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 심난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지난 3년의 시간이 10년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한다. 난 시속 30킬로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나의 30대는 책상 앞에 앉아서 보냈던 20대보다 더 천천히 간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맘에 든다. 하지만, 맘에 드는건 맘에 드는거고, 심난한건 심난한거고.  

 에릭 라인하르트 <신데렐라>

읽어도 읽어도 아직 앞부분;; 페이지 26줄, 대화 줄바꾸기 없음의 600페이지의 힘은 크다.
얼마전 읽은 1Q84도 500여페이지였지만, 페이지 21줄, 줄바꾸기여서 금새 읽었는데,  

이제 200쪽 정도 읽었으니, 슬 이 세계에 익숙해질 법도 되었는데, 남은 장이 많으니 더 두고볼일. 읽고 있으면 잘 넘어가는데, 뒤가 그리 궁금하지는 않고, 불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살면서 별로 겪고 싶지 않지만, 누구라도,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되고 마는 그런 장면들이거나,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같은 거.

작가가 약간 조증 같아. 이게 작가의 스타일인지, 작품의 스타일인지, 주인공들의 스타일인지, 아니면, 요즘의 프랑스소설 스타일인지는 모르겠다만.

무튼, 열심히 읽고 있다.  

 다니엘 페낙 < 마법의 숙제>

오래간만에 읽는 다니엘 페낙의 책. 이건 청소년 소설일까? 페낙이라면 동화도 재미있으니, 별로 상관은 없는데. 프랑스 소설이라 그런지, 전혀 다른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아, 신데렐라에 나올법한 정신없는 캐릭터의 선생이 나오긴 한다.) 위의 책이랑 의외로 싱크가 맞아서 헷갈리고 있다. 이 책을 일단 끝내고 '신데렐라'로 돌아가야 할듯.

악명높은 선생이 숙제를 내 줬는데,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부모가 아이가 되고, 너희가 부모가 되어 있다면. 이란 주제.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야!' 라고 30년간 외쳐온 선생님이 내 준 숙제는 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시민 <청춘의 독서>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나는 늘 오픈마인드에 융퉁성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걸 높은 가치로 치는데, 알고 보면 책읽기조차 꽤 편협한 카테고리에 머물러 있다. 유시민의 이 책은 독후감도 아니고, 책소개도 아니지만, 아, 이 똑똑해지는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 ㅎㅎ 

  

 

 

 

이 정도의 책을 담아 두었다.  

새벽에 주문한 책은 토요일에나 배송 예정이고, 폭설로 인해 (3월에 이 무신;) 당일배송 안 된다는 공지도 보았는데, 아침나절에 '고객님께서 주문한 책은 오늘 중으로 배송 예정입니다' 라는 문자를 받았다. 응? 서평단 도서도 어제 받았는데, 뭘까. 싶었다. 바로 오전에 택배 아저씨가 왔다. 알라딘 비닐백인데, 안에 책이 없는 빈... 백?   

'응, 이게 뭐죠? 이거 안에 아무것도' 하면서 눈 오는데 고생하십니다. 라고 말하며 귤을 드렸다.

봉투를 자르고 보니, 얼마전에 예경 책 사고 자동 이벤트로 당첨된 '루오전 티켓' 두장이다.
'피카소 모네'전 프로그램도 괜찮아 보이던데, 함께 보고 올까.  

알라딘에서 쌀도 받고, 스팸도 받고, 라면도 받고, 컵도 받고, 윷놀이세트도 받고, 홍차도 받고, 미술관 티켓도 받고, 아, 물론 책도 받고 ^^ 별의별걸 다 받는구나.

당일배송이 우체국배송으로 바뀌었고, 어제는 우체국 아저씨한테 '당일배송 바뀌었네요' 인사하며 (원래 아는 아저씨) 바나나를 드렸다. 알라딘의 에어쿠션이 파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주문할 때 바뀐 화면도 맘에 든다. 단정하고, 소심하게 귀여운 글씨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0-03-1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 신데렐라는 왠지 안 끌리더라니. 역시나...

하이드 2010-03-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이 안 읽혀요 ㅡㅜ 아직 1/3 정도 읽은지라 지금 끌고 나가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마무리지어질지 대단히 궁금.
 
