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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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게 이 책은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

그는 들어가는 말로 '.. 내가 새로 시도하는 방법은 '신화 거꾸로 읽기' 입니다. 신화적 상징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을 거는 회화, 조각, 혹은 건축물을 하나씩 제시하고, 그 대상에 묻어 있는 신화의 의미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추적하는 새로운 신화 읽기 입니다...' 라고 한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법의 여신 아스트라이아가 조각되어 있는 프랑스 법무부 건물을 보며, 건물이 말하기를 기다리고, 상징의 의미로써 세계를 만나기를 원한다. 그가 만나는 조각들, 건축들, 그림들, 유적지들은 그에게 말을 하고, 그는 그 말을 듣는다. 옛 신화의 세계와 대화한다.


이 책에 목차는 있지만, 특별한 구성이 없어 보인다.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읽고 있나 싶은데, 어느덧 풍요의 뿔 이야기를 읽고 있고, 그러다 문득 오디세이아를 듣고 있고, 다시 정신차려보면 세상의 중심을 상징하는 뱀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져가는 그리스 신화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신화'를 왠지 읽어야할, 알아야할 숙제로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는 어릴적 듣던 옛날 이야기처럼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신화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  푸생, 티치아노 등의 그림, 조각들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이윤기님의 책을 여러권 읽었다면 반복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의술의 신 이야기는 똑 같은 내용이 같은 책에 두 번 나와서 잘못 만들어진 책인가 잠깐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도판과 함께하는 옛날 이야기, 가끔씩 'xx 를 보고 기절초풍했다'는 귀여운 멘트는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추운 겨울날 이 책 끼고 이불 속에 들어가  그리스 신화 속에 빠져봄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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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1-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주셨네요? 마음 속에 담아두기 해 놓았던 책들이 이렇게 리뷰 올라와 있는 것 보고 나면, 뭐...질러야죠 ^ ^ 재미있는 옛날 얘기는 자꾸 또 들어도 재미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럴것 같아요. 아이가 잠자리에서 옛날 얘기 해달라고 할때, 그리스 로마 신화 한 토막 씩 들려주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는 엄마의 바램 ^ ^

하이드 2005-11-1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지요! 그리스 신화 들려주기.
 
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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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서 성행위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새로운 체위를 배울 수도 없고
월경이나 폐경의 고통을 감소시키기는 정보를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여러분의 배우자가 외도를 한다거나, 아이 돌보기를 태만히 한다거나, 아이 때문에 당신 존재를 무시하는 데서 여러분이 느끼는 고통을 줄여 주지도 못할 것이다.

라고 한다. 정말? 그러니, 원제 Why Sex is fun에 혹할 필요는 없다.
들고다니며 읽기에는 제목이 좀 민망하긴 하다. 책은 근래 보기 드물게 예쁜데, 들고 보기는 근래 들어 최고로 불편하다. 작고 표지 완전 딱딱해서 책장이 안 넘어가도록 잔뜩 힘줘서 잡고 있어야 함.
20여권의 시리즈라고 하니, 주르륵 놔두면 정말 예쁠것 같다.

각설하고,

이 책은 1장 가장 특이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 에서 7장 섹스어필의 진실까지
인간의 성적특성의 진화에 관한 물음과 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물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왜 남성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는가?' '왜 여성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폐경기가 오는가?' '왜 여성의 배란기는 감추어져 있는가?' '남성의 음경과 여성의 유방의 진화론적 이유는?' 등의 질문이다.

