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어젯밤 다 읽고, 오늘 아침에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자기 전에 읽은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 딱 사기열전까지 읽었어서, 그 다음 챕터를 읽으려고 보니깐, <이반 데소노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나온다. 내친김에 솔제니친의 책까지 꺼내들고 읽다 보니, 날이 샐랑말랑
빅터 프랭클의 책을 읽기 전에 하루키의 <1Q84>1권을 읽었는데, 1권을 다 읽고, 이 책을 딱 펼치니깐, 첫페이지에 작가 서문이 나와있고, 그 첫줄에 '1984년에 부친 서문'이라고 써 있어서 혼자 막 좋아했는데 (별 생각없이 책을 붙들고 읽기 시작하는데, 우연히 겹치는 부분 나오면 좋아라 한다.) <1Q84>에서 1984년도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중 <이반 데소노비치, 수용소의 하루>까지 읽고 있으니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도 내친김에 읽어버릴까?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인 저자가 2차대전당시 수용소(아우슈비츠 등)에서 지낸 극한의 경험을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 작품이고, <이반 데소노비치..>는 소련 강제수용소에서의 하루를 묘사하면서 소련의 체제까지를 비판하고 있는 문학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솔제니친은 아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까지 선정되었는데, 소련에서 거부.
수용소 이야기이기에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빅터 프랭클이 묘사한 '수용소에 들어가서 지내다가 나와서까지의 각각의 심리 변화'중 솔제니친의 작품 속에서는 체념, 생존, 삶의 의미 찾기 등이 나오는데,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고, 노동에서 기쁨을 찾기까지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의 세가지중 가장 중요한 '시련 속에서 의미 찾기' 와도 겹치는 부분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과 다른 수용자들을 학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지금까지 읽은 아우슈비츠의 수기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1부의 수용소 생활, 2부에서는 로고테라피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 분량의 1/3 이상인 분량이지만, 로고테라피라는 분야에 대해 설명하기에는 간략한 개념 정도만 소개한 으로 봐야할 것이다.) 로고테라피에 대해서, 빅터프랭클의 다른 책들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용소 장면도 잘 읽혔지만, 로고테라피 부분이 특히 지금의 나에게 와닿았다. 라는 것이 거칠고 지나치게 간단한 설명.
'삶의 의미'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내가 얼마전에 10년 다이어리라는 것을 샀다. 2월 중순에 다이어리가 도착했고, 아직까지는 빠지지 않고, 매일 다이어리를 꺼내 2010년의 2월과 3월을 간략하게나마 메모하고 있는정도, 그런데,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말이 '무의미하다', '무기력하다'와 같은 말들이라는걸 며칠전 문득 깨닫고, '유의미하게 살자' (왕단순;;), '무의미한 생활은 이제 그만' 등으로 메다치나 엎어치나 같은 소리를 해쌓고 있었기 때문에 로고테라피의 개념과도 같은 '삶의 의미'라는 말이 눈에 확 밟히게 된 것이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의미하다' 와 같은 말을 썼을까. 싶어 정신이 확든다. 무언가 자리를 채우긴 해야하겠고, 하루를 돌아보는 매일 저녁 떠오르는 심정이 '무의미' 였다는 것은 확실히 무의미하기도 하고, 내가 수동적이고, 생각이 없고, 멍충이빙충이식충이 ...응? 였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로고테라피는 환자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말하자면 미래에 환자가 이루어야 할 과제가 갖고 있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로고 테라피. 이 분야는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심리치료보다는 철학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든다.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은 '왜 사는가'를 묻는 것이고, 그 거창한 질문앞에 제대로 고민하고, 평소의 생각을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그걸 로고테라피라는 심리치료의 분야에서, 알기 쉽게 지름길을 보여주는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어려워보이지만, 알고보면 너무나 간단한. 이건 얼마전에 읽은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에도 나왔던 '우아함'이군. 20권의 독일원서를 정말 대략적으로 개념소개와 몇가지 예를 드는 정도밖에 안 되긴 하지만, 충분히 궁금증을 일으키는 주제다.
또 겹치는 것은 최근에 읽은 <만들어진 우울증>. 이 책에서 정신분석과 신경정신과의 두 분야중 어느 순간 '엉겹결에'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날치기로 '신경정신'분야로 시소가 크게 기울었고, 그런고로 어제까지는 정상인이던 우리 뇌의 이런저런 문제들이 약을 먹어 치료해야 하는 문제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와 같은 약물치료, 그리고, 행복을 강요하는 미국인. 등에 대한 암울한 문제들에 대해 빅터 프랭클에 의해 유럽에서 만들어진 로고테라피가 답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튼, 날이 밝았으니 아침을 먹고, 오늘 하루도 보람차고 '유의미'하게 보내야겠다. 으쌰-