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번역본의 제목은 너무 과격하다. 거의 사지 않을 제목의 책인데, 이 책이 집에 왜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책표지에 나온 원제는 Men's Search for Meaning :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 의미 찾기 : 로고테라피의 소개. 정도이다. 사는 것도 팍팍한데, '수용소' 이야기 읽으면서 더 어두컴컴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은 그런 이야기가 아님을 미리 이야기해둔다.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의 창시자로 정신분석학자이고,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에서 '살아돌아온 자' 이다.

저자는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수용소라는 극한의 상황에 들어온 수감자들을 통해서 건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본인의 경험이 진하게 묻어 있으니 완벽하게 객관적이기 힘들지만, 이것은 경험하지 않은 정신분석학자가 다루기에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이다.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몇 년 동안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마련이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잔혹한 폭력과 도둑질은 물론 심지어는 친구까지도 팔아넘겼다. 운이 아주 좋아서였든 아니면 기적이었든 살아 돌아온 우리들은 알고 있다.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저자의 말은 좀 놀랍다. 그 자신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로 살아돌아온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을 뒤로 남긴채.. 당시의 수용소에서는 대략 스물여덟명 중에 한 명이 살아 돌아왔고, 누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상황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강제 수용소', '죽음의 수용소'에 들어가서부터 해방후까지의 수감자들의 단계적 반응이고, 로고테라피에 대한 소개가 후에 덧붙여졌다. 독일어 원서 2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정신분석, 심리치료 기법을 몇십페이지로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로고테라피라는 개념을 알게 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공포'로 시작되는 수감자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것은 극한상황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본성과 그럴수록 더욱 추구해야 하는 '의미' 를 이야기하고 있다. 리뷰에서는 그 과정을 일일히 적지는 않겠다. 워낙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심플하고 건조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요약이나 인용보다는 책을 읽어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1부에서 이야기하는 극한 상황, 수용소에서의 수감자들 이야기를 하면서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 찾기' 라 하고 있고, 그것이 바로 로고테라피의 중심이론이다. '로고테라피'의 로고스logos는 그리스어로 '의미'를 뜻한다. "'로고테라피' 혹은 다른 학자들에 의해 '빈 제3정신의학파'로 불리는 이 이론은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로고테라피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보고 있다."  

2부에서는 로고테라피의 소개와 실례, 치료방법 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이 곧 '왜 사나'를어보는 것이고, 그 물음은 누구에게라도 가장 단순하고 어려운 문제인지라 이것은 심리치료보다 철학에 가까워보이기까지 한다.

워낙 개략적인 내용소개라 공부가 더 필요하겠지만, 이 소개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어떤 사건을 보는 패러다임을 전환함으로써 부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던 '사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 정신의 병을 고치는 것이다. 책에 나온 예를 하나 들어보면, 한 노신사가 아내가 죽은 후 삶이 너무 괴로와서 매일을 죽고 싶은 마음으로 보낸다며 찾아왔다. 노신사에게 묻기를 ' 아내가 먼저 죽었다면 어땠겠습니까?' '지금 제가 괴로워하는만큼 괴로워하고 있었겠군요.' ' 그러니, 아내를 보내고 남은 시간을 기쁘게 애도하며 보내십시요' 말은 정확하지 않지만, 대충 이런식.

20세기(저자는 20세기라고 했지만, 21세기에도 변함없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대병인 실존적 공허는 인간이 겪은 두가지 손실에서 비롯된다. '동물적인 본능의 일면'과 근래에 겪고 있는 '전통의 와해'로 인해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거나(동조주의) 아니면 남이 시키는 대로(전체주의)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그런 의미에서 '실존적 공허'는 알게모르게 더욱 강화되어 개개인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없어도 상관없는 톱니바퀴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고, '두려워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개개인마다 다르고, 로고테라피에서 어떻게 이 치료를 하는지에 대해서까지는 예시로 든 몇가지 상담케이스만으로는 알기 힘들지만, 로고테라피에서 하는 것이 바로 '삶의 의미' 를 찾는 일이다.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그리고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  
 