'인간'을 조사할 수는 없으므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이나 다른 포유류, 때로는 조류의 행동습성을 연구함으로서 진화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런저런 흥미로운 예시와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신문이나 주간지 칼럼수준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의 결론이 결국  '따라서 가장 친숙하고 명명백백하게 보이는 인간의 성적 기구 역시 아직까지 풀지 못한 진화론적 의문으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는 것은 좀 허무하긴 하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를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퓰리쳐상에 빛나는 그 대단한 '총,균,쇠'는 두껍고 크고, 최근에 나온 '문명의 붕괴'는 더 두껍고, 더 커서 쉽게 손이 안 갔다면, 가볍게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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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11-10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 사놓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못 다 읽었어용. 역시 들고 다니며 읽기는 좀 민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ㅜㅜ 흐음. 보기 힘들지만 참 예쁘긴 하다는데 공감입니다.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니 이따 집에 가서 다시 시작해야겠단 생각이 불끈 드네요. ^^

하이드 2005-11-1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술술 넘어가니깐, 금새 읽으실꺼에요^^ 전 요시리즈 두권 더 있는데, 더 읽어봐야겠어요.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ANIMAL

dolce & gabbana에서 나온 책입니다.

자, 이제부터 돌체앤 가바나의 야생으로 빠져 볼-까-요?






































 













 











 











 













 






아, 이치들 너무 멋져요.

런던의 예술서적파는 거리 돌아다니다가 건진 책. 너무 멋진 책이에요.
여기서 바로, 그 헬무트 뉴튼의 4,500불짜리 책도 실물 봤답니다. ( 만져도 봤어요. -_-v)

한 때 책 때문에 파산할뻔 한 적 있는데, 당시에 모으던 책은 이렇게 비싸고, -_-a 크고, 희귀하고,
지금은 먼지만 쌓이고 ㅜㅜ 흑. 옆에서 팔라고 찔러도 꿋꿋이 간직하고 있지요.
잊고 있었는데, 틈틈이 사진 올려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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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1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표범 무늬 스커트랑 얼룩말 무늬 코트, 무지 갖고 싶네요. ^^
눈이 즐겁습니다.

moonnight 2005-11-1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지네요. +_+; 원래 동물가죽옷은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 예전에 하이드님 착용컷은 무척 잘 어울린다 생각했었답니다. 멋져요. 멋져. ^^

하이드 2005-11-1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 심플니트에 호피무늬스커트 예쁘지 않습니까? 검정 심플스타킹도 함께. 구두는 안 보이지만, 톤 다운된 짙은 녹색 단화나 힐 정도, 아니면, 동동 안 떠보이는 옐로우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 오늘 그 호피무늬 가디건 입고 나왔네요. 마침. 어흥.
지브라패턴 코트는 제작년에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에서 나와서 한참들 입고 다녔는데, 이뻤는데 ! 말이지요.

에이프릴 2005-11-1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브라도 레오파드도 다 조아요 -
다만 옷으로 입기엔 제가 워낙 소심한성격인지라 그냥 포인트아이템으로만 애니멀프린트되어있는거 들고다녀요 ㅎㅎ

미세스리 2005-11-1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살앙해요. 돌체앤가바나-
 

그러니깐, 이건 책을 사재기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왜 책사재기를 안하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이다.

분명 집에는 읽을책이 읽은책보다 많다. 책 사는 속도를 책 읽는 속도가 못 따라오고 있기에, 그 차이는 점점 커져만 갔다.

11월1일. 매월 1일이면 늘 그러듯이 난 리본(re - born ) 을 결심했고!
그 결심사항 중에는 '책사기' 에 대한 항목도 들어있었으니,
2권 읽고 1권 사기.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읽은책이 더 많아지겠지!
유치함을 넘어서 불쌍하기까지한 결심사항이긴 하지만,
11월의 1/3 이 지나간 지금까지는 꽤나 성과를 보이고 있다.

11월에 이미 여덟권의 책을 읽었으니, 네권의 책을 살 수 있지만,
사고 싶은가.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냅다 주문하던 과거를( 그리 멀지 않은!)  돌이켜볼때 몇번이고 심사숙고해서 장바구니를 채우고, 많이 사기 위해 많이 읽고 있다.

