 어른이 되고, 부족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들과 다른 그는, 황금색 고양이과의 눈을 가진 그는 부족에서 방출된다. '자신의 길을 찾으라'며 
완벽한 신뢰는 없었지만, 보호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척박한 땅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시행착오 끝에 홀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되고, '방랑자' 여인과 긴긴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세 권중에서는 가장 지루했다. <로캐넌의 세계>에서, <유배행성>에서 했던 이야기들은 그들의 몇백년 뒤 후손에 의해 반복된다. 자신의 과거, 진정한 자신을 찾는 여행이라던가, 그 행끝에 도착한 곳이 '환영의 도시'라던가. 하는 이야기.

'자신'을 찾기 위한 길고 힘든 여정에서 그의 시행착오는 타인을 쉽게 믿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 없이 많은 충고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파트너인 '방랑자' 여인과 끝까지, '환영의 도시'까지 함께 하였던 것이다.  '당신이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 '빨간약 먹을래, 푸른약 먹을래' 와 비슷하다. 팔크의 모습으로, 또 팔크가 잃어버린 과거의 모습으로, '환영의 도시'에 도전한다. 헤인 3부작은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각각의 제목이야 말로 한마디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 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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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서방 이야기

 

D님께 제보받은 책정보가 있습니다.
입에 침이 마르고, 목에서 뭐가 막 넘어옵니다.



이게 뭐 어떠냐구요?
이것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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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2-1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 전집 하나면 하이드님과 결혼할 수 있는겁니까? ^^;

하이드 2008-12-16 09:52   좋아요 0 | URL
아하하; 제 몸값은 펭귄천마리-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8-12-1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섹쉬하군요..

하이드 2008-12-16 09:5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펭귄이요? 아님 휘모리님도 사진 올려준 캐서린씨를 노리시는건가요?!
아아.. 저 책등이요, 저 검은 책등이 섹시하군요. 음...
숨겨진 책등패티쉬의 재발견!

보석 2008-12-1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이 매우 아리땁군요. 군침 흐르네요.

2008-12-16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8-12-1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보고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 No wonder it's free shipping!
진짜 대단하네요! (그런데 실제로 산 사람들이 있다는게 더 후덜덜)

하이드 2008-12-16 22:08   좋아요 0 | URL
딱 한개 남았다는 것이 정말이지 자극적입니다.
D님, 리뷰보니 1/4정도(였나, 금새 까먹음;;) 읽었다나봐요.
보석님, 아침부터 흐르는 침을 닦느라 입술이 다 부르트고 있습니다요.

hnine 2008-12-1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미 결혼 했으니, 이런 분의 집에 도우미라도 어떻게...
제가 결혼을 안했더라도 결혼보다는 도우미 편이 낫겠어요 ^^

하이드 2008-12-16 22:0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 안해본거 아닌데, 예전의 알랭 드 보통집에 가정부로라도 들어가고 싶어~~~ 했을때에 이어서 말이죠. 도우미하면, 책 보기 눈치 보일것 같아서 말이죠. ㅋ

kimji 2008-12-1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의 압권은 펭귄클래식이 아니라 TurnLeft의 댓글이군요. 히히
텀블러 두 개로 그저 만족하는 저로서는, 이건 별천지군요! 그래도 정말 멋지구리하기는 합니다;;

하이드 2008-12-16 22:06   좋아요 0 | URL
예리하시군요.
저는 텀블러 세개로 만족해요. 여행중에 한두권씩 산 펭귄들과 함께 두면 어떤 그림이 되는지 봐야겠어요. 죽어도 저 사진같은 그림은 안나오겠죠. 추욱-

Apple 2008-12-1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이게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나 될지부터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ㅅ@
한질 사다놓으면 방하나가 꽉 차겠네요.=_=;1000권이라니...원....

하이드 2008-12-1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들어가서 더 보니, 나무 팔래트에 박스가 바리바리 담겨져 도착했는데, 하나하나 비교하며 책꽂이에 꽂고 정리하는데만 12시간 걸렸다네요. 책을 사랑하고, 펭귄출판사를 사랑하고, 책정리하는 것도 사랑하는 북러버- 아.. 문을 여니 집 앞에 책이 산처럼 쌓여있는 장면 상상중.. 스읍- 침닦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