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9월
절판


몇 차례 문이 열렸다 닫히며, 갑자기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밤은 끝났다. 윌리는 테이블 위에 의자를 올리고, 바닥을 걸레질했다. 그는 퇴근할 준비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윌리는 게을러터졌다. 주방에서 늘 일손을 멈추고, 갖고 다니는 하모니카를 불었다. 이제 그는 졸리운 듯 느릿느릿 걸레질을 하면서, 쓸쓸한 흑인 노래를 흥얼거렸다.

카페는 아직 붐비지 않았다. - 밤을 지샌 사람들과 막 깨서 새 날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졸리운 여종업원이 맥주와 커피를 나르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들뿐이라 소음도 대화 소리도 없었다. 방금 깬 사람들과 긴 밤을 끝내려는 사람들의 상호 불신이 서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35쪽

오랫동안 계단에 앉아 있었다. 미스 브라운이 라디오를 켜지 않아서 사람들 소리만 들렸다. 믹은 오래도록 생각에 잠겨서 계속 주먹으로 허벅지를 때렸다. 얼굴이 조각조각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얼굴을 다시 제대로 붙이지 못할 것 같았다. 배가 고픈 것보다 불쾌한 기분이었지만, 그런 마음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바람은.....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진짜 바라는 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57쪽

그들은 각각 싱어의 방에 찾아와서 저녁 시간을 같이 보냈다. 벙어리 사내는 늘 사려 깊고 차분했다. 여러 색이 섞인 눈동자는 마법사의 눈처럼 침울했다. 믹 켈리와 제이크 블라운트, 닥터 코펠랜드는 조용한 방에 와서 이야기를 했다. - 그들은 무슨 말을 하든 싱어가 알아듣는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101쪽

그때 믹은 아버지에 대해 알아차렸다. 새로운 사실을 안 게 아닌 듯했다. 오래 전부터 온몸으로 알았지만 머리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 문득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외로웠고 늙었다. 자식들이 와서 말을 붙이지 않았고 돈도 별로 못 버는 형편이고 보니, 가족에게 소외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고독을 느낀 그는 자식 하나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다들 바빠서 그걸 몰랐다. 그는 자신이 아무에게도 소용이 없는 존재라고 느꼈다. -108쪽

코펠랜드는 몸이 굳어서, 근육이 뻣뻣하게 긴장했다. 그는 듣지도, 주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눈멀고 귀먼 사람처럼 구석에 앉아 있기만 했다. 곧 모두 식탁으로 갔고, 노인이 기도를 했다. 하지만 코펠랜드는 먹지 않았다. 하이보이가 술병을 꺼내자, 다들 웃으면서 술병을 돌려가며 진을 마시는데도 그는 사양했다. 그는 입을 다물었고, 마침내 모자를 들고 인사도 없이 떠났다. 기나긴 진실을 다 말할 수 없다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157쪽

'우리가 바다에 있다면 좋겠어. 해변에서 오가는 배를 보면. 넌 어느 여름에 바다에 갔었지? 바다는 어떻게 생겼어?'
해리의 목소리는 투박하고 낮았다. ' 글쎄.... 파도가 있어. 어떤 때는 파랗고 어떤 때는 초록색이고, 밝은 태양빛 속에서 유리처럼 보여. 모래밭에서 작은 조개를 주울 수 있어. 시거 상자에 넣어 가져온 것 같은 조개야. 물 위로 흰 갈매기가 날아. 우린 멕시코만에 갔는데, 계속 시원한 바람이 불고 여기처럼 찔 듯이 덥지 않아. 언제나...'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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