아, 너무 단순하다고 욕해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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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1-0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 책사재기 말고 책사달라기나 해야겠습니다. ^^

mannerist 2005-11-0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야클님! 같이 해요. 하이드님께 같이 떼 써보기~~~
(처녀에게 총각 둘이 떼쓰는 아름다운 장면을. ㅋㅋㅋㅋ)

하이드 2005-11-0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사달기란, 책을 사서 주렁주렁 다는건..가요?
Kel님, 어머~ 피, 제가 Kel님께 하고 싶은 얘기란말이에요. 흐흐

marine 2005-11-0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하이드님의 이런 지름성 페이퍼가 너무 좋아요 ^^ 저도 제발 책 사는 것 좀 자제해야지 하지만 당장 안 사면 큰일날 것 같은 이 절박성은 어찌 한단 말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아마존까지 손을 뻗친 하이드님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이지만요 ^^

mannerist 2005-11-0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어찌 그런 야클님스런 댓글을... 쿨럭;;;;

하이드 2005-11-0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지금 아마존이랑 알라딘 창 열어놓고 아마존 카트의 그 책들을 덜어내고 있는걸 어찌아시고;;

하이드 2005-11-0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오늘의 갈굼이 부족했던가요?

mannerist 2005-11-0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오늘 임팩트 큰 거 있었다구... 그정도야... -_-;;;
그건 갈굼이 아니라 부러움 아니었수? ㅋㅋㅋ
(그나저나... 야클님 뭐하시나... 농땡이 쳐도 같이 농땡이 쳐야 맘이나 편치... -_-)

야클 2005-11-0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헉! 의외로 예리하신 구석이 있었군요. 책사달라기로 수정판 냈습니다.

매너님/ 욜씨미 일에 매진 하고있는 야클은 왜 찾누? -_-+

하이드 2005-11-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욜씨미 일에 매진하면서 댓글에 댓글에 댓글까지 다는 야클님의 센스란~

mannerist 2005-11-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_흐흐. 이게 다 자본가들의 잉여가치를 우리같은 프롤레타리아들의 몫으로 찾아오려는 몸부림이라니깐요. 농땡이가 아니라 잉여가치 회수라 합시다. ㅎㅎ

숨은아이 2005-11-0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난 두 권 읽고 한 권 사도 읽은 책이 읽을 책보다 많아지지 않을 것 같은데... 어쩌죠. ㅠ.ㅠ

하이드 2005-11-0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단순히 두배로 생각했는데, 가만, 나에게 책이 1000권. 읽은책이 200권이라고 하면 200권 읽고 100권 사면 900권. 또 200권 읽고 100권 사면 800권. 1년에 200권쯤 읽는다고 치면, 에, 머, 다 읽겠는데요? ^^

ceylontea 2005-11-0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리본을 해야하는데...

그린브라운 2005-11-0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읽기" 항목은 생각안하시는 군요 ^^;; 도서관도 다니지 않으셨던가요?? 저는 그때문에 2권읽고 1권사기가 무지 힘드네요 ㅠ.ㅠ

moonnight 2005-11-0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11월에 이미 여덟권이나(!!) 책을 읽으신 하이드님. 부러워요. ㅜㅜ 전 한 권이나 읽었나 -_-a;;

panda78 2005-11-0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있는 책으로도 적어도 1년 반은 버틸 수 있는데.. 그래도 매일매일 뭐 살까 고민하고 있으니.. 저도 리본해야.. 리본 모임을 만들어야 하나. ^^;

라주미힌 2005-11-0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산업을 이끄는 분들이 여기 다 계셨넹...
ㅎㅎ

2005-11-09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11-0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흠. 죽음의 의사면 의사고 deaddoc이면 deaddoc이지, 죽음의 닥터는 어째 좀;;; -_-;;; 요즘 나오는 콘웰의 시리즈 predator와 그 전 tracy 평이 하도 안 좋아서, 계속 읽어나가기가 망설여집니다.
라주미힌님/ 네? ^^;
판다님/ 우리 같이 매월 1일 리본해 보아요. 흐흐
달밤님 / 얼마나 갈지 몰라요. 괜히 부담되서, 하루에 한 권 읽어줘야 할 것 같은거 있죠. -_-a
다락방님/ 아, 요즘 도서관 간지 어언;; 빌려읽기는 거의 없는것 같아요. 대신 선물받는건 항목에 안 넣었네요. ^__________^
실론티님/ 님도 함께 매월 1일, 매주 월요일, 리본! ^^)/

panda78 2005-11-1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카페타 시리즈는 9권이 백미라던데.. )
그러게요. 죽음의 의사로 하지.. 좀 그렇네요.
ㅎㅎ 매월 1일 리본!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9월
절판