여기서 1번은 일을 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고, 2번에는 선善,진리,예술 등을 접하는 것이나 '경험'에 의해서, 그리고 사람을 만남으로써, 즉, 사랑을 함으로써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나는 드라마에서 '엄마랑 동생이랑 잘되는게 꿈이에요' 라는 신데렐라타입 소녀가장들을 볼 때마다 약간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누군가를 위하고, 사랑하는 것도 '나'의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3번은 가장 어려운 일인데, 극한 상황에서도 비극에 슬퍼하고만 있고, 나가떨어지지 않고,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부분에 독자는 다시 1장에서 저자가 겪었던 '강제수용소' 에서의 시련을 떠올릴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을 포함한 수감자들의 심리를 관찰하였고(보통 사람이 겪기 힘든 극한의 시련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자식이 수용소에서 죽고, 정신적 자식으로 수용소에 품고 온 저작물마저 빼앗겼을 때 거의 삶의 의미를 잃을뻔했다고 하는데, 그 저작물을 다시 되새기면서 살아갈 의지를,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3번은 수용소같은 극한의 상황에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고통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통은 기체의 이동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일정한 양의 기체를 빈 방에 들여 보내면 그 방이 아무리 큰 방이라도 기체가 아주 고르게 방 전체를 완전히 채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고통도 그 고통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완전하게 채운다. 따라서 고통의 '크기'는 완전히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구라도 예의 1번,2번,3번을 적극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다.  

그리고, 3번에서 결정적으로 오늘날의 정신건강철학(혹은 미국의 심리학)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로고테라피의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고인이 된 조지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 이디쓰 와이스코프 조웰슨은 로고테라피에 관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오늘날 정신건강 철학은 인간은 반드시 행복해야 하며, 불행은 부적응의 징후라는 생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치체계가 불행하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더 불행해지면서 피할 수 없는 불행의 짐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을 만들어온 것이다."  
또 다른 논문에서 그녀는 시련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불행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불행하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고 하면서 "피할 수 없는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시련에 수치심보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을 품위 있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고 있는 미국 문화의 잘못된 풍토를 바로 잡는 데에 로고테라피가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한 바 있다.  

최근 크리스토퍼 레인의 <만들어진 우울증>이란 책을 읽었는데, 정상적인(정상적이었던)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병'의 딱지를 붙인 정신분석학회의 무리들과 얼씨구나 동조했던 언론과 제약회사들. 그들이 파는건 약이 아니라 돈이고, 거짓된 행복의 이미지이다. '모두가 늘 행복해야 하'는건 아니다. 거짓행복은 더욱 깊은 우울을 가져다 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로고테라피는 각종 알약으로 점철된 현대인의 행복강박증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삶의 의미', '살아갈 의지'를 적극적으로 찾아나가게 하는 답이 아닌가 싶다.  

하루는 너무 길고, 일주일, 한달은 후딱 지나가는 것 같은 '변형된 시간감각'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수용소와 같은 극한 상태에서 수감자들이 느끼게 되는 증상 중에 하나라고 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이와 같은 실존적 공허에 빠져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괴로움을(혹은 무감각을) 느끼고 있다면, '왜 사는지' 원초적 질문을 자신에게 한 번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0-03-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에 읽었을 때 빅터 프랑클 아내의 생일날 수용소에서 그가 울었던 대목이 생각나네요. 제 기억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극단의 상황 속에서도 사랑을 떠올릴 수 있다는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로고테라피에 대한 설명은 정말 와닿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오만과 편견과...... 좀비 ... 그리고, 이성과 감성과 ...?

  

지난 2월, 드디어, 퀄크의 새로운 작품 표지가 릴리즈되었다.
<오만과 편견과 좀비> 에서의 충겨 이후 <이성과 감정과 바다괴물>에서 약간 약하다 싶었는데,
세번째 표지를 보고 완전 뒤로 넘어갔다.   

아 놔, 안드로이드 카레니나라니. 흐흐흐흐흐흐흐  

안 그래도 지난 겨울부터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야지, 하고 있던 차라 더 반갑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이후, 바다괴물은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카레니나>는 꼭 번역되어 나오기 바란다. 원서는 6월에 릴리즈.   

내가 이 시리즈의 표지를 좋아하는 것은
'표지'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읽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한국어판 표지는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 않았던 것 같고. 기발하군! 웃는 반응보다 끔찍해! 얼굴 찌푸리는 사람들이 더 많기도 했을꺼고)
B급 소재인 좀비와 고전의 패러디라는 욕먹기 딱 좋은 포지션이다.  
그것도 보통 고전인가, 바로 제인 오스틴 아닌가.

실제 패러디 해 놓은 소설만 놓고 보자면, 제인 오스틴의 그 유명한 문구들이 재현되고, 좀비가 나오는 것이 웃기고, 기발하기는 했지만, 그게 좀 싸구려 B급이냐, 문화적 코드의 B급이냐가 아슬아슬했다는 느낌이다.

