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과...... 좀비 ... 그리고, 이성과 감성과 ...?
지난 2월, 드디어, 퀄크의 새로운 작품 표지가 릴리즈되었다.
<오만과 편견과 좀비> 에서의 충겨 이후 <이성과 감정과 바다괴물>에서 약간 약하다 싶었는데,
세번째 표지를 보고 완전 뒤로 넘어갔다.
아 놔, 안드로이드 카레니나라니. 흐흐흐흐흐흐흐
안 그래도 지난 겨울부터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야지, 하고 있던 차라 더 반갑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이후, 바다괴물은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카레니나>는 꼭 번역되어 나오기 바란다. 원서는 6월에 릴리즈.
내가 이 시리즈의 표지를 좋아하는 것은
'표지'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읽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한국어판 표지는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 않았던 것 같고. 기발하군! 웃는 반응보다 끔찍해! 얼굴 찌푸리는 사람들이 더 많기도 했을꺼고)
B급 소재인 좀비와 고전의 패러디라는 욕먹기 딱 좋은 포지션이다.
그것도 보통 고전인가, 바로 제인 오스틴 아닌가.
실제 패러디 해 놓은 소설만 놓고 보자면, 제인 오스틴의 그 유명한 문구들이 재현되고, 좀비가 나오는 것이 웃기고, 기발하기는 했지만, 그게 좀 싸구려 B급이냐, 문화적 코드의 B급이냐가 아슬아슬했다는 느낌이다.
그 두 갈래길에서 현대적 코드 (여자의 결혼) 를 덧입히고, 질문하는 괜츈한 패러디.쪽에 가까울지도.라고 순하게 리딩가이드를 따라가기로 맘 먹었던건, 그건 모두 다, 표지 덕분이다! 라고 이 표지덕후는 소리높여 외치고 싶다.
펭귄이나 옥스포드 클래식같은 저 고색창연한 그림에 살짜쿵 덧입혀진 괴물들 (좀비, 바다괴물), 그리고 이번엔 안드로이드까지. 거장의 고전을 살짜쿵 비트는 작품과 명화를 비트는 위트는 닮아 있고, 책을 읽기 전부터 표지를 보고 책의 컨셉에 홀딱 빠져들게 하는 효과를 내는 좋은 표지!
고전의 맛도 느끼고, 패러디의 묘미도 즐길 수 있는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서 호감의 노선을 걷고 있는 이 기획을 나는 응원한다! (사실,두번째 작품이었던 바다괴물에서 좀 뜨악하긴 했지만, 안드로이드에서 다시 애정으로 돌아섰다는. ^^)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지금도 몇달에 한번씩 새로운 표지로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오는 (개인적으로 제인 오스틴을 딱히 대단히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들은 3-4가지 버전의 표지를 소장하고 있을정도다) 인기 있는 작품이고, 영미권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들중 하나이다.
이 책,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한국에서 많이 팔리지 않았다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대한 뜨뜻미지근한 반응 플러스 좀비물이 그렇게 인기 있는 편이 아닌 것이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카레리나>는 좀 내주삼! 무튼, 미국에서는 <오만과 편견과 좀비>는 오프라의 애정도 받고, 독자들의 애정도 잔뜩 받고, 딜럭스버전까지 찍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딜럭스 버전까지는 아니어도, 원서에 있는 삽화는 좀 옮겨주길 바랬지만.







다시 한번 꺼내보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이성과 감성, 그리고 바다괴물> 의 표지들
오래간만에 Quirk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예전에는 미처 못 봤던 표지 제작 이미지가 올라와 있어 함께 옮겨 본다.






** 덧붙임 3.13.2010
작년 말쯤 아마존에서 'Best book cover 2009' 투표를 한 적이 있었다. 60개의 쟁쟁한 후보들.
한 세번째 라운드까지만 하고, 까먹었는데, 오늘 보니 파이널에 올라 당당히 Best book cover 1등 먹은 표지가
'오만과 편견과 좀비' 다.
이 표지의 쇼킹함과 위트를 높이 평가하기는 했지만, 1위까지 할줄은 몰랐다.
내 개인적으로는 1위였다. ^^
무튼, 퀄크 출판사 쭉 멋진 패러디와 표지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