몇 차례 문이 열렸다 닫히며, 갑자기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밤은 끝났다. 윌리는 테이블 위에 의자를 올리고, 바닥을 걸레질했다. 그는 퇴근할 준비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윌리는 게을러터졌다. 주방에서 늘 일손을 멈추고, 갖고 다니는 하모니카를 불었다. 이제 그는 졸리운 듯 느릿느릿 걸레질을 하면서, 쓸쓸한 흑인 노래를 흥얼거렸다.

카페는 아직 붐비지 않았다. - 밤을 지샌 사람들과 막 깨서 새 날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졸리운 여종업원이 맥주와 커피를 나르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들뿐이라 소음도 대화 소리도 없었다. 방금 깬 사람들과 긴 밤을 끝내려는 사람들의 상호 불신이 서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35쪽

오랫동안 계단에 앉아 있었다. 미스 브라운이 라디오를 켜지 않아서 사람들 소리만 들렸다. 믹은 오래도록 생각에 잠겨서 계속 주먹으로 허벅지를 때렸다. 얼굴이 조각조각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얼굴을 다시 제대로 붙이지 못할 것 같았다. 배가 고픈 것보다 불쾌한 기분이었지만, 그런 마음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바람은.....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진짜 바라는 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57쪽

그들은 각각 싱어의 방에 찾아와서 저녁 시간을 같이 보냈다. 벙어리 사내는 늘 사려 깊고 차분했다. 여러 색이 섞인 눈동자는 마법사의 눈처럼 침울했다. 믹 켈리와 제이크 블라운트, 닥터 코펠랜드는 조용한 방에 와서 이야기를 했다. - 그들은 무슨 말을 하든 싱어가 알아듣는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101쪽

그때 믹은 아버지에 대해 알아차렸다. 새로운 사실을 안 게 아닌 듯했다. 오래 전부터 온몸으로 알았지만 머리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 문득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외로웠고 늙었다. 자식들이 와서 말을 붙이지 않았고 돈도 별로 못 버는 형편이고 보니, 가족에게 소외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고독을 느낀 그는 자식 하나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다들 바빠서 그걸 몰랐다. 그는 자신이 아무에게도 소용이 없는 존재라고 느꼈다. -108쪽

코펠랜드는 몸이 굳어서, 근육이 뻣뻣하게 긴장했다. 그는 듣지도, 주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눈멀고 귀먼 사람처럼 구석에 앉아 있기만 했다. 곧 모두 식탁으로 갔고, 노인이 기도를 했다. 하지만 코펠랜드는 먹지 않았다. 하이보이가 술병을 꺼내자, 다들 웃으면서 술병을 돌려가며 진을 마시는데도 그는 사양했다. 그는 입을 다물었고, 마침내 모자를 들고 인사도 없이 떠났다. 기나긴 진실을 다 말할 수 없다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157쪽

'우리가 바다에 있다면 좋겠어. 해변에서 오가는 배를 보면. 넌 어느 여름에 바다에 갔었지? 바다는 어떻게 생겼어?'
해리의 목소리는 투박하고 낮았다. ' 글쎄.... 파도가 있어. 어떤 때는 파랗고 어떤 때는 초록색이고, 밝은 태양빛 속에서 유리처럼 보여. 모래밭에서 작은 조개를 주울 수 있어. 시거 상자에 넣어 가져온 것 같은 조개야. 물 위로 흰 갈매기가 날아. 우린 멕시코만에 갔는데, 계속 시원한 바람이 불고 여기처럼 찔 듯이 덥지 않아. 언제나...'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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