그 두 갈래길에서 현대적 코드 (여자의 결혼) 를 덧입히고, 질문하는 괜츈한 패러디.쪽에 가까울지도.라고 순하게 리딩가이드를 따라가기로 맘 먹었던건, 그건 모두 다, 표지 덕분이다! 라고 이 표지덕후는 소리높여 외치고 싶다.
펭귄이나 옥스포드 클래식같은 저 고색창연한 그림에 살짜쿵 덧입혀진 괴물들 (좀비, 바다괴물), 그리고 이번엔 안드로이드까지. 거장의 고전을 살짜쿵 비트는 작품과 명화를 비트는 위트는 닮아 있고, 책을 읽기 전부터 표지를 보고 책의 컨셉에 홀딱 빠져들게 하는 효과를 내는 좋은 표지!

고전의 맛도 느끼고, 패러디의 묘미도 즐길 수 있는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서 호감의 노선을 걷고 있는 이 기획을 나는 응원한다!  (사실,두번째 작품이었던 바다괴물에서 좀 뜨악하긴 했지만, 안드로이드에서 다시 애정으로 돌아섰다는. ^^)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지금도 몇달에 한번씩 새로운 표지로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오는 (개인적으로 제인 오스틴을 딱히 대단히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들은 3-4가지 버전의 표지를 소장하고 있을정도다) 인기 있는 작품이고, 영미권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들중 하나이다.

이 책,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한국에서 많이 팔리지 않았다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대한 뜨뜻미지근한 반응 플러스 좀비물이 그렇게 인기 있는 편이 아닌 것이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카레리나>는 좀 내주삼! 무튼, 미국에서는 <오만과 편견과 좀비>는 오프라의 애정도 받고, 독자들의 애정도 잔뜩 받고, 딜럭스버전까지 찍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딜럭스 버전까지는 아니어도, 원서에 있는 삽화는 좀 옮겨주길 바랬지만.

 

 

 

 


다시 한번 꺼내보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이성과 감성, 그리고 바다괴물> 의 표지들 
오래간만에 Quirk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예전에는 미처 못 봤던 표지 제작 이미지가 올라와 있어 함께 옮겨 본다. 
 






 



 



 

 

 

 

 

 

 





 ** 덧붙임 3.13.2010

작년 말쯤 아마존에서 'Best book cover 2009' 투표를 한 적이 있었다. 60개의 쟁쟁한 후보들.
한 세번째 라운드까지만 하고, 까먹었는데, 오늘 보니 파이널에 올라 당당히 Best book cover 1등 먹은 표지가
'오만과 편견과 좀비' 다.

이 표지의 쇼킹함과 위트를 높이 평가하기는 했지만, 1위까지 할줄은 몰랐다.
내 개인적으로는 1위였다. ^^  

무튼, 퀄크 출판사 쭉 멋진 패러디와 표지 부탁해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0-03-0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드로이드 카레리나...쿠하하하. 전 스마트폰 새이름인 줄 알았슴다..^^;;;;;;;;

아고라편집부 2010-03-0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많이 팔리길 바랐는데, 아마 그 결과가 후속작 출간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근데 하이드 님의 "좀 내주삼!" 소리가 왜 이렇게 또렷하게 눈에 띌까요. ^^ 이것도 병인가 봐요. 암튼 <안드로이드 카레니나>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하이드 2010-03-0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 꽤나 읽는 나라, 그리고 좀비물이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는 나라, 즉 미국에선 꽤 쇼킹하고, 재미있는 일이었을텐데 말입니다. 두번째 작품은 저도 별로였으니, 세번째인 안드로이드 카레니나만이라도 두번째 패스하고 나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안나카레니나>도 많이 나왔는데 말입니다. ^^ 이럴 때는 막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피트 주연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으로 3D로다가 영화나 한 판 만들어지면, 책이 마구 팔릴텐데 말이에요. ㅎㅎ

분다 2010-03-1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드로이드 카레니나> 정말 기대됩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어젯밤 다 읽고, 오늘 아침에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자기 전에 읽은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 딱 사기열전까지 읽었어서, 그 다음 챕터를 읽으려고 보니깐, <이반 데소노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나온다. 내친김에 솔제니친의 책까지 꺼내들고 읽다 보니, 날이 샐랑말랑

빅터 프랭클의 책을 읽기 전에 하루키의 <1Q84>1권을 읽었는데, 1권을 다 읽고, 이 책을 딱 펼치니깐, 첫페이지에 작가 서문이 나와있고, 그 첫줄에 '1984년에 부친 서문'이라고 써 있어서 혼자 막 좋아했는데 (별 생각없이 책을 붙들고 읽기 시작하는데, 우연히 겹치는 부분 나오면 좋아라 한다.) <1Q84>에서 1984년도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중 <이반 데소노비치, 수용소의 하루>까지 읽고 있으니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도 내친김에 읽어버릴까?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인 저자가 2차대전당시 수용소(아우슈비츠 등)에서 지낸 극한의 경험을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 작품이고, <이반 데소노비치..>는 소련 강제수용소에서의 하루를 묘사하면서 소련의 체제까지를 비판하고 있는 문학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솔제니친은 아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까지 선정되었는데, 소련에서 거부.  

수용소 이야기이기에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빅터 프랭클이 묘사한 '수용소에 들어가서 지내다가 나와서까지의 각각의 심리 변화'중 솔제니친의 작품 속에서는 체념, 생존, 삶의 의미 찾기 등이 나오는데,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고, 노동에서 기쁨을 찾기까지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의 세가지중 가장 중요한 '시련 속에서 의미 찾기' 와도 겹치는 부분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과 다른 수용자들을 학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지금까지 읽은 아우슈비츠의 수기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1부의 수용소 생활, 2부에서는 로고테라피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 분량의 1/3 이상인 분량이지만, 로고테라피라는 분야에 대해 설명하기에는 간략한 개념 정도만 소개한 으로 봐야할 것이다.) 로고테라피에 대해서, 빅터프랭클의 다른 책들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용소 장면도 잘 읽혔지만, 로고테라피 부분이 특히 지금의 나에게 와닿았다. 라는 것이 거칠고 지나치게 간단한 설명.

'삶의 의미'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내가 얼마전에 10년 다이어리라는 것을 샀다. 2월 중순에 다이어리가 도착했고, 아직까지는 빠지지 않고,  매일 다이어리를 꺼내 2010년의 2월과 3월을 간략하게나마 메모하고 있는정도, 그런데,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말이 '무의미하다', '무기력하다'와 같은 말들이라는걸 며칠전 문득 깨닫고, '유의미하게 살자' (왕단순;;), '무의미한 생활은 이제 그만' 등으로 메다치나 엎어치나 같은 소리를 해쌓고 있었기 때문에 로고테라피의 개념과도 같은 '삶의 의미'라는 말이 눈에 확 밟히게 된 것이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의미하다' 와 같은 말을 썼을까. 싶어 정신이 확든다. 무언가 자리를 채우긴 해야하겠고, 하루를 돌아보는 매일 저녁 떠오르는 심정이 '무의미' 였다는 것은 확실히 무의미하기도 하고, 내가 수동적이고, 생각이 없고, 멍충이빙충이식충이 ...응? 였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로고테라피는 환자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말하자면 미래에 환자가 이루어야 할 과제가 갖고 있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로고 테라피. 이 분야는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심리치료보다는 철학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든다.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은 '왜 사는가'를 묻는 것이고, 그 거창한 질문앞에 제대로 고민하고, 평소의 생각을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그걸 로고테라피라는 심리치료의 분야에서, 알기 쉽게 지름길을 보여주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어려워보이지만, 알고보면 너무나 간단한. 이건 얼마전에 읽은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에도 나왔던 '우아함'이군. 20권의 독일원서를 정말 대략적으로 개념소개와 몇가지 예를 드는 정도밖에 안 되긴 하지만, 충분히 궁금증을 일으키는 주제다.  

또 겹치는 것은 최근에 읽은 <만들어진 우울증>. 이 책에서 정신분석과 신경정신과의 두 분야중 어느 순간 '엉겹결에'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날치기로 '신경정신'분야로 시소가 크게 기울었고, 그런고로 어제까지는 정상인이던 우리 뇌의 이런저런 문제들이 약을 먹어 치료해야 하는 문제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와 같은 약물치료, 그리고, 행복을 강요하는 미국인. 등에 대한 암울한 문제들에 대해 빅터 프랭클에 의해 유럽에서 만들어진 로고테라피가 답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튼, 날이 밝았으니 아침을 먹고, 오늘 하루도 보람차고 '유의미'하게 보내야겠다. 으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별 2010-03-0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빅터프랭클의 수용소에서와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읽었는데요
솔제니친의 책은 늘 마음에 두고 사는 책이랍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하이드 2010-03-0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용소 이야기에 거부감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빅터 프랭클의 책부터 본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솔제니친의 책은 아직 초반 조금 읽었을 뿐인데, 유시민의 리뷰도 그렇고, 기대되네요. 두 권 다 읽었다고 하시니 반갑습니다. ^^

꼬마별 2010-03-0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솔제니친의 이반..책을 만난건 고등학생 때인데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셨고 제게 권해주셨던 책이랍니다
그래서 읽게 되었는데 지금도 답답하고 힘들때면 종종 꺼내보게 되는 책입니다.

하이드 2010-03-0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연이 있는 책이군요. 얇지만 두고두고 볼만한 책인것 같습니다.
 
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 번역본 중 가장 평이 좋은 작품들은 <시인>,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허수아비>일 것이다. (아직 <허수아비>는 비교적 신간이라 평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번역본 중 가장 빠방한 추천리스트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재미있다.) 이 세 작품 외에 <블러드워크>를 읽어보았고, 나머지 <시인의 계곡>, <실종>은 읽게 될 지 모르겠다. 각각의 작품들에는 다른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까메오처럼 등장하는데, 예를 들면 <허수아비>에서 매커보이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미키 할러에 대해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로 언급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나의 베스트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이긴 한데, <허수아비>도 여러모로 재미난 작품이다.  

<시인>의 매커보이가 '시인' 사건으로 자신의 바람대로 일약 'LA 타임즈'로 스카웃된다. 그 이후로 십년이 넘게 큰 건을 터뜨리지 못하는 범죄담당 기자로 지내다가 해고통지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퇴사 2주를 남겨두고, 그의 후임으로 오게 된 안젤라 쿡이라는 젊은 초짜 여기자에게 인수인계를 해주게 된다. 남은 2주동안 커다란 사건 하나를 터뜨리고 그만두고 싶은 잭은 여자를 비닐로 질식시켜 목졸려 죽인 사건의 범인인 흑인 갱단 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범인은 그가 아니고, 그와 비슷한 범죄가 다른 주에서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연쇄살인범의 냄새를 맡고, 사건을 좇게 되는데..  

매커보이의 이야기와 번갈아 진행되는 것은 데이터 보안 회사의 보안담당자 '허수아비' 의 이야기이다. (데이터 보안을 담당하는 자를 밭지키는 '허수아비'에서 따 온 '허수아비'라고 부름) 이자는 천재 해커들을 거느린 역시 컴퓨터 천재과에 처세력 있는 인물로 나온다. 

잭이 사건을 조사한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연쇄살인범인 허수아비는 잭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컴퓨터의 힘으로.  

이 작품에서 마이클 코넬리는 잭이 일하는 LA 타임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종이신문의 종말을 묘사하는 것에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신문사에서 오래도록 내려오는 전통이라던가, 기사를 내는 방식이라던가, 기자들과 편집자, 에이스들의 관계라던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 외에도, 종이신문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남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에서 나왔던 FBI 심리 프로파일러인 레이첼도 이 작품에 다시 등장하고 ( 레이첼과 잭의 관계 묘사는 비교적 개연성이 있어 <블러드워크>에서의 로맨스처럼 거슬리지 않는다.) 활약한다.  

마이클 코넬리의 글은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직업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있고, 작은 사건에서 시작하여, 점점 큰 사건이 되고, 여러가지 서로 다른 일처럼 여겨졌던 것이 결국 큰 사건의 복선이자 부분임이 뒤로갈수록 스릴있게 묘사되어 페이지터너이면서, 할 이야기 다하며, 동시에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 장점들중 특히 한둘이 강조 되면서 재미난 작품으로 엮어지는데,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경우 마이클 코넬리의 장점을 골고루 보여주는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되고, <허수아비>는 사건보다는 사람이 위주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잭과 주변 신문인들을 통해 이야기하는 신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 잭과 레이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고.  

후에 후속작이 나온다면 잭과 레이첼이 켄지와 제나로처럼 일해도 재미나겠다 싶다. 미키 할러도 좋지만, 잭 매커보이도 정말 빼놓을 수 없는 마이클 코넬리의 멋진 주인공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3-07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쎈연필 2010-03-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굉장히 잼있겠네요, 리뷰로 짐작하건대. 도서관 